집에서 뚝딱 만든 곤드레밥,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등록 2026.05.27 10:08수정 2026.05.27 10:08
6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집은 열흘에 한 번 장을 본다. 그래서 살 목록을 잘 적어서 가야 한다. 대부분 스마트폰 메모장을 이용하는 편이다. 하나라도 빠진 게 있으면 사러 가기도 어중간하다. 결국, 다음 장 보는 날까지 기다려야 해서 꼼꼼함이 필수다. 사와야 할 것이 많으니 장을 보는 날엔 세 상자는 기본이다. 힘 있는 남편이 집에 있는 날 함께 가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6일에 본 장은 어제까지 야무지게 다 파 먹었다. 이젠 내가 먼저 시장을 봐야 한다고 남편 턱밑에서 노래 부르지 않아도 된다.


"오늘 장 보러 가야겠네."

냉장고 문을 열어본 남편이 먼저 제안한다. 간단하게 한두 가지는 집 근처 마트에서 사는 편이다. 열흘에 한 번꼴로 장을 볼 때는 양이 많다. 주로 식자재마트를 이용하는데 가까운 거리이지만 차를 몰고 간다.

마트에서 물건을 카트에 담을 때 남편의 회사에서 중요한 일로 전화가 왔다. 남편이 바깥에서 통화하는 동안 혼자 카트를 끌고 메모장을 보며 식재료를 담았다. 육류와 생선을 먼저 사고 이번 주말에 해 먹기로 한 '헛제삿밥' 재료를 사려고 나물 판매대로 갔다. 도라지와 고사리를 담고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곤드레나물이었다.

곤드레나물밥 다른 반찬 없이 양념장 하나만 있어도 두 그릇 뚝딱입니다.
▲곤드레나물밥 다른 반찬 없이 양념장 하나만 있어도 두 그릇 뚝딱입니다. 황윤옥

'오, 이 녀석으로 곤드레나물밥을 해 먹어볼까?'

목록에도 없던 녀석을 충동구매하고 말았다. 그건 아주 특별할 때만 발동하는 버릇이다. 카트에 물건을 한가득 싣고 계산대로 가니 그제야 통화가 끝났는지 남편이 헐레벌떡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집으로 오는 길에 슬쩍 한마디 했다.


"오늘 곤드레나물도 샀어. 다음에 곤드레밥 해 먹으려고."
"오늘 해 줘."

"집에 남은 밥이랑 국 다 먹고 나면 해 줄게."
"아, 오늘 꼭 먹고 싶다."


간절한 그 말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사 온 식재료를 정리하고 곤드레밥 준비를 하였다. 요즘은 나물도 삶아서 봉지에 담아서 파는 덕분에 요리가 그리 손이 많이 가지는 않는다. 한 봉지에 400g이었다. 먼저 나물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3등분으로 잘랐다. 양푼에 친구가 준 조선간장 한 숟가락과 들기름을 한 숟가락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 놓았다.

우리 집은 평소에 잡곡밥을 해 먹는다. 밥솥에 남아있는 식은 밥을 빈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남편이 점심을 먹은 뒤에 출근해야 해서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백미는 25분 만에 완성되기도 하고 곤드레밥은 흰밥이 좋아 그걸로 택했다.

쌀을 계량컵으로 네 컵을 퍼서 깨끗이 씻은 다음 물기를 쫙 뺐다. 곤드레밥은 물을 잘 맞추어야 질지 않다. 내 솥을 밥솥에 넣고 무쳐둔 곤드레나물을 쌀 위에 솔솔 뿌려가며 얹었다. 그다음 쌀과 똑같은 양으로 물을 네 컵 부어 취사를 눌렀다.

곤드레나물밥 안치기 쌀 위에 나물을 얹고 물의 양을 쌀과 같은 비율로 넣습니다.
▲곤드레나물밥 안치기 쌀 위에 나물을 얹고 물의 양을 쌀과 같은 비율로 넣습니다. 황윤옥
밥이 만들어지는 동안 양념장을 만들어야 한다. 며칠 전 두부를 찍어 먹은 양념장이 맛있다는 남편의 말이 생각나 그대로 다시 만들어봤다. 조선간장과 진간장을 두 숟가락씩 넣고 식초를 한 숟가락 넣었다. 식초를 넣어주면 양념장이 훨씬 풍미가 있다.

양파 반 개와 대파 한 뿌리를 잘게 썰고 청양고추도 두 개 썰어 종지에 담았다. 고춧가루와 깨를 넣은 다음 마지막에 참기름과 들기름을 같은 비율로 섞어 마무리했다. 참기름은 고소하면서도 달큼하고 부드러운 향이 있고, 들기름은 진하고 묵직한 고소함이 있다. 두 가지를 섞으면 균형 잡힌 고소함이 생긴다. 그래서 나물을 무칠 때도 종종 사용하곤 한다.

'치익' 소리와 함께 밥이 다 되었다는 알림이 나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꽤 잘 지어졌다. 넓적한 그릇에 밥을 푸짐하게 담고 양념장만 하나 식탁에 올렸을 뿐인데 근사해 보였다.

"우와, 구수하고 담백하니 맛있다."

다른 반찬을 꺼내지 않아도 목이 막히지도 않고 술술 잘 넘어갔다.

곤드레밥을 먹으며 우리 부부는 몇 달 전 이야기를 떠올렸다. 유명한 곤드레나물밥 식당을 찾아 남편과 함께 간 적이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우리가 간 그 날이 식당이 쉬는 날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투덕투덕 돌아온 적이 있었다. 남편 하는 일이 워낙 바빠 자주 외식을 할 수 없어 그 후로 다시 찾아가진 못했다.

식당에서 먹는 맛있는 요리만큼은 안 되겠지만 먹고 싶다는 음식은 내가 직접 해 주는 보람이 있다. 맛있다며 한 그릇 더 퍼 와서 먹는 남편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역시 집밥이 최고다. 그 식당 음식을 먹어보진 못했지만, 당신이 한 게 더 맛있을 것 같아."

남편의 리뷰는 별점 5점 중에 만점인 5점을 주었다. 곤드레밥은 집에서 처음 해 봤는데 만들기도 쉽고 맛은 정말 최고다. 자주 해 먹어도 좋을 맛이다. 양념장 하나로도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니. 다음엔 콩나물밥이 자연스럽게 당첨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곤드레나물밥 #집밥 #양념장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가끔 음식 이야기도 씁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의대면 끝'이라는 믿음도 깨졌다, 지방 의대서 무슨 일이 '의대면 끝'이라는 믿음도 깨졌다, 지방 의대서 무슨 일이
  2. 2 아이 낳고 떠난 아빠, 지금 한국서 벌어지는 'K-코피노' 아이 낳고 떠난 아빠, 지금 한국서 벌어지는 'K-코피노'
  3. 3 이진숙 국회 안 집회, 5.18 폄훼에 이 대통령 영정까지 등장 이진숙 국회 안 집회, 5.18 폄훼에 이 대통령 영정까지 등장
  4. 4 AI가 '인류 난제' 푼 이틀 뒤, AI 연구원이 보낸 끔찍한 경고 AI가 '인류 난제' 푼 이틀 뒤, AI 연구원이 보낸 끔찍한 경고
  5. 5 넷플릭스에 맞서는 1조 6000억의 베팅 넷플릭스에 맞서는 1조 6000억의 베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