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은 거인 하나가 들어가기에 충분히 작았다.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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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이사를 많이 했다. 어릴 적의 잦은 이사는 부모의 불안이었겠으나, 청년 시절의 이사는 스스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불안이었다. 불안은 종종 허기와 함께 찾아오곤 했는데, 이 시의 화자처럼 "소고기뭇국 다섯 그릇을 미동도 없이 마"실 정도로 마음의 허기가 질 때면 누구에게라도 기대고 싶었다. 없는 거인에게라도, 상대가 누구라도 내가 매달릴 수 있는 거인이기를, 바라기는 바라도, 그 바라는 마음이 내 방처럼 비좁아 그를 다 들일 수 없을지라도, 그런 없는, 있다고 믿고 싶은 거인에게라도. 그런 곤궁한 마음을 들킨 듯 쌓여가는 짐들 앞에서 망연한 눈길을 거둘 수 없었을 때 그저 무기력해지기만 했을 때, "방은 더 이상 나의 방이 아니고" 아직 도착하지 못한 방이 어쩌면 지금보다 허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잔뜩 웅크리기만 했을 때, 깨지기 쉬운 접시 같은 시간도 느리게 돌봐줄 줄 아는 거인 하나 곁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거인이 있어, 비록 "거인의 수맥으로 짐을 옮"겨주지는 못했을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도 더 맑을 것"이라는 허허로운 기대의 말이나마 파이프 담배 너머로 슬쩍 건네줬더라면 어땠을까. 막막한 이사의 시절을 외롭고 위태롭게 건너가는 이들에게 이제 누가 거인이 되어줄까, 되어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김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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