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의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차별에 대한 사례를 들어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저자의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유영숙
나는 선생님으로 퇴직했다. 현직에 있을 때 학기 초마다 학생들에게 강조한 것이 있었다. 1년 동안 함께할 친구들을 배려하고 어떤 학교 폭력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와 모습이 다르고, 키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른 것은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우리 반 친구들 누구도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말고 '차이 즉 다름'을 존중해야 합니다."
학교는 작은 사회이기에 학교에서부터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저자는 지금이 바야흐로 혐오와 차별의 시대라고 말하며 이 책을 쓴 이유로 '차별이 무엇이고 왜 문제인지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장을 펼치고 머리말과 프롤로그만 읽었는데도 마음이 무거워지고, 그동안 내가 몰랐던 차별과 혐오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며 '노키즈존'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노키즈존은 단순히 특정 가게의 영업 방침이라고 치부했고, 이것이 아이들이 시끄럽게 하니 어른들의 휴식권을 지켜주는 거라고 이해했었다. 아이를 데려갈 때는 노키즈존이 아닌 곳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제주도에 놀러 갔을 때 카페에 갔다가 노키즈존이라 들어가지 못했다. 직접 겪고 보니 기분 나빴다. 정말 차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노키즈존이 영업의 자유라면 흑인 출입 금지, 무슬림 출입 금지, 동성애자 출입 금지, 이런 것들도 용인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더 나아가서 노키즈존이 노아재존, 노아줌마존, 노시니어존까지 이어졌다며 이렇게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영업의 자유라는 이유로 배제할 수 있는 사회를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노키즈존이 단순히 노키즈존 만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차별은 어떤 집단을 무시하고 경멸한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니까 차별은 그 집단이나 그 구성원의 의견이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47쪽
이 책에서 '차별'이라고 할 때는 그 자체로 부당한 차별을 뜻한다. 부당하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 차별 말이다. 성별, 인종, 연령, 종교, 장애 등은 '차별 금지 사유'에 속하고 고용, 교육, 거래 등은 '차별 금지 영역"이다. 차별 금지 사유는 나라마다 다르다고 한다.
차별의 개념은 차별금지 사유 이유로 차별 금지 영역에서 누군가를 분리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60쪽
우리 사회는 차별 금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였다. 응시 연령이나 신장, 체중 등에 제한이 있던 공무원이나 경찰관, 소방관 채용에서 차별 제한을 폐지하였다. 또한 국회의원 비례 대표 여성 할당제, 장애인 의무 고용제, 지역 인재 선발, 특별 전형 등의 할당제 정책도 차별을 막으려는 방법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편에선 차별금지가 역차별을 낳는다는 주장도 있다. 대학입시에서의 지역균형선발 제도는 서울 지역 수험생에 대한 역차별이고, 장애인,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기초생활수급자 학생들에 대한 특별전형제도도 역차별이라는 인식도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이를 두고 '역차별'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불리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똑같이 평가하는 것만이 평등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151쪽
우리 사회에서 형식적이고 직접적인 차별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차별은 존재하고 있다. 저자는 차별금지를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현실적 문제 즉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차별 없는 사회를 기대한다면
차별금지법은 차별에 관한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기본이 되는 사항, 예컨대 기본 용어의 정의, 정책 추진 원칙과 방향, 추진 체계,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규정하는 입법을 '기본법'이라고 하는데, 차별금지법도 중구난방 흩어져 있는 차별금지 관련 법령들의 '우산'역할을 하는, 차별에 대한 기본법이다. -208쪽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즉 차별 행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중단시키고 피해를 원상 복구시킬 것인지, 차별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적절한 구제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것이 차별금지법의 핵심이다. 이른바 차별 구제 또는 차별 시정의 문제다. -216쪽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었단 차별금지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가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다. 차별금지법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해 주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당장 세상의 온갖 차별이 근절되고 차별하는 사람들이 모두 처벌 받는 것은 아니겠지만, 소수자 보호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생각은 든다. 요즘 형식적이고 직접적인 차별은 많이 사라졌지만, 구조적 차별의 문제는 새로운 과제로 대두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차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준다. 각 장 끝에서 쟁점이 되는 이슈를 쉽게 설명해 준다. 설명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생각하게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처음에 느꼈던 무겁고 우울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도 그동안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이 아닌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책장을 덮으며 결국 차별을 막는 것은 우리 공동의 미래 뿐만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하고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도 여러 곳에서 차별과 혐오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하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을 방송이나 기사를 통해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차별 없는 사회를 기대한다면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차별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할 수 있을 거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
홍성수 (지은이),
어크로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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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8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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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막는 건,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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