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탑승한 한국인 활동가 '해초(28, 김아현)'와 한국계 미국인 활동가 '승준(26, 조나단 승준 리)'이 지난 2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해 온 사진.
승준 제공
부러 먼 길을 돌아왔다. 평화운동가 해초(본명 김아현)의 활동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꺼낸 화두였다. 지난해부터 지중해 공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두 차례나 나포되어 억류됐다는 소식에 몇몇 아이들조차 그를 '트러블 메이커'라고 조롱했다.
그에 대한 아이들의 맹목적인 편견을 어떻게든 바루어주고 싶었다. 그의 인도주의적 실천에는 '무모하다'거나 '순진하다'는 수식어가 바늘과 실처럼 따라붙곤 한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봉쇄를 뚫고 구호물자를 전달하려는 건 애초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오죽하면 돛단배에 몸을 싣고 지중해를 건너겠느냐는 호의적인 반응도 더러 있지만, 가자 지구의 고립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해서 좋을 것 하나 없다는 현실론도 비등했다. 강대국에 치여 사는 팔레스타인의 숙명이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평화를 염원하고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그의 확고한 신념에는 공감하지만, 그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모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여행을 금지하는 지역에 들어가는 건 엄연한 불법이라는 거다. 그의 여권을 즉각 무효화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반응이다.
만약 정부가 그의 행위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아이들은 우려했다. 개신교 신자들이 선교를 목적으로 여행 금지 국가에 들어가는 경우 등을 예로 든 셈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공정성은 지고지선의 가치다. 정치적, 사회적 맥락은 그다음 문제다.
그의 행위가 이스라엘과의 외교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미국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신념이 국익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구동성 이스라엘의 반인권적 폭력을 지적했지만, 약육강식의 냉혹한 국제 질서는 어쩔 수 없다고도 했다.
"비유컨대, 100여 년 전이라면 우리가 팔레스타인이고 지금의 이스라엘이 일제였다. 다른 나라 사람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를 돕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가로질러 오는데, 일제가 나포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진 거다. 이때 남의 나랏일에 개입하지 말라고, 약소국의 숙명이라고, 국익을 위해 인도주의 신념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매조지듯 던진 질문에 콜럼버스와 이토 히로부미를 비교할 때와 흡사한 반응을 보였다. 이스라엘의 시각으로 전황을 이해하고 자신을 강자와 동일시하는 건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았다. 또, 한 세기 전과 지금의 국제 질서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얼버무렸다.
자발적으로 콜럼버스와 이스라엘의 입장에 서는 아이들의 관점을 뒤집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릴 적 읽은 위인전만 핑계 삼을 일도 아니다. 언론과 교과서조차 끊임없이 강자와 주류를 대변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편을 든 외국인에 대해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상찬한다.
예컨대, 국권 피탈 직전 일제의 침략에 맞서 조선인의 저항을 전 세계에 알린 영국의 언론인 베델과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했던 미국인' 헐버트 목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위인으로 칭송된다. 제국주의의 광풍 속에 영국과 일본이 동맹을 맺고 미국과 일본이 협약을 체결한 상태였지만, 그들은 기꺼이 약소국인 조선의 편에 섰다. 국익보다 개인의 신념을 택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가자 주민들에게 해초의 활동은 100여 년 전 조선에서 베델과 헐버트가 벌인 그것과 다를 게 없다. 기억하고 기려야 할 인물이라며 둘의 공적을 교과서에까지 수록해 놓고선 지금의 해초를 비난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인도주의보다 국익을 앞세울 때 세상은 '정글'이 된다.
"단지 가자 지구에 닿고 싶었을 뿐"

▲ 지난 5월 23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21회 들불상 시상식에서 평화운동가 해초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들불기념사업회
최근 해초는 제21회 들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단법인 들불열사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들불상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인권 운동에 헌신한 이를 매해 선정해 수상하고 있다. 윤상원과 박기순 등 들불 야학 출신 5.18 열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행하고 있는 국가 폭력이 1980년 신군부가 광주 시민을 학살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며,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국경을 넘어선 연대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단지 가자 지구에 닿고 싶었을 뿐"이었다는 그의 짤막한 소감이 큰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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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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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구호선 탄 해초 이해 못 한다는 아이들... '이 질문' 던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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