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현상
진재중
바닷속 생태계가 곧 미래 산업
문제는 정책의 시선이 대부분 '보이는 바다'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항만 개발과 물류, 해상 교역과 해양 관광은 끊임없이 이야기되지만 정작 바닷속 생태계를 살리는 문제는 늘 뒤로 밀린다. 바다의 날 행사에서도 대형 선박과 항만 산업, 미래 해운 인재 양성은 조명 받지만, 바닷속 숲이 얼마나 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은 들리지 않는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바다숲 조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업이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갯녹음 해소와 해조류 생체량 증가 등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어민들은 실제 바다에서 해조류 군락 회복이나 어장 환경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조성 실적 중심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관리와 실질적인 생태계 복원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어민은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통계 작성에만 치중할 뿐, 실제 바닷속 환경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바다는 황폐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다의 근원은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 있다. 바닷속 생태계는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다. 그곳은 미래 식량 자원의 기반이며, 기후 위기를 막아낼 탄소 흡수원이고, 해양 생명 산업의 출발점이다. 김형근 한반도해조류포럼 대표는 해조류와 해양 미생물 자원을 두고 "미래의 반도체"라고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를 반도체가 이끌었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해양 바이오와 바닷속 생태 자원이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알부화
진재중
바다를 지키는 마지막 경고
하지만 바다의 뿌리였던 해조류 숲은 지금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에서는 토종 다시마 군락이 자취를 감췄고, 바다를 가득 채우던 해조류들도 점점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생일날 축하와 함께 먹던 미역국의 주인공인 미역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바다의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어촌은 늙어가고, 젊은 세대는 바다를 떠난다. 해조류를 복원하고 바닷속 생태계를 되살리려는 현장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국가적 관심과 정책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어민 이영선씨는 질문을 던진다.
"바다의 날마다 바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바다를 떠받치고 있는 바닷속 생태계에는 왜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입니까."
그의 물음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바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수면 위의 바다 뿐 아니라 바닷속 생태계의 가치와 보전에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만약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어민이 사라지고, 바닷속 생태계를 지탱하는 해조류까지 사라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바다도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항만과 물류만으로는 바다를 지킬 수 없다. 바다는 산업인 동시에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 해조류는 바다 생태계를 지탱하는 생명의 숲이다.
진재중
물론 해운과 수출, 북방 항로 개척은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해양 국가이며, 바다는 국가 경제의 동맥이다. 그러나 정작 바로 눈앞의 바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연안의 바닷속은 보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해양 정책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개발 구호만이 아니다. 죽어가는 바닷속을 되살리는 일이다. 바다숲을 복원하고, 해조류를 지키고, 어민들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바다를 산업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생명의 터전으로 다시 이해하는 일이다.
바다의 날은 단지 바다를 기념하는 날이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바닷속의 절규를 듣는 날이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닷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지 모른다.

▲ 푸른 생명이 사라진 자리. 하얗게 드러난 암반은 바다사막화의 현실을 보여준다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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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바다의 날에 들어야 할 절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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