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재판정 참관기' 저자가 장학금을 기부한 까닭

[인터뷰]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

등록 2026.05.28 11:57수정 2026.05.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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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번역가이자 <재판정 참관기>시리즈 저자인 김흥식 작가는 '서해문집' 대표이다. 김흥식 작가는 2025년 전교조 전북지부를 찾아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고, 올해도 600만 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장학금을 통해 전북 지역의 초중고등학생을 비롯한 대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아래는 지난 15일 김 작가와 이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흥식 작가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 저자이자 서해문집 대표인 김흥식 작가
▲김흥식 작가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 저자이자 서해문집 대표인 김흥식 작가 김흥식

- 간단한 소개와 인사말을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서해문집 대표보다, 작가로 불리고 싶은 김흥식입니다."

- 1989년에 도서출판 서해문집을 창립하셨습니다. 출판사를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으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다닌 대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가식 도서관을 운영하였습니다. 요즘은 특별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개가식 도서관이라 낯선 용어지만, 제가 젊을 때만 해도 대다수 도서관이 폐가식, 즉 책을 보관하는 곳에 열람자가 들어갈 수 없고, 책을 빌리고자 하면 꺼내 가져다주는 도서관이었습니다. 그런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갑자기 50만 권의 책이 눈앞에 놓여 있는 도서관에 들어가니 신세계도 이런 신세계가 없더군요.

그때부터 4년 동안 도서관에서 (읽는 게 아니라)책 구경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졸업 무렵 '평생 책을 만들고야 말리라. 그리고 이런 도서관에 내가 만든 책이 꽂히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취업 잘 되는 학과에 들어간 아들은 수십 년 동안 부모님 속을 엄청 썩였습니다. 다행히 독자 여러분 덕분에 지금은 지낼 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평생 출판을 한 선택을 후회한 적 없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겠지요."

- 독자들에게는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로 시작하는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의 저자로 더 친숙할 것 같습니다.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를 쓰시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실까요?


"출판을 시작한 후로도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해서 동네 도서관을 방문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 도서관에서 안중근 의사 재판 기록을 담은 책을 열람하게 되었습니다.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에서 간행한 책인데, 읽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일제에 의해 사형 당한 것에 아무런 의문을 품은 적이 없었는데, 그 책을 보니 오늘날 우리가 시행하는 재판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사형 언도를 내리고, 그 과정에서 수집한 수많은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그저 우리 조상이자 의로운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허구가 섞인 위인전을 읽고 다 아는 체를 했던가!' 하는 자책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안중근 의사 재판 기록을 공부하고, 그 내용을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무척 고민했습니다. 결국 기록을 생생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재판정 참관'처럼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를 비롯한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입니다. 처음 책을 출간할 때만 해도 막무가내로 '이런 책이 있어야 해' 하고 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또 몇몇 곳에서는 상도 주셔서 참으로 뿌듯했습니다(기자 주 : 김흥식 작가는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를 비롯해 안용복, 전봉준, 반민특위, 도쿄 전범재판정까지 모두 5권의 책을 펴냈다).


- 국내에 <징비록>을 처음 현대의 언어로 번역하여 출간한 것도 대표님이라 알고 있습니다. 저서를 보면 주로 우리나라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우리 역사를 알리고 싶은 까닭과 그 방식으로 '책'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지금도 <징비록>을 우리 고전 가운데 기본 도서로 자리매김한 데 일조를 한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집니다. 처음 이 책을 출간했을 때는 '저자 류성룡 선생님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하는 전화를 받을 정도로 <징비록>이 안 알려진 상태였으니까요. 사실 책이라는 것이 펼치면 아무것도 없고, 그 문자를 아는 사람들만이 알아챌 수 있는 기이한(?) 기호로 가득한 것이잖아요. 그래서 자기 나라 문자가 아닌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반면에 영화나 그림, 사진 등은 다른 나라 사람들, 심지어 다른 문화권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책이라는 것이 문명을 기록하고 보관하여 후대에 전승 한다는 사실은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지요. 특정 문자로 기록된 책은 그 문자 사용자가 사라지면 그 책 역시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기록한 책의 중요성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러니 책은 다른 매체와 조금 다르다고 저는 여깁니다. 한 권의 책은 한 나라의 역사, 한 사람의 삶, 한 지역의 자연 등을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인류 문명을 전하는 매체 가운데 으뜸은 역시 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 '역사'와 '책'과 '교육'은 따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학교에서 역사 교육이 바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역사 교육 뿐 아니라 정치 교육, 경제 교육 등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 전문가도 아니면서 이런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만용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일부 젊은이들의 행동을 보면 자신들의 행동에 스스로 이론적 토대를 세울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역사 교육은 한 인간, 나아가 한 민족의 기반을 닦고 미래로 향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젊은 시절 책만큼, 아니 책보다 교육에 더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교사가 되기 위해 잠깐이나마 교육 대학원을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웃음)."

2025년 장학금 기탁 사진 오도영 전북지부장(왼)과 김흥식 작가, 서해문집 대표(오)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2025년 장학금 기탁 사진 오도영 전북지부장(왼)과 김흥식 작가, 서해문집 대표(오)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김재욱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교조 전북 지부를 통해 600만 원이라는 큰 액수를 기부하며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오래 전부터 생각한 것처럼 전교조는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학생들의 이익,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라는 판단에 찾은 것입니다. 금액이 적어서 죄송합니다만, 제 정신이 살아 있는 한에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공부하고 미래를 열어갈 젊은이들에게 제게 할당된 몫 만큼은 돌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방면에 눈과 귀를 기울이시면서 초창기 전교조의 빛나는 역할을 21세기에 더 크게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이 모든 것은 제가 한 일이 아니라 저희 출판사 책을 읽어 주시는 독자 여러분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책을 읽는 일은 말 그대로 하나의 삶, 하나의 문명을 가장 쉽고 빠르게 익히는 길입니다. 2만 원 짜리 책 구입하실 때 딱 2만 원 어치 커피 마시는 정도의 노력만 기울이신다면(제가 아는 친구들 가운데는 2만 원 짜리 책 한 권 구입하면서 5천만 원 짜리 차 구입할 때보다 더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 듯해서 말이지요)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열 배는 더 합리와 진보의 길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립니다.
#안중근 #장학금 #김흥식 #서해문집 #징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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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생, 2009년 발령. 16년차 초등교사입니다. 1~6학년 담임 경험이 있고 6학년은 8번, 1년 이상 근무한 모든 학교에서 생활-학폭 부장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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