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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시켜서..." 졸업 후 돈 빼앗긴 제자들

양평의 한 특수교사, 졸업생에게 수천만 원 편취로 실형...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 가능성

등록 2026.06.05 10:55수정 2026.06.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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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교육법 제 1조에 따르면, 특수교육은 장애학생의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보호 받아야 할 장애학생들이 오히려 가장 신뢰해야 했던 특수교사로부터 경제적 착취를 당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모두 지적장애인으로 피고인의 특수학급 제자들이다.
특수교육법 제 1조에 따르면, 특수교육은 장애학생의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보호 받아야 할 장애학생들이 오히려 가장 신뢰해야 했던 특수교사로부터 경제적 착취를 당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모두 지적장애인으로 피고인의 특수학급 제자들이다. 이건희

경기도 양평의 한 고등학교 특수교사가 발달장애 학생들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총 3명, 피해 금액은 2,400만 원에 달한다. 이 특수교사는 지난 해 12월 준사기 등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지난 5월 19일 준사기와 폭행,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615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 학생들의 장애를 이용해 재물을 교부 받았고, 연간 300만 원 초과 금품을 수수하였으며, 식당 등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폭행하는 등 모든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특수교사 A씨는 장애인 e-스포츠대회 훈련, 취업 및 자격증 취득 등의 이유로 이미 졸업한 피해자들을 학교에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하면서 회비, 자격증 시험 탈락 벌금, 개인 벌칙 등의 명목으로 제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씩 송금했고, 이러한 행위는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특히, 피해자들은 모두 해당 학교 특수학급 출신의 졸업생으로, 피고인의 제자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자들의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구체적인 사용처나 사유를 알리지 않고 돈을 요구해도 자신의 요구에 응한다는 사실과 피해자들로부터 회비 명목으로 돈을 걷어도 사용 내역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본인의 특수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범행에 이르렀다며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피고인 A씨는 재판에서, 졸업생들에게 선결제하거나 대납한 비용을 받은 것이라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국회 서미화 의원실(보건복지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 10년간 해당 학교에서 진행된 특수교육 대상자의 자격시험, 체육대회, e스포츠, 방과 후 프로그램은 모두 수익자 부담 없이 보조금과 지원금으로 진행되었다고 회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구상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 상대방을 위해 지출한 내역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피고인은 돈을 받을 당시나, 이후에도 지출 내역과 증빙을 제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보았다. 특히 특수교사와 제자 사이에 금전 채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그 내역을 상세히 관리하여야 한다는 사실은 교사 본인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텐데도 어떠한 메모조차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피고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피해학생들의 계좌에서 22년 9월 26일부터 2024년 12월 31일 기간 동안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250만원까지 합계 약 2,400 만원이 송금된 사실이 확인된다(판결문 중 일부).
피해학생들의 계좌에서 22년 9월 26일부터 2024년 12월 31일 기간 동안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250만원까지 합계 약 2,400 만원이 송금된 사실이 확인된다(판결문 중 일부). 이건희

졸업했는데 왜?


이 사건에서 떠오르는 한 가지 의문은, 이미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왜 교사와의 관계를 끊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학교와 교사는 통상의 교육기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 참여 기회가 제한되는 경우, 졸업 이후 학교나 교사와의 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졸업생이지만 학교는 여전히 익숙한 공간이기도 하고, 특수교사는 학생들에게 보호자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문제는 위와 같은 관계가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사건 피해자들은 특수교사가 거역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A씨는 제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른 졸업생을 동원해 연락을 했고, 모임 참여와 회비 납부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 사건 피해자를 지원한 이재원 변호사(경기남부장애인권익옹호기관)는 위와 같은 행위가 자칫 '자발적 가담'으로 오인될 수 있지만, 피해자들에게 피고인은 거역할 수 없는 존재였다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생계와 진로가 막막했던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점에서 실상은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문점은, 추가 피해자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재판에서 피해자들을 대리한 박민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이 사건 피해자가 3명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졸업생 모임이 장기간 지속되었고, 교사의 요구에 의한 금품 납부를 학생들이 '착취'가 아니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 판결문에도 다수의 졸업생들이 학교를 방문하거나 모임에 참여한 정황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또한 지난 9일 KBS뉴스 보도("배운 빚 갚아야지?"…장애인 제자 돈 뜯은 '낭만사부')에서도, 이 사건 피해자 외 다른 졸업생의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 피해 학생도 '이제 돈 버니까 밥 값 내야지, 빚 값아야지'라는 특수교사 A씨의 요구에 30만 원씩 월급을 상납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적 착취 사건은, 피해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스스로 피해라고 인식하지 못하거나, 관계 단절이나 두려움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사건 역시, 울고 있는 피해 학생을 우연히 길에서 만난 다른 학부모가 지난 해 4월 국민신문고에 제보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이번 사건이 교사 A씨만의 일탈인지도 여러 의문이 남는다. 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 청년들은 지역사회에서 누구와 관계를 맺고 있을까. 졸업생들이 수년간 학교를 드나들며 교사로부터 금품 상납을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을 학교가 몰랐다면, 모른다고 그칠 것이 아니라 왜 몰랐는지를 소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닐까.

법원 선고 이후에도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여러 명의 피해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졸업 이후까지 이어지는 구조에 대한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비슷한 피해자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 1조에 따르면, 특수교육은 장애학생의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보호 받아야 할 장애학생들이 오히려 가장 신뢰해야 했던 특수교사로부터 경제적 착취를 당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피해 학생들이 졸업한 이후에 범행이 지속되었다는 사실은 발달장애 청년들이 처한 취약한 사회적 관계망과 지역사회 지원체계의 공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건 자체보다 사제 관계가 착취의 수단이 되었다는 점이 우리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여주지원 안태윤 판사는 판결문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단지 피해자 개인의 인격과 신체의 완전성을 해하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선량한 풍속과 공공질서를 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한 피해 학생은 법정 증인 신문 과정에서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이렇게 진술했다.

"이제 다시는 저희 돈이랑... 이렇게 때리는 것을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건이 단지 피해 학생 3명에 대한 한 교사 개인의 일탈로 기록되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 #경제적 #착취 #학대 #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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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에서 활동하며, 국가폭력· 이주 노동· 장애 분야 인권침해 사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상담센터와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등 에서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자 지원과 제도 개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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