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신 없고 포옹이 전부였던 <모자무싸>, 왜 그랬을까

드라마는 끝났지만 내 마음속에는 평생 기억 날 작품

등록 2026.05.29 09:52수정 2026.05.2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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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을 위해 싸우고 있다>(아래 모자무싸)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마지막 화에서 장미란(한선화 분)이 변은아(고윤정 분)를 안아주는 장면이었다. 출발점은 다르나 '엄마'라는 이름 아래서 같은 엑스표를 가진 이들이 끝내 동그라미로 사랑에 이르는 뭉클한 장면이었다.

은아는 9화에서 투명하기 짝이 없는 미란을 보며 말한다. 큰일 났다, 당신이 좋아져. 맥락을 보면 은아와 미란의 관계는 복잡하다. 국민배우 오정희(배종옥 분)가 은아의 생모가 미란의 새엄마다. 서로 알고 지내는 것만 해도 불편을 넘어 잘못하다간 증오로 치달을 수 있건만, 좋아지고 있다니 은아 입장에서는 큰일 맞다.


큰일났다, 당신이 좋아져 은아는 9화에서 투명하기 짝이 없는 미란을 보며 말한다. 큰일 났다, 당신이 좋아져. 이 대목에서 큰일이라는 표현 이상이 없다. 맥락을 보면 은아와 미란의 관계는 복잡하다. 서로 알고 지내는 것만 해도 불편을 넘어 잘못하다간 증오로 치달을 수 있건만, 좋아지고 있다니 은아 입장에서는 큰일 맞다.
▲큰일났다, 당신이 좋아져 은아는 9화에서 투명하기 짝이 없는 미란을 보며 말한다. 큰일 났다, 당신이 좋아져. 이 대목에서 큰일이라는 표현 이상이 없다. 맥락을 보면 은아와 미란의 관계는 복잡하다. 서로 알고 지내는 것만 해도 불편을 넘어 잘못하다간 증오로 치달을 수 있건만, 좋아지고 있다니 은아 입장에서는 큰일 맞다. JTBC

미란은 이때 이 큰일의 진의를 어느 정도 파악했을까. 아마 아, 내가 다소 지랄맞은 성격이 있다 보니 가까워지면 피곤해질 것 같은데, 또한 나의 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필연이기도 하지, 그게 나야, 이 정도 감정을 가지지 않았을까.

문득 은아의 또 다른 자아가 미란 같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은아의 강함이 겉으로 마음껏 투명하게 표출된다면 미란의 모습이 되는 것 같았다. 반대로 미란의 감추고 싶은 약함으로 옷을 입은 모습이 은아 같았다. 그러니 둘이 끌리는 것은 자석의 원리와 같은 셈이다.

은아는 생각했을 것이다. 오정희의 친딸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마 나에게 그려주지 않은 동그라미를 실컷 받고 살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 역시 엑스투성이인 것을 보며, 역시 오정희 하며 참을 수 없이 끓어오르는 연민을 느꼈을 것이다.

이 세계에서 은아보다 그 거절을 잘 아는 사람이 없었을 테니, 누구보다 그걸 끌어안아 주고 싶었을 것이다. 다만,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은 함부로 넘기 무서운 것이었다. 무너지는 순간 화해보다 관계 자체를 압사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둘은 그런 '적과의 동침' 같은 아슬아슬한 선상에서 친하게 지낸다. 미란과 손을 잡고 다니고, 팔짱도 끼고, 술에 취해 웃고 있다. 정체가 드러날 뻔한 몇 번의 변곡점을 겪고 둘의 관계는 알게 모르게 팽팽한 구석이 생긴다. 그때, 미란은 모종의 사건을 해결지으며 내뱉은 오정희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오정희가 자기 친딸 보고 근사하대.


근사하다는 말은 엄마에게 엑스표가 찍어져 늘 '휴먼 두잉'으로 쉴 수 없게 만들었던 은아를 '휴먼 비잉'에 이르게 하는 말이었다. <나의 아저씨>의 엔딩에 나온 이지안이 이른 그 '평온'함에 은아를 착륙하게 만들어준 것 같은 딱 적절한 말이었다. 너 진짜 존재 자체로 괜찮더라.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 그간 켜켜이 쌓여온 뿌리 깊은 갈등이 고작 눈물 한 방울과 함께 융해되는 건 너무 무해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플래시백을 넣으며 과거 회상을 했다면 맙소사였겠지만. 조금만 더 정교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마음을 때리는 무언가에 수긍하지 않기는 어려웠다. 은아는 말한다. 저예요, 변시온. 미안해요, 미리 말 못 해서. 너무 갑작스레 찾아온 균열에 미란의 마음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실제로 드라마를 보면서, 그래 복잡한 거 알아. 근데 지금은 그냥 안아줘 제발, 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마치 감독(?)인 내 말을 미란이 알아듣고 은아를 안아줄 때 또르르 눈물이 흘렀다.

‘사랑’은 포옹을 통해 더 선명한 최선으로 표현된다. 오정희에게 그토록 인정받고 싶었는데 도달하지 못한, 그러나 친딸에게는 ‘근사하다’라는 말을 하사한, 그래서 근사한 건 도대체 어떤 건지 자신도 거기에 도달하고 싶었던 미란. 복잡한 마음속에서도 은아를 안아줄 수 있었던 건 그녀야말로 은아가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포옹을 통해 더 선명한 최선으로 표현된다. 오정희에게 그토록 인정받고 싶었는데 도달하지 못한, 그러나 친딸에게는 ‘근사하다’라는 말을 하사한, 그래서 근사한 건 도대체 어떤 건지 자신도 거기에 도달하고 싶었던 미란. 복잡한 마음속에서도 은아를 안아줄 수 있었던 건 그녀야말로 은아가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JTBC

오정희에게 그토록 인정받고 싶었는데 도달하지 못한, 그러나 친딸에게는 '근사하다'라는 말을 하사한, 그래서 근사한 건 도대체 어떤 건지 자신도 거기에 도달하고 싶었던 미란. 복잡한 마음속에서도 은아를 안아줄 수 있었던 건 그녀야말로 은아가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자무싸>에서는 유난히 이런 포옹이 뛰어나 보인다. 그 흔하디 흔한 입맞춤이나 키스 장면도 없다. 감정 시계로 크로스만 했지. 그런 배제 속에서 '사랑'은 포옹을 통해 더 선명한 최선으로 표현된다. 정지우 작가는 전에 롤랑 바르트를 인용하며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섹스가 아닌 껴안음이야말로 진정한 '충족'의 사건이라고 적는다. 완벽한 껴안음의 순간에,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그저 그 따사로운 평온 속에서 완전하게 채워진다. 그 속에서는 다른 모든 욕망의 작동들이 정지하며, 그저 '괜찮은' 상태가 된다. 욕망과 결핍이 인생을 계속 '어딘가'로 이끌고 간다면, 포옹과 충일은 우리를 여기에 머무르게 한다. 꼭 껴안고 있는 건 더 이상 불안에 떨며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쫓는 일로부터 우리를 정지시킨다. 그래서 바르트는 포옹이야말로 사랑에서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다.'

근사한 표현이다. 같은 근원적 엑스표를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이, 포옹에서 발생한 충일로 말미암아 근사한 휴먼 비잉이 되는. 이러한 충일이야말로 인간의 근원적 불안에서 야기된 두잉을 정지시키고 인간 존엄의 궁극적 비잉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진실이었다.

휴먼 두잉을 휴면 비잉하게 만들어주는 포옹의 충일 모자무싸에서는 유난히 이런 포옹이 뛰어나 보인다. 그 흔하디흔한 입맞춤이나 키스 장면도 없고, 다시 말하지만 동만과 은아는 손을 잡은 적이 없어 보인다. 크로스만 했지. 그런 배제 속에서 ‘사랑’은 포옹을 통해 더 선명한 최선으로 표현된다.
▲휴먼 두잉을 휴면 비잉하게 만들어주는 포옹의 충일 모자무싸에서는 유난히 이런 포옹이 뛰어나 보인다. 그 흔하디흔한 입맞춤이나 키스 장면도 없고, 다시 말하지만 동만과 은아는 손을 잡은 적이 없어 보인다. 크로스만 했지. 그런 배제 속에서 ‘사랑’은 포옹을 통해 더 선명한 최선으로 표현된다. jtbc

어쩌면 진만의 개똥철학(?) 같은 "그냥 존재하라고 가만히"라는 말에 "가만히 있기가 얼마나 힘든 건데"라며 동만을 통해 반문 되었던 그 답이 이로써 완성된다. 무가치함과 싸우느라 여기저기 '휴먼 두잉'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 그냥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뜨거운 포옹, 곧 사랑, 충일이 필요한 것이다. 그저 온 존재로 나를 존재 자체로 안아주는 그런 포옹 말이다.

이 드라마는 그렇게 무가치함과 싸우는 우리를 안아주지 않았나. 이 장면을 비롯해, 셀 수 없는 장면들과 분위기, 느낌, 그리고 언어와 말들로. 이러니 드라마는 끝났지만, 아마 내 마음속에는 평생 재생 중일 것이다.
#모자무싸 #모두가자신의무가치함과싸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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