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라 오르가니사시온. 한 잔의 커피는 단지 향미만 나르지 않는다. 그 한 잔이 내 손에 닿기까지 거쳐온 모든 과정의 기억을 함께 나른다. 그 지역의 로스터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원두와 씨름했던 흔적, 카페 주인이 개인의 취향으로 빚어낸 공간의 섬세함까지. 균질화된 공정으로는 결코 나를 수 없는 것들이다.
이안수
우리 부부는 오악사카 역사 중심지에 위치한 마세도니오 알칼라 극장(Teatro Macedonio Alcalá)을 종종 찾는다. 멕시코 아르누보 건축의 대표작으로, 오악사카 시민들에게 '예술의 신전'으로 여겨지는 극장이다. 오악사카 특유의 녹색 석재(칸테라 베르데)를 사용해 지은 아치형 주 출입구로 들어서는 순간마다 가슴이 뛴다. 오랜 역사를 품은 이 극장에서 수시로 오악사카 주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콘서트가 무료로 열린다. 이따금 2층 박스석이 우리 차지가 되기도 한다.
이 극장의 1층 천장 높은 공간은 '카페 라 오르가니사시온(Café La Organización)'이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이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하는 것만으로도 극장으로 들어설 때의 설렘을 느낀다. 많은 나라의 도시들에서 이런 목 좋은 공간의 카페는 스타벅스 차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오악사카 소규모 생산자들의 커피를 취향에 맞게 맛볼 수 있다.
부드럽고 균형 잡힌 한 잔을 원한다면 '플루마 오악사카(Pluma Oaxaca)'가 제격이다. 오악사카 남부 해안 산악지대 화산토에서 자란 이 커피는 코코아·캐러멜·견과류의 향기로운 풍미에 부드러운 질감이 더해져, 자극 없이 오래 머무는 여운을 남긴다. 섬세하고 생기 있는 맛을 찾는다면 '이툰두히아(Itundujia)'로 눈을 돌려볼 만하다. 해발 1600~1700m 고지에서 재배되는 이 커피는 청사과·망고·구아바를 연상시키는 열대과일 풍미와 꿀 같은 단맛이 어우러져 마치 과일 그릇을 컵에 담은 듯 산뜻하다.
더 복합적이고 강렬한 경험을 원한다면 '믹스테카 알타(Mixteca Alta)'가 기다린다. 오악사카 북서부 믹스테카 원주민 공동체 소농들이 그늘 재배로 키운 이 커피는 라즈베리·체리 같은 붉은 과일 풍미와 시트러스 산미, 정향·바닐라 향신료 뉘앙스가 겹겹이 쌓인다. '예술이 도시의 영혼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극장 카페의 영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땅에서, 이 땅의 농부들의 땀으로 영근 커피 원두에 있지 싶다.
'라 오르가니사시온'은 1989년 커피 가격 폭락이라는 위기 속에서 소규모 농가들이 흩어진 힘을 모아 하나의 조직으로 연대한 3500여 농가의 연합 조직이다. 107개 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중 85%는 원주민 집단이다. 농민들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스스로 통제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대형 기업이 좌우하는 시장에 맞서 커피 농업의 자율성과 존엄을 지켜낼 수 있게 한 것이다. 거대 시장 지배자가 모든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이익을 나누는 호혜적 구조이다.
오악사카의 글로벌 프랜차이즈에 대한 거절과 저항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소비에 담긴 욕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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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없는 멕시코 마을, 특별한 커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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