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도롱뇽 새끼. 숲의 건강함을 증명한다.
전갑남
그 기대감을 안고 맑은 물웅덩이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갔다. 투명한 물 아래로 까만 물체들이 그물그물 움직이는 게 보였다. 꼬리를 꼬물거리며 헤엄치는 꼴이 꼭 개구리 올챙이 같기도 하지만, 이 녀석들이 바로 알에서 깨어난 도롱뇽 새끼들이다. 그 곁으로는 소시지나 순대 모양을 닮은 투명한 알주머니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미 새끼들이 모두 빠져나가 속이 훤히 비친 채 물속을 지키고 있는 빈 알집이었다. 알집을 밀어내고 나온 작은 생명들이 깨끗한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에서 싱그러운 생명의 움트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저 작은 것들도 시간의 등을 타고 자라 어느 날 숲의 주인이 될 것이다.
녀석들, 다 자라면 이 웅덩이를 떠나 어디로 갈까. 숲속 낙엽 아래 몸을 숨기고 살아가다가도, 비 오는 날이면 다시 이 물가로 모여들까. 작은 도롱뇽들이 살아간다는 건, 그 숲의 물과 흙이 아직 건강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작은 생명 도롱뇽을 뒤로하고 숲길은 다시 사람의 길로 이어졌다.
유모차도 휠체어도 길을 잃지 않는 넉넉한 숲길
능선을 따라 만수산 무장애길로 접어들었다. 경사가 거의 없이 완만하게 이어지며, 흙길과 데크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이곳 무장애길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가장 긴 코스 중 하나로, 숲을 길게 따라가며 충분히 여유롭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유모차도, 휠체어도 숲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수 있는 길이다.

▲ 유모차도 휠체어도 함께 걷는 넉넉한 만수산 무장애길. 숲이 우리를 공평하게 품어준다.
전갑남
그렇게 천천히 걸어 오른 끝에 만수산 정상에 닿는다. 높지 않은 산인데도 시야는 뜻밖에 멀리 열려 있었다. 한쪽에는 짙은 초록의 숲이 능선처럼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는 인천의 도시가 겹겹이 펼쳐진다. 회색의 건물 숲과 푸른 나무숲이 맞닿아 있는 모습은 묘하게 낯설지 않다. 도시는 멀지 않고, 숲은 가깝다.
만월(滿月)과 만수(萬壽), 끝내 비어 있지 않은 산
문득 두 산의 이름이 떠오른다. 만월산과 만수산. '가득 찬 달'과 '오래 삶을 품은 산'이라는 이름처럼, 두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비어 있지 않다. 달처럼 조용히 빛을 품고, 생명의 숨결처럼 넉넉하게 숲과 사람의 시간을 받아내고 있다.
바람은 정상에서도 크지 않게 지나간다.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이 아니라, 숲을 한 바퀴 돌고 온 듯 부드러운 바람이다. 높지 않은 산이기에 오히려 더 가까이 도시를 품고, 더 가까이 사람을 품는 느낌이다.
잠시 서 있으면, 이 산이 왜 시민들의 산인지 알 것 같았다. 멀리서 보면 낮고 평범하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하루의 속도를 조용히 늦춰주는 곳. 만수산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만수산 정상에 서서. 달빛과 생명의 숨결로 채워진 시간의 끝이다.
전갑남
하산길에도 숲은 조용했다. 그리고 다시 도롱뇽 마을 앞을 지나며 작은 생명들의 물살이 떠올랐다. 오늘 산행에서 오래 남는 것은 높이가 아니라, 그 안을 채우고 있던 시간들이었다.
"신록의 산에서 좋은 공기 마음껏 마시고, 반가운 도롱뇽까지 만났으니 오늘 산행은 최고였지!"
일행의 말에 우리 모두는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득 찬 달빛과 오래 살아온 숲의 숨결처럼, 산은 끝내 비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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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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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웅덩이를 봤더니... 움직이고 있던 까만 것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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