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구도심 걷기 여행, 국밥으로 시작합니다

등록 2026.06.01 14:49수정 2026.06.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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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웅진 백제 시대의 울타리 공산성을 걷고 나온 뒤끝이라 시장기가 돌 만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던가.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공주에서 소문난 국밥집으로 향했다. 소문난 국밥집답게 공주에 오신 전직 대통령들이 이 국밥을 먹었다고 한다. 대파로 우려낸 국물이 개운하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제민천을 따라 공주 구도심 투어를 시작한다. 공주중학교 앞 황새바위 옆 언덕 위로 공주 천주교 순교 성지(충청남도 기념물 178호)로 갔다. 언덕 계단으로 서서히 오른다. 공주 지역에 천주교가 전파된 것은 신해박해(1791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십자가 길을 따라 걷는다. 아름드리 소나무들 사이로 좀 더 오르자 천주교 신자들이 탄압 당한 열두 개의 '빛 돌' 순교성지. 열두 사도를 상징하고 이름 없는 무명 순교자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순교지를 벗어나 다시 제민천 쪽으로 향한다. 봄 날씨 답지 않게 중천의 햇살이 거세다. 우산으로 햇빛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투어를 잠시 멈추고, 주변 편의점에 들러 냉수와 아이스크림으로 열기를 식힌다. 다행히 실바람이 귓불 사이로 살포시 불어온다. 제민천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제민천 다리 밑으로 피라미가 일행을 반기듯, 무리 지어 살랑 거린다. 가는 곳마다 기웃 거리지 않아도 눈요기 할 볼거리가 지천이다.

추억의 거리로 들어서자 시간을 담아 이야기를 품은 골목길을 따라 1980년대 교복을 입고 추억의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들이 제법 보인다. 그들은 사진을 찍으며 잠시 추억 속으로 여행한 듯하다. 그 시절 그 길 위에선 이름 모를 꿈들이 피고 졌다. 제민천 따라 걷는 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제민천의 맑은 물은 그 시절의 사연을 간직한 채, 오늘도 공주 구도심을 유유히 흐르고 있다.

제민천을 지나 옛 공주 읍사무소로 향한다. 1923년 일제강점기에 지은 서양식 건물이다. 처음 충남 금융조합 연합회관으로 사용하다가 1932년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자, 공주 읍사무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건축물은 공주 근현대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한 해설사님이 기다렸다는 듯 해설을 이어간다. 공주 읍사무소가 개설된 후, 처음으로 읍·면서기 채용시험을 보았다고 한다. 한 합격자의 생생한 후기가 전시되어 있다. 흥미롭다. 또 눈에 띈 것은 공주시 어느 직원의 봉급명세서. 그 시기에 교직 계에 근무했던 일행이 자신의 봉급 내력과 비교하면서 관심을 보인다.

 풀꽃문학관
풀꽃문학관 김병모

해설사님은 조금만 더 가면 나태주 시인 '풀꽃 문학관'이 있으니 꼭 가보란다. 풀꽃 문학관에 들어서니 담장에 써 놓은 <풀꽃> 시가 먼저 반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한 걸음 더 들어가니 문학관 정원 바윗돌에 새긴 <풀꽃> 시가 야생화에 살짝 가려 절묘하다. 문학관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나태주 흉상이 잔잔한 미소를 띠면서 일행을 맞이한다. 뒷배경으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와 어우러져 묘한 감동을 준다. 과히 '풀꽃 문학관'답다. 곳곳에 <풀꽃> 시가 눈에 띈다.

문학관을 나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나태주 시인과 기념사진 한 컷을 부탁하자 흔쾌히 응답하셨다. 문학관 밖으로 나서는데 한 무리 학생들이 들이닥친다. 인솔 교사에 따르면 수원에서 온 문학 동아리 학생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조금 전에 떠난 나태주 시인을 못 뵈어, 못내 아쉬워하면서 문학관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풀꽃 문학관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담아갈까.


일행은 골목 모퉁이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 전에 고풍스러운 카페에 들러 잠시 호사를 부렸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투어 후일담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돌이켜보건대, 공주 구시가지 제민 천변을 걷다 보면 공주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이 보이고, 한편으론 금강 건너 신시가지에 밀린 아쉬움도 뒤 섞여 묘한 애잔함을 느낀다. 무엇보다 점심으로 먹었던 국밥과 저녁으로 먹었던 골목길 옆 초밥집 맛이 내내 생각난다. 공주 구시가지 제민천 길 따라 걷는 투어, 다시 하고 싶은 사람, 어디 없소.
#공주 #제민천 #풀꽃문학관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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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오마이뉴스, 대전일보 등 언론사나 계간 문학지에 여론 광장, 특별 기고, 기고로 교육과 역사 문화, 여행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따뜻한 시선과 심오한 사고와 과감한 실천이 저의 사회생활 신조입니다. 더불어 전환의 시대에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즐기면서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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