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욕심을 버리지 못했나?

[비켜나니 보이네 14]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며

등록 2026.06.01 10:32수정 2026.06.0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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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에 들면서 가슴에 새긴 말이 '욕과기과(欲寡其過)'. 욕과기과는 <논어>에 나온 말로 자기의 잘못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거백옥이라는 선비의 삶의 모습을 드러낸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잘못(過)'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나는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오히려 욕심이 더 생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노탐(老貪)'이란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 욕심이 지난날 쌓아 올린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옛 어른들은 이를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이 말을 깊이 되새기면서 육십을 맞이하였다.

지금까지 물질에 관한 욕심을 내지 않고 살아왔다. 부동산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코인과 주식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그저 내가 일한 대가를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사람에게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사람 가운데 특히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욕심을 곧잘 부렸다. 그로 학생들을 많이 힘들게 했다.

학교에서 정년 퇴임하고 시골살이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마음이 굳건하지 못한 나이기에 물질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길을 선택한 것이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세속과 거리를 둔 자연과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레 사람에 대한 욕심도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아이들에 대한 욕심은 학교에서 물러났으니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없다. 그저 시간이 날 때 길을 따라 산을 오르는 것이 나의 유일한 취미이다. 산길을 오르면서 나는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산 정상을 향해 열심히 오르지만, 정상에 머무는 시간은 매우 짧다.

하지만 내려오는 순간 그 짧음에 대한 아쉬움이니 후회는 없다. 내려올 때 끝없이 내리막길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려가다 보면 가끔 오르막이 나온다. 그때 착각하면 안 된다. 그 오르막 뒤에는 더 많은 내리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퇴임 후, 꿈꾸던 시골살이를 하다 어느 날, 정말 우연한 계기로 프놈펜한국국제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다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시작하여 무사히 1년을 보냈다. 1년을 무사히 지나고 나니 욕심이 슬며시 생긴다.


내 수업이 읽기와 쓰기 중심인 이유

내 수업은 크게 읽기와 쓰기 두 가지 형태로 진행한다. 교과서를 읽고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읽는 것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정보에 따른 판단도 아울러 하게 된다. 다음으로 읽은 정보를 평가하는 쓰기이다. 교과서 내용과 지금 아이들의 삶과는 시간과 세대의 차이가 있다. 정보를 자신의 잣대에 따라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인공지능 시대에 로봇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나 새롭게 생겨난 말들이 만들어지는 4가지 방법을 교과서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 방법 가운데 어느 것이 좋은지 물었다.

"우리말로 다듬기가 제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외국에서 가지고 와서 쓰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e-book을 전자책으로' 얼마나 보기 편하고 읽기 쉽습니까? 그리고 네티즌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는데, 대화할 때 그 단어의 뜻을 모르면 얼마나 곤란해요. 우리말로 바꿔야 추측이라도 해서 그 대화에 낄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우리말로 다듬기가 제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놈펜한국국제학교 7학년 000)

글을 읽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데 '주장 – 근거 – 주장'으로 말하는 학생이 있었다. 지난번 글쓰기에서도 이 형식을 유지하여 글을 써 제출하였다.

텔레비전에서 나와 말하는 유명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주장은 강하지만 그에 따른 근거는 부족한데, 중학교 1학년인 학생이 자기의 주장을 명확히 말하고, 거기에 뒷받침하는 근거를 들고, 다시 자기의 주장을 강조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다음 글쓰기에서 이를 바로 적용한 학생을 만났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이 말을 알아듣고 곧바로 적용하여 기특했다. 그래서 글쓰기 한 학습지에 칭찬을 덧붙여 돌려주었다.

문득 잊혀 있던 욕심이 슬쩍 다가온다. 이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최고 높은 경지의 글쓰기를 말했다. 주장을 펼치고, 그 주장에 반대할 내용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 주장을 반박하면서 다시 주장을 펼치는 글쓰기를 하면 최고의 글쓰기가 된다고 일러 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러한 글쓰기는 대학교에서 이루어지며 이것을 제대로 익히면 최고의 글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토론에서 최고의 토론자가 된다.

이 말을 듣고 난 다음 글쓰기에서 바로 이 형식을 적용해 글을 쓰는 학생을 만났다. 주장 – 근거 – 주장의 글쓰기를 바로 적용하여 칭찬받은 그 학생이다.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인터넷 언어의 특징과 이를 사용하는 이유를 짧게 소개한 글이 있다. 이를 학습하고 난 뒤, 인터넷 사용 언어에 대해 아이들에게 물었다.

"나는 인터넷 언어가 필요에 따라 새로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 언어가 우리말을 해치고, 모르는 사람들을 소외시킨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인터넷 언어 또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아무 때나 무분별하게 쓰면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그건 사용자의 문제이지 언어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언어가 필요에 따라서 새로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프놈펜한국국제학교 7학년 000)

이 글을 읽고 놀랐다. 흔히 말하는 교사로서 최고인 청출어람의 행복을 맛보았다. 자랑하고 싶어 학교누리마당에 바로 올렸다. 그리고 '필독 권장'이란 말도 앞에 붙였다.

 프놈펜한국국제학교 학교누리마당 교육활동에 올린 학생의 글
프놈펜한국국제학교 학교누리마당 교육활동에 올린 학생의 글 정호갑

이보다 더 큰 욕심이 다가온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던 아이가 글쓰기에서 자기 마음을 열어 보일 때 고맙고, 욕심이 생긴다. 이 아이들이 자기 존재 가치를 찾고, 세상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삶을 이어가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 같은 욕심이 생긴다. 글쓰기로 학생들의 삶을 이끌어 준 이상석 선생님을 따라가 볼까 하는 욕심도 생긴다.

잠재우려 했던 욕심이 이렇게 불쑥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산에서 내려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는데. 어떡하지? 잘 풀리지 않네.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읽기와쓰기 #생각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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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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