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둥둥 떠다니는 함양 하천... "이게 '수질 양호'라니"

"수질 양호하다는데, 왜 주민들은 물놀이 못 하나"... 주민 체감 하천 오염 심각, 용역보고서는 '수질 양호'

등록 2026.06.01 13:53수정 2026.06.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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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집 앞 하천에서 멱을 감고 발을 담그며 놀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함양군 주민들의 이 같은 말은 향수가 아닌 지역 하천 환경 변화에 대한 체감적 경고에 가깝다. ‘청정 함양’이라는 지역 이미지와 달리, 하천은 더 이상 주민 삶과 맞닿은 공간이 아니라 그저 바라보는 대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주간함양은 이번 기획을 통해 지역 하천 오염 실태를 들여다보고, 문제의 원인과 구조를 짚어보고자 한다. 나아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현실적 해법과 대안을 모색한다.[기자말]

 5월 18일 마천면 임천에 거품이 가득 떠다니고 있다.
5월 18일 마천면 임천에 거품이 가득 떠다니고 있다. 주간함양

함양군 주민들의 수질 악화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함양의 큰 물줄기를 따라 서상·서하·안의·마천·유림·휴천 일대 하천에서는 이미 탁도(탁한 정도)가 높아진 모습이 반복적으로 목격되고 있다. 매년 지자체를 비롯한 인근 기관 등이 수질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은 "수질검사 결과 양호하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더 이상 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숫자와 체감 사이. 그 간극의 원인은 무엇일까.

'양호' 결과 아래 감춰진 주민 체감 수질

현재 하천 수질은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에 등록된 환경 기준을 토대로 관리된다.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TOC(총유기탄소), T-P(총인) 등 정량적 지표를 기반으로 수질 상태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법적으로는 객관적 기준이지만, 주민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하천의 모습까지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9일 전북 남원시 산내면사무소에서는 인월면 주민들과 남원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람천·임천 수질 개선'을 주제로 한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는 남원시가 추진한 '람천·임천 수질 관련 용역'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이번 용역은 경상국립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맡았으며 조사 대상은 람천과 임천 소권역 482㎢ 구간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설명회 당시 남원시가 주민들에게 배포한 요약 자료에 따르면 람천은 생활계·축산계·토지계 오염원이, 임천은 사업계 오염원이 상대적으로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수질 및 유량 모니터링 결과 대부분 항목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T-P(총인)와 지표 미생물인 대장균군 항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가 관측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주민 체감상 하천 오염은 이미 심각한 수준인데, 보고서에서는 오염 정도가 양호하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우리는 수질의 이화학적 수치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과거에는 하천에서 멱을 감고 놀 수 있었고 마시기까지 가능했다"며 "문제가 생겼다면 어디서 오염이 시작되는지 찾고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마천면 임천의 모습
마천면 임천의 모습 주간함양

"설명 없는 수치" 주민들은 왜 불신하나


설명회에서는 조사 결과 공개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BOD와 TOC 항목은 '매우 좋음', '보통' 등 기준을 함께 제시하며 설명했지만, T-N(총질소), SS(부유물질) 등 일부 항목은 단순 수치만 제시됐을 뿐 해당 수치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남원시 관계자는 "T-N을 비롯한 몇몇 기준은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 하천 수질 기준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 설명을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자료 안에서 호소수(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 기준에는 해당 수치(T-N 13~14)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의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호소수 기준을 하천에 대입하면 더욱 하천 수질이 심각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일부 수질 지표의 악화 양상이 설명 과정에서 충분히 언급되지 않은 점을 두고 "긍정적 결과만 강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환경 분야는 전문 용어와 수치가 많아 일반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설명되지 않은 수치" 자체보다 "왜 설명하지 않았는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천면 임천의 모습
마천면 임천의 모습 주간함양

"비가 오면 달라진다" 주민들이 목격한 하천

실제 안의면 농월정 일원과 유림·휴천면 임천강 일대 하천에서는 높은 탁도와 거품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비가 내린 직후에는 주민들이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물빛이 급격히 흐려지고, 일부 구간에서는 거품이 장시간 떠다니는 모습도 나타난다.

5월 18일 기자가 찾은 마천면 일원 임천 역시 탁도가 짙은 상태였다. 낙차가 형성된 구간에서는 흰 거품이 눈에 띄었다. 함양지역 환경단체인 수달친구들의 최상두 대표는 "탁도가 높다고 관련 행정기관에 수십 번 민원을 제기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그나마 괜찮은 상태"라며 "비가 오면 기름 같은 부유물이 떠다니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공통점은 '비가 온 뒤'다. 맑은 날보다 강우 직후 탁도와 오염 현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5일 남원시 인월면 인월중계펌프장에서 정화되지 않은 생활하수가 하천으로 유출된 정황이 포착되며 행정에 대한 불신이 더욱 가중됐다.

*다음 호에 이어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 (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
#비가 #오면 #드러나는 #하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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