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두지 않겠다는 마음들 416연대, 이영주 해고조합원 복직 촉구 서명
윤송미
나는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상상을 넘어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정당한 생활지도를 하고도 반복적인 아동학대 고소를 당한 선생님들.
민원에 시달리며 교단을 떠날 고민을 했던 선생님들.
교실에서 벌어진 일을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선생님들이 끝내 용기를 더 내어 주셨다.
우리는 들었다.
그저 앉아 있기만 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큰 고통을 겪은 선생님들이 무대에 올랐을 때였다.
한 선생님이 마이크를 잡고 나서자, 객석에서 피켓을 들고 일제히 일어서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나는 뒷자리에 앉아 있어 피켓의 내용을 읽을 수 없었지만 알 것 같았다.
"선생님, 혼자가 아닙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아마 그런 말들이 적혀 있었을 것이다. 무대 위 선생님들이 그 피켓을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것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함께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선생님 힘내세요 용기내어 나선 선생님과 함께 선 선생님들
윤송미

▲선생님 힘내세요 용기내어 나선 선생님과 함께 선 선생님들
권순구
흔들리는 깃발과 함께 "우리, 함께"의 파도가 일렁였다.
우리는 흔히 문제를 제도와 정책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그날, 말할 수 있는 자리와 들어주는 사람들이 먼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걷는다는 것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청계천 광통교를 출발해 안국동과 경복궁을 지나 청와대 앞까지 함께 걸었다.
손팻말을 들고 여러 구호를 외쳤다. 요구는 다양했다.
아동복지법 개정.
교사 보호 대책 마련.
과도한 행정업무 개선.
체험학습 안전 대책 마련.
정치기본권 보장.
교육의 공공성 회복.
행렬 옆으로 시민들이 보였다.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의아한 눈으로 가만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했다.

▲함께 걷는다는 것 시민 여러분, 저희는 오늘 아침 전국에서 올라 온 유,초,중,고 교사입니다.
권순구

▲함께걷는다는 것 교사교육권쟁취, 교사에게 교육권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
권순구

▲함께 걷는다는 것 교사를 지켜야 교육이 산다, 우리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권순구

▲청와대 앞으로 대통령에게 바라는 우리의 요구, 비행기에 실어 날리다.
윤송미
교사들은 늘 아이들의 미래를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교사 자신의 생존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생존의 위기 앞에서 교사가 거리로 나왔다.
"교사를 살려야 교육이 산다."
"교육은 우리가 할 테니, 교육부는 교사를 지켜라."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외치는 구호 뒤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 가시지 않는다.
우리 학교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함께 버틴다는 것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집단·특이 민원 대응 역량 강화 연수를 이수하고 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데, 학교 현장에 대한 민원 대응 역량 강화 요구가 그보다 먼저 도착했다.
전교조 합창단과 놀이교사모임의 공연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특히 다 함께 일어나 율동을 배운 <소문의 낙원>의 한 구절이 귓가를 맴돈다.
지치고 병든 나그네여
외톨이 나그네여
당신의 불치병은 그곳에 존재할 수 없어요
잠깐 앉아요
따뜻한 스프와 고기가 있어요
- 악동뮤지션, <소문의 낙원>
이 노래가 마치 지친 교사들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렸다.

▲지치고 힘든 나그네여 전교조 합창단 <여러모로>, 놀이교사모임 <가위바위보>와 함께 소문의 낙원
권순구

▲지치고 힘든 나그네여 전교조 합창단 <여러모로>, 놀이교사모임 <가위바위보>와 함께 소문의 낙원
권순구
잠깐 쉬어도 된다고.
혼자 버티지 말라고.
여기 앉아 함께 쉬었다 다시 가자고.
생각해 보면 이날 교사대회에서 내가 본 것은 정치 구호도 정책 제안도 아니었다.
아이를 함께 키우고,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
교사대회는 무엇을 요구하는 자리이기 전에, 서로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학교에 가장 필요한 것도 그런 확인인지 모른다.
함께 걸었던 긴 행렬속에서 내가 확인한 것도 다름 아니었다.
그날 내가 얻은 가장 큰 위로,
"선생님, 혼자가 아닙니다."
그 말을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5.30. 전국교사대회 교사를 지켜야 교육이 산다.
권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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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얻는 힘과 지혜를 동경하며 책 <과학샘의 그라운딩, 자연에서 춤추다>를 펴냈다. 두 아들(초1,4학년)을 키우며 늘 흔들리면서도 읽고 쓰고 나누길 멈추지 않는, 앎을 삶으로, 삶은 예술로, 좋은 건 다 하고 싶은 현실적 이상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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