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문화재단 김승모 대표이사
서울문화재단
그런 점에서 2025년 <윤동주문학제 – 동주를 그리다>는 종로문화재단이 오래된 문학 자산을 오늘의 예술 언어로 다시 번역하려는 시도였다. 윤동주 시인 서거 80주기와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 속에서 열린 이 축제는 기존의 시화전과 창작음악제에 더해 미디어공모전을 새롭게 도입했다. AI를 활용한 작품도 접수됐다. 심사 과정에서 논의는 있었지만,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인정하되 활용 방식을 밝히는 방향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윤동주의 힘을 '남겨진 시' 뿐 아니라 '남기지 못한 시간'에서도 의미를 찾았다.
"윤동주 시인은 한 권의 시집을 남기고 젊은 나이에 떠났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후대가 상상할 여지가 큽니다. 그가 어떤 시를 더 썼을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여백이 윤동주를 계속 새롭게 표현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봅니다."
<종로 아트 버스·투어>는 또 다른 실험이다. 광화문에서 출발해 부암동, 평창동, 홍지동, 서촌을 잇는 이 사업은 단순한 순환버스가 아니다. 평창동과 부암동 일대에는 환기미술관, 석파정서울미술관,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가나아트센터, 토탈미술관 같은 주요 시설 뿐 아니라 크고 작은 갤러리와 예술가의 작업 공간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접근성은 늘 과제였다.
"좋은 문화 자산이 있어도 가기 어려우면 시민이 만나기 어렵습니다. 평창동, 부암동에는 알려진 미술관 외에도 작은 갤러리가 많습니다. 그것을 엮어주면 미술 애호가에게도, 처음 방문하는 시민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아트버스가 앞으로 평창·부암동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윤동주문학관의 '동주마실'을 혜화동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일대로 넓히려는 구상도 있다. 북촌의 갤러리, 대학로 주변의 문학과 공연 자산까지 연결하면, 아트버스는 하나의 노선을 넘어 종로 전체를 다시 읽는 문화관광 모델이 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가이드 해설에 대한 그의 반응이었다. 처음에는 해설의 전문성이 충분한가 의구심을 가졌지만,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예상보다 크게 만족했단다. 그 경험을 통해 그는 문화 사업의 완성도 만큼 문턱을 낮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자꾸 완성된 것을 보여주려 합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 다음의 판단은 시민이 스스로 하게 하면 됩니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변화가 무엇인지 묻자, 김 대표는 거창한 목표를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종로문화재단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라고 답했다. 지역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종로문화재단이 뭐 하는 곳이냐"라며,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역할을 재단의 홍보대사로 정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재단을 압니다. 하지만 일반 주민 대부분은 잘 모릅니다. 종로문화재단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단기간에 무엇을 해내겠다는 것보다, 앞으로 가야 할 흐름을 잡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문화재단과의 협력에 대해서도 그는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광역문화재단은 광역의 자원과 기획력을 갖고 있고, 기초문화재단은 주민과 가까운 접점을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좋은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함께 공유하는 일이다.
인터뷰 끝에서, 그에게 종로문화재단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종로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 가능성이 앞으로 어떤 K-컬처로 표현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무계원 마당에는 봄의 빛이 내려앉고 있었다. 사라진 공간의 자재로 다시 지어진 집에서, 오래된 종로의 미래를 묻는 대화가 이어졌다. 종로는 오래됐지만 멈춰 있지 않다. 누군가는 그것을 보존하고, 누군가는 다시 바꾸어 보여준다. 김승모 대표이사가 말한 종로문화재단의 일은 그 사이에 있다. 종로의 시간을 오늘의 시민 경험으로 번역하는 일, 그것이 지금 종로문화재단이 붙들고 있는 가장 오래된, 동시에 가장 새로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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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써왔다. 월간지<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신문 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만나 이아기를 전하며, '서울문화투데이'와 '더프리뷰' 등 매체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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