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은 깨졌고, 밥은 식지 않았고, 나는 뜨거워졌다.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추천글
식당 안으로 들어서다 거울에 비친 사람들을 보았다. 허기진 얼굴로 묵묵히 작은 어둠 속으로 밥을 밀어 넣고 있었다. 새벽 식당 문을 열 때 먹은 첫 끼니부터 하루의 마지막 밥까지. 약속은 어느덧 설렘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바뀌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약속이 밥을 먹이고 밥이 약속을 자꾸 키우"기 때문이다.
약속이라는 것만큼 인간의 희비를 가르는 관념어가 또 있을까. 누군가의 희망은 나의 절망이기도 하다. 만선과 공선, 귀환과 죽음, 관계의 회복과 이별 등 수많은 우연이 있다. 우리는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기다림을 반복하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약속은 김 오르는 밥이라는 듯 고요한 한 끼 먹고 일어서라는" 시인의 구체적인 말처럼 상처받은 영혼을 먼저 달래고 볼 일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보행기 안에 초록 화분을 실으며 웃음을 짓듯, 매일 세수를 하고, 벗은 신발을 정리하며 스스로에게, 그리고 곁을 준 타인에게 오늘도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 보는 것. 우리는 또다시 배신당하겠지만 반복되는 약속의 하루를 기꺼이 살아가는 것이다. (정미주 시인)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