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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누비는 로봇 청소기의 실체,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선 넘는 알고리즘] 민간기술과 군사기술의 한 끗... 경계선 넘나드는 로봇의 이중생활

등록 2026.06.10 12:02수정 2026.06.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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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무기 이슈를 "국방 혁신 vs. 윤리적 우려"라는 익숙한 틀에서 빼내 들여다 봅니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의 조각을 통해 한국 사회가 AI 무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 봅니다.[편집자말]

아침 9시, '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청량한 안내음과 함께 동그란 로봇청소기가 '위이잉' 거실을 누빈다. 먼지를 흡입하고 물걸레질을 마친 뒤, 스스로 걸레를 빨고 오수를 분리해 보관하는 일련의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쏟아지는 신기술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이 정도 놀라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로봇청소기 '룸바'를 세상에 내놓았던 미국 기업 아이로봇(iRobot)이다. 1990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인공지능연구소 출신들이 세운 이 회사는 한때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고, 아마존이 인수의사를 밝혔으나, 진행되지 못하면서 2025년 12월 파산을 신청했다. 그리고 자사의 위탁제조사였던 중국 선전의 피세아 로보틱스(Picea Robotics)가 회사를 통째로 인수했다.

자율 청소 가능한 로봇청소기

 로봇 청소기.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로봇 청소기.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kowon on Unsplash

과거 아이로봇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단순한 먼지 통 비우기 기술이 아니었다. 2018년 출시된 '룸바 i7+'는 고도화된 카메라로 집안 평면도를 스스로 그리며 '거실만 청소해', '주방은 빼줘' 같은 음성 명령을 알아듣는, 방 단위 자율 청소를 가능하게 한 가전이었다. 이렇게 똑똑한 청소기를 만든 아이로봇은, 사실 룸바를 처음 개발하던 시기에 군용 로봇도 함께 개발했다.

그 군용 로봇의 본명은 팩봇이다. 팩봇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배치되었고, 9·11 테러 직후 그라운드 제로의 잔해를 수색했으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 진입한 기계로 알려져 있다. 그 팩봇 중, 이라크 전에 투입되었던 팩봇이 임무 중 폭발로 부서지자, 미군 병사들은 전사한 동료를 수습해 오듯 그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스쿠비 두(Scooby Doo)'라는 애칭을 붙였다.

2002년 가을, 팩봇의 야전 배치와 거의 동시에 199달러짜리 가전제품으로 출시된 룸바는 팩봇의 자율 항법 및 장애물 회피 알고리즘을 그대로 공유했다. 우리 집 카펫 자락을 영리하게 피해 가는 거실의 작은 원반은, 사실 어두운 동굴과 전쟁터의 잔해 더미를 기어가던 군사 로봇의 '뇌'를 일부 물려받은 셈이다. 아이로봇은 이미 2016년에 방산 사업부를 분사해 매각한 상태였고, 팩봇은 여러 손을 거쳐 현재 미국 방산·이미징 기업 테레다인 플리어(Teledyne FLIR)의 소유다.

흔히들 '이중용도(dual-use) 기술(민간 목적과 군사 목적 양쪽에 모두 쓸 수 있는 기술)'이라 부르는 사례들, 민간 기술과 군사 기술의 경계는 매우 희미하다. 미국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 한국 사회와도 관련이 있다. 2020년 12월,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로부터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이듬해 여름 거래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당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시장에 막 선보인 참이었다. 이때 스팟의 이용약관(Terms and Conditions of Sale)에 쓰인 문구가 눈에 띄었다.


'본 로봇을 무기로 사용하거나, 사람 및 동물을 위협하고 해치는 데 사용할 수 없다.' (to harm or intimidate any person or animal, as a weapon or to enable any weapon)

이후 이 약관이 위반되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현대차의 인수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21년 3월, 프랑스 육군사관학교의 전투 훈련 현장 속 정찰조에서 함께 뛰고 있는 노란색 '스팟'이 목격돼서다. 당시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업 개발 부사장 마이클 페리는 "유통 경로로 나간 로봇이 우리가 모르는 훈련에 쓰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보스턴 다이내믹스 대변인은 "이 특정 훈련은 몰랐지만, 프랑스군이 자사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다"고 입장을 정정했다. 즉, 스팟이 군사적 용도로 테스트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스팟은 인기가 꽤 좋았다. 2024년 열렸던 미 특수전사령부 전시회 SOF Week 2024에서 스팟은 가장 인기 좋은 제품 중 하나로 꼽혔다. 당시 스팟은 화학·생물·방사능 폭발물 감지 기능을 홍보하며 '네발 달린 전력 승수(A four-legged force multiplier)'라고 소개됐다. 군사 병력을 늘리지 않고도 과학기술이나 장비를 통해 부대의 전체 전투력을 몇 배로 강력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군사적 카피라는 홍보 문구도 있었다. 앞서 약관은 스팟이 비전투적인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명시했지만, 정작 전시회에서는 '전력 승수'로 소개된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을 전장에서 활용할 때 완벽히 순수하게 방어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지 되묻게 하는 사례다.

그렇기에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비롯한 로봇 기업들이 '범용 로봇을 무기화하지 않겠다'는 공개서한에 한 서명도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눈에 띄는 단서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이 자국 방어와 법 집행을 위해 사용하는 기존 기술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 로봇이 직접 총을 쏘지만 않는다면, 적을 찾아내고 정보를 수집하는 '눈과 귀' 역할을 하는 것은 약속 위반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계선 없는 로봇

 2023년 3월 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서 고스트로보틱스가 만든 4족 보행 로봇 '비전 60'이 전시돼 있다. 2023.3.30
2023년 3월 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에서 고스트로보틱스가 만든 4족 보행 로봇 '비전 60'이 전시돼 있다. 2023.3.30 연합뉴스

약관이나 단서 조항 없이도 현장에 투입된 로봇도 있다. 필라델피아의 방산 로봇 기업 고스트 로보틱스가 만든 '비전 60'이라는 로봇개다. 고스트 로보틱스가 만든 로봇개는 또 다른 업체가 만든 저격소총을 등에 얹은 모습으로 한 박람회에서 출품되었다. 이 모델을 공개되었을 때, 국제사회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언론이 로봇개의 무기화에 대해 당시 고스트 로보틱스의 CEO 지렌 파리크에게 질문하자 그는 "우리는 정부 고객에게 우리 로봇을 어떻게 사용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We're not going to dictate to our government customers how they use the robots)"고 답했다.

나는 어쩐지 그의 발언이 기술은 중립적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어법으로 읽힌다. 그래서 다시 질문하고 싶다. 과연 기술은 온전히 중립적일까. 최종 사용자가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하든 개발자들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는 것일까.

개발자의 책임과 기술의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이 무색하게도, 시장은 이미 이 희미해진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다. 로봇이 살상 사슬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정부가 무엇을 하든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관자적 태도는 방위산업 시장에서 오히려 매력적인 상품성이 된다. 그리고 한국의 몇몇 대기업은 이 시장의 기회를 포착했다.

지난 2024년 국내 대표 군수기업인 LIG넥스원(현 LIG D&A)은 고스트 로보틱스를 인수했다. LIG넥스원이 한국투자와 함께 약 3320억 원을 들여 고스트 로보틱스의 지분 60%를 확보한 것이다. 당시 이는 윤석열 정부의 '국방혁신 4.0'에서 본격화해 현 정부의 국방계획으로 이어지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구축 흐름에 발을 맞추고, 미국 방산시장 진입을 준비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해석됐다.

이로써 한국의 두 대기업은 각각 무기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약관을 가진 4족 보행 로봇과 무기를 만들지는 않지만 정부가 어떻게 사용하든 그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4족 보행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한쪽(현대차)은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선언하며 방어벽을 쳤지만, 다른 한쪽(LIG)은 기술이 살상 무기로 변모하는 것을 묵인하거나 오히려 독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다시 질문이 남는다. 민간 기술의 전용을 막는 책임은 온전히 기업의 '선의'나 '이용약관'에만 맡겨두어야 하는 것일까? 기업의 주주와 소비자, 시민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기업들이 이 모든 결정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체념하기보다 최소한의 브레이크 장치를 생각해 낼 수 있지 않을까?

 ImagiNxt 컨퍼런스에서 한 남성이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만든 중국 G1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을 흔들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ImagiNxt 컨퍼런스에서 한 남성이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만든 중국 G1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을 흔들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이 모든 기술과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삶은 매우 가깝다. 국민연금이 두 회사 모두의 주요주주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약 7%대, LIG D&A는 8% 후반대로 국내 방산 기업 중 국민연금 지분율이 가장 높다. 민간기술이 그 자체로도 킬체인(Kill Chain, 적의 공격을 사전에 탐지하고 무력화하기 위한 일련의 연속된 군사 대응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듯, 나의 국민연금이 4족 보행 로봇을 인수한 두 기업과 연결되어 있다. 로봇청소기가 윙윙 돌아가는 평화로운 거실의 한복판은 끔찍한 전장과 연결되어 있다. 모두가 연결된 이 세계에서 어느 것 하나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 우리에겐 이미 참고할 만한 답이 있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36조다. 전시상황의 민간인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법,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 36조는 '신무기, 전투수단 또는 방법의 연구·개발·획득 및 채택'과 관련해 언급했다. 체약당사국은 동 무기 및 전투수단의 사용이 본 의정서 및 체약당사국에 적용 가능한 국제법의 다른 규칙에 따라 금지되는지의 여부를 결정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결국 기술의 군사적 전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예측하고, 민간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은 제네바 협약의 당사국이자 제1, 2추가의정서까지 모두 비준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 그리고 당신의 고민과 판단은 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고 또 유효하다. 매일 아침 당신의 일상을 돌보는 로봇청소기와 누군가를 겨눈 킬체인이 함께 돌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산과 일상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면 어떨까.

참고자료:
고스트 로보틱스 CEO 발언: Brian Heater, "Ghost Robotics fires back against 'baseless' Boston Dynamics lawsuit," TechCrunch, 2022년 11월 17일.
https://techcrunch.com/2022/11/17/ghost-robotics-fires-back-against-baseless-boston-dynamics-lawsuit/
스팟 약관 출처: https://bostondynamics.com/wp-content/uploads/2023/07/spot-terms-and-conditions-of-sale.pdf
#알고리즘 #AI #로봇청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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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 대표, 평화와 교육에 관련한 활동을 하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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