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리 생태공원 무등산과 안양산이 감싸 안은 수만리생태공원. 푸른 습지와 숲길이 어우러져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수만리의 매력을 보여준다.
문운주
다음으로 향한 곳은 무돌길 11길의 백미인 큰재다. 예부터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수많은 고개를 넘었다. 큰재 역시 무등산 자락 깊은 산촌 사람들의 삶을 이어주던 길목이었다. 겨울이면 눈 때문에 넘기 힘들었지만, 마을과 마을을 잇는 소중한 통로였다.
큰재에 오르자 발걸음이 절로 멈췄다. 무등산 자락 아래 펼쳐진 수만리 마을과 깊은 골짜기, 푸른 산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에 둘러싸인 마을과 흰 구름이 어우러진 풍경은 왜 이곳이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지 단번에 알게 해주었다.
무돌길 10길의 종착지이자 11길의 출발점인 큰재는 예부터 수만리 주민들이 화순과 광주를 오가기 위해 넘나들던 중요한 길목이었다. 고개마루에 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무등산 남사면의 웅장한 산세가 사방으로 펼쳐졌다.
큰재 아래 자리한 수만리생태공원은 습지원과 편백숲, 단풍나무 군락지, 맨발걷기길이 어우러진 자연 휴식처다. 데크길을 따라 습지를 둘러보고, 편백숲 사이를 걷다 보면 숲이 주는 여유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무돌길 11길은 큰재에서 들국화마을을 거쳐 중지마을 정자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예부터 수만리 주민들이 화순과 광주를 오가기 위해 넘나들던 생활로이자 산촌 사람들의 삶이 깃든 길이다. 편백나무 숲길이 이어져 한여름에도 시원한 숲터널을 걸을 수 있다. 곳곳에 조성된 데크길과 쉼터는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중지마을 표지석 무등산 품에 안긴 중지마을.
문운주
"지금은 18가구가 살고 있어요. 외지인은 한 사람도 없고, 최고령자가 89세입니다. 예전에는 마을 주변 산비탈마다 다랑이논이 많아서 주민들이 벼농사를 지으며 살았지요."
중지마을 정자에서 농약통을 짊어진 주민 한 분을 만났다. 그는 반갑게 말을 건넨다. 공직생활을 마친 뒤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와 정착했다. 해발 409m에 자리한 중지마을은 수만리의 네 개 자연마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또한 장불재로 오르는 길이 가까워 주민들은 물론 탐방객들의 중요한 길목 역할을 해왔다.
중지마을을 뒤로하고 너와나목장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가에는 국립공원이 복원한 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다랑이논으로 이용되던 곳을 본래의 습지로 되돌려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지금은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지만, 이곳은 한때 흑염소 방목과 초지 조성으로 자연 식생이 크게 훼손됐던 곳이다. 국립공원공단은 2022년부터 토지 매입과 지형 복원, 자생식물 식재, 습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자연 생태계를 되살리고 있다.

▲너와나의 목장 습지 한때 훼손됐던 너와나목장 습지가 복원을 통해 다시 생명의 터전으로 되살아났다. 맑은 물과 초록 식생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자연의 회복력을 만난다
문운주

▲개망조 초여름 햇살 아래 피어난 개망초
문운주

▲용연마을 길손의 발걸음을 붙잡는 용연마을 정자
문운주
습지와 숲길을 지나자 길은 완만한 내리막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활엽수가 어우러진 숲길에는 초여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있었다.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용연마을 정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환산정에서 시작해 큰재와 수만리생태공원, 중지마을을 거쳐 용연마을까지 이어진 이날의 여정은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산촌 사람들의 삶을 함께 만나는 시간이었다. 발걸음은 멈췄지만 길이 남긴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탐방코스]
환산정→큰재→들국화마을→중지마을→만연재→곰적골→용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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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알프스, 산촌 사람들의 삶 이어주던 고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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