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거점형 학교급식 튀김 지원실에서 1학년 학생들이 튀김 조리 로봇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최근 로봇이 산재사고의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학교현장에 로봇 도입 이후 산재가 늘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로봇과 기술이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을까요?
"처음 학교에 로봇 도입할 때 시연을 한다고해서 노조 대표로 갔어요. 로봇이 만능이 아니에요. 튀김만 하는 로봇, 볶음까지 가능한 로봇 종류가 다양해요.
처음에는 급식실 폐암의 대안으로 로봇을 도입한다 했는데, 사람들이 인력을 대체하는 것처럼 말을 하는 거예요. 현장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로봇이 민감해요. 센서가 계속 꺼지니깐, 일을 하다가 장갑을 벗어서 센서를 만져야 해요. 비효율적이고 불편하죠. 게다가 로봇은 반죽을 못해요.
탕수육이나 치킨 튀길 때는 수제 반죽해서 1차로 튀겨야 하는데, 로봇이 못하니깐 사람이 해요. 결국 로봇이 있어도 폐암물질인 조리흄을 마시게 되는 거죠. 청소도 계속해야 하고요. 안전 때문에 로봇 앞에 가지 말라 하는데, 아니 음식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로봇이 잘 작동하는지 봐야 하잖아요? 팔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무섭더라고요."
-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책임은 누구에게 있을지 궁금합니다. 언뜻 교장선생님이 생각나는데, 교장이 안전조치를 할 권한이 있나요?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 감독자는 교장으로 되어있어요. 그런데 실제 사고나 산재가 일어났을 때 영양사에게 떠넘겨요. 산업안전보건법상 최종 책임자는 결국 예산과 권한을 가진 교육감이에요."
-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자가 교육감이고 각 학교의 교장은 관리감독자라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노사가 참여해서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다루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각 시도교육청별로 하나씩만 운영되나요?
"맞아요. 시도교육청마다 하나씩 운영되어요. 경기도 초중고등학교만 2700개 정도예요. 이 모든 학교의 산업안전을 다루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경기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거죠. 2700개 학교 중 노사 대표 각 9명씩 뽑아서 운영되니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워요. 명예산업안전감독관도 시도별로 1명뿐입니다.
- 더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있습니다. 학교는 '현업' 여부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안 된다고 하던데요. 현업이라는 게 현장에서 지금 일을 하는 노동자라는 뜻인데, 학교에서 일하는 사서나 과학실무사는 현업이 아니라는 말이 이해가 안 됩니다.
"우리도 이해 안 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두에게 적용시키지 않기 위해 현업과 비현업을 구분한 것 같아요. 급식노동자들의 노동안전 문제는 그래도 사회적으로 알려졌지만 비현업 노동자들의 산업안전 문제는 공론화 되지 못했어요.
사서들은 장시간 앉아 있거나 반복적인 책 정리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 무거운 책·자료 운반 중 허리·손목 부상 문제가 심각해요. 과학실무사들은 화학약품을 취급하잖아요? 유해물질 노출 위험이 높고, 실험기구 사용 중 화상·폭발 사고 가능성이 높아요.
특수교육지도사들은 장애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물림, 부딪침. 넘어짐 사고들이 많이 일어나요. 휠체어를 이용하는 아이들을 들거나 이동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허리 통증, 어깨통증 등도 많죠. 그런데 현업종사자가 아니라서 필수적인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이 안 되고 산재 신청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데 사서, 과학실무사, 특수교육지도사들이 '현업'이 아니라는 말을 이해하실 국민들이 있을까요?
사무직군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감정노동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보호를 못 받아요. 국가가 어떤 노동이 더 위험하냐를 임의로 판단해서 배제하는 거죠. 이 때문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 본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토론회도 열고 현업고시 업무 확대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 노동안전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으셨겠습니다.
"동료가 죽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충격적이고 심적으로 힘들어요. 학교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산업현장과 똑같아요. 그래도 눈치 보고 산재 신청도 안 했던 분들이 스스로 산재 신청을 하고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냅니다.
그리고 충북지부가 노동안전활동을 정말 열심히 잘하거든요. 교육공무직이 처음으로 순직인정을 받았어요. 단협에서 보상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요. 교육공무직뿐만 아니라 공무직 전체를 보더라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제기한 급식실 폐암 문제가 다른 사업장 급식 노동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도 보람 있어요. 같은 공공운수노조인 부산지하철 노조에선 회사에 요구해 급식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급식실을 새로 지은 걸로 알고 있어요."
"파업 응원하는 아이들의 응원메시지에 힘내요"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경숙 노동안전위원장
공공운수노조
-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려면 결국 노동자들이 모여서 파업도 하고 요구를 해야 하잖아요?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파업이라는 비난을 오랫동안 받아왔습니다.
"교육공무직 파업을 두고 '아이들을 볼모로 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학교 현장에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어요. 교장들이 파업은 정당한 행위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하고, 금일봉 주면서 다치지 않게 잘 다녀오고 꼭 승리하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교장도 생겼어요.
학교가 과거처럼 교사만으로 운영되는 공간이 아니라, 급식·돌봄·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 같아요. 그런데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의 변화예요. 예전에는 '우리 밥 안주고 어디가요?' 라고 이야기했어요. 근데 지금은 '임금 많이 올리고 오세요.', '힘들게 일하시는데 꼭 승리하고 오세요' 같은 응원의 말을 해줘요. 저 어릴 때만 해도 멸공교육을 받았는데 세상이 조금씩은 변하는 거죠."
- 새로운 교육감이 선출되었습니다. 새로운 사장이 온 셈인데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17개 교육감이 협의해서 우리의 임금을 결정해요. 그런데 임금교섭 들어가 보면 보수 교육감들은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진보 교육감도 비정규직들의 임금에 대해서는 조금 박한 반응이에요. 학교 구성원들을 차별 없이 대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과거에는 좋은 대학 보내는 게 학교의 역할로 생각했어요. 지금은 급식, 돌봄, 행정, 안전 관리 등 교육복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요. 이 일을 다양한 교육공무직들이 감당하고 있어요. 교육감들도 이 사회변화에 발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공무직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존중받고 차별 없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해요.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학교,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행복한 학교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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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하는 급식 노동자들에게 아이들이 건넨 말, 세상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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