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천의 천불천탑
장진석
지난 5월 30일, 31일 합천 '반값여행'을 다녀왔다. 합천 허굴산 천불천탑은 꼭 한번은 들러 보고 싶은 곳이었다. 이 공간에서 느낀 묘한 마음이 다시 떠오른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지역사회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승패를 둘러싼 긴장도, 서로 다른 선택이 남긴 미묘한 거리감도 시간이 지나며 잦아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사람들은 더 큰 목소리보다 조용한 위로를 찾는다. 허굴산 천불천탑은 바로 그런 마음이 머무는 공간으로 눈길을 끈다.
갈등보다 안부를 먼저 묻게 하는 곳
허굴산 천불천탑에 들어서면 먼저 정돈된 숲길과 수많은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화려함보다 단정함이 앞서는 풍경이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잠시 숨을 고르고, 저마다의 마음을 내려놓는다. 선거 이후 분주했던 지역 분위기 속에서도 이곳 만큼은 누구의 편이 아니라 모두의 안부를 생각하게 하는 공기가 흐른다.
돌과 숲, 바람이 어우러진 공간은 서두르지 않는 시간을 만든다. 크고 작은 돌이 서로의 빈틈을 메우며 서 있는 모습은 경쟁과 대립보다 공존과 인내의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지역 주민은 물론 방문객에게도 천불천탑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마음을 다독이는 쉼터로 읽히는 이유다.
천불천탑에서는 입장권 대신 소원 리본에 마음을 적어 다는 방식으로 보시가 이뤄진다. 소원리본은 이곳의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다. 리본마다 가족의 건강, 자녀의 진학과 취업, 가족의 평안 같은 소박하지만 절실한 바람이 담긴다.
선거가 끝난 뒤 사람들의 마음은 대개 거창한 구호보다 가까운 삶으로 되돌아온다. 내 가족이 평안하기를, 이웃이 무탈하기를, 지역이 다시 차분한 일상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천불천탑은 바로 그런 생활의 언어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더라도 결국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안녕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천천히 쌓은 돌탑이 건네는 메시지
기계의 힘 없이 맨손으로 쌓아 올렸다는 돌탑들은 묵묵한 시간의 상징이다. 하루아침에 높아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한 돌 한 돌 보태며 완성된 풍경이다. 이는 선거 이후 지역사회가 다시 화합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빠른 결론보다 차분한 회복, 목소리 경쟁보다 서로의 빈틈을 메우는 노력이 더 오래 남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천불천탑을 걷다 보면 말수가 줄고 걸음이 느려진다. 이곳의 힘은 사람을 흥분 시키기보다 가라앉히는 데 있다. 갈등과 피로가 쌓인 시기일수록 이런 장소가 지역사회에 주는 의미는 더 크다. 천불천탑은 조용한 풍경으로도 공동체가 다시 서로를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허굴산 천불천탑은 거대한 구호를 외치는 장소는 아니다. 대신 작은 소원과 조용한 다짐이 모여 오래 남는 울림을 만든다. 지방선거 이후 다시 일상을 시작한 지금, 이곳에서 마주하는 돌탑과 숲길, 그리고 소원 리본은 지역사회가 회복해야 할 방향을 잔잔하게 비춘다. 서로의 선택은 달랐더라도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까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천불천탑에 걸린 수많은 소원처럼, 이곳의 따뜻한 마음이 지역을 넘어 온 세상에 조용히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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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글로 나만의 생각을 남기고, 손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말글손 時人(지금 진심을 다하는) 장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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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대신 안부를, 천불천탑 앞에서 생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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