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가 3일 밤 당선이 확정되자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허태정
가장 먼저 성사될 줄 알았던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결국 무산된 채, 대전과 충남에서 각각 새로운 민선 9기 자치단체장이 선출되었습니다. 광주와 전남이 이번에 통합 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른 것과 비교하면,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의 기회를 놓친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대전과 충남의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모두 통합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5극 3특 구상에 발맞춰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민선 9기 임기 동안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번 행정통합 무산을 아쉬워하기보다, 오히려 더 나은 통합 혹은 대안을 준비할 좋은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행정통합 무산이 대전과 충남에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광주와 전남이 통합하여 조만간 출범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앞으로 필연적으로 겪게 될 여러 가지 갈등과 난관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대전과 충남은 후발주자로서 통합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후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두 자치단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통합 이후 행정조직 개편, 재정 운영, 통합 자치단체 청사 입지, 지역 간 균형과 갈등 조정, 지역 정체성의 조정 등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광주와 전남의 통합 과정에서 나타날 진통은 대전과 충남의 통합을 위해 무엇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참조 사례가 될 것입니다.
둘째,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이번에 무산된 것은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주민들의 충분한 동의가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야당 정치권은 통합을 위하여 한시적인 재정 지원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항구적인 재정 지원과 더 많은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고, 주민투표 절차가 생략되면서 주민의 자기결정권이 훼손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개발 권한의 지나친 확대와 규제 완화로 인한 환경 파괴와 난개발 가능성을 걱정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자치 훼손 문제를 우려했습니다.
이 밖에도 행정통합에 따른 현 대전시의 해체와 고유 정체성 상실에 대한 우려, 거점 대도시 중심의 통합으로 인해 충남의 농어촌 지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되었습니다. 민선 9기에서 다시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추진한다면 이 같은 우려와 문제 제기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해소할 설득력 있는 해법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 4일 오전 5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충남지사 후보가 당선 소감을 통해 "양승조의 복지와 김태흠의 힘센 충남을 승계한 ‘통(通)하는 충남’ 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박수현 선거사무소
나아가 이번 통합 추진 과정에서 미처 제대로 검토하고 논의할 시간이 없었던 좀 더 본질적인 고민과 토론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행정통합의 목적이 경제 성장과 개발 논리에만 치중한 채 소외 지역과 소외 계층을 포용하는 사회적 형평성이나, 환경과 생태, 지속가능성 가치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전과 충남만의 통합이 아니라 충북과 세종을 포함한 범충청권 전체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행정통합 대신 현 광역자치단체를 유지하면서 특별지방자치단체 같은 기구를 통해 자치단체 간 협력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은 아닌지 등을 차분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국가 전체 관점에서도 광주·전남처럼 통합에 이른 곳, 대전·충남이나 대구·경북처럼 통합을 추진했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한 곳, 부산·울산·경남처럼 행정통합보다는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통해 자치단체 간 특별연합을 추진하던 곳 등이 서로 병존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의 다양한 지역 모델과 운영 방식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각 지역 특성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행정통합의 결론을 미리 정해 놓지 말고, 민선 9기 임기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역 주민, 시민사회, 학계, 지역 정치권의 폭넓은 의견 수렴과 치열하고 활발한 토론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민주적 절차를 통한 합의 과정을 거쳐서 대전과 충남,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찾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에 당선된 민선 9기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이 지역의 미래를 위한 합의 과정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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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행정통합 무산, 민선 9기에서 전화위복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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