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봉 작가의 달항아리 '업다지'로 붙인 탓에 비대칭의 자연스러움이 살아 있다.
이장호
강 작가는 최근 현대식 가마의 지나치게 일정한 온도 제어 방식을 경계한다. 불이 어느 순간 확 올라가며 기물에 불완전한 변화를 주어야 도자기에 힘이 생기는데, 요즘 일부 가마들은 온도를 너무 길게 끌며 곱게만 구워내 작품이 고착화된다는 생각이다.
그는 오히려 가마 안에서 불길이 요동치며 만들어내는 뜻밖의 뒤틀림과 거친 변화를 사랑한다. 그가 추구하는 백자의 미학은 '다중적인 얼굴'에 있다.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어두운 것 같으면서도 맑은 면이 드러나고, 투박한 듯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공존하는 도자다. 은은한 빛깔 역시 강렬함 대신 눈이 편안해질 정도로 엷고 청아한 청백색을 띤다.
"빛깔도 그렇습니다. 나는 아주 쨍한 백색보다는 약간 빛이 바랜 듯한 '물 빠진 색'을 좋아합니다. 세상을 향해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기보다, 한 걸음 뒤로 살짝 물러나 있는 빛깔이지요. 그러나 결코 죽어 있는 색은 아닙니다. 잔잔하게 숨 쉬며 주변을 포용하는 온기가 있지요."
전통의 완벽한 복제를 넘어 순백의 항아리에 철분을 더하는 등 자신만의 예술적 사유를 흙에 심어내는 강신봉 작가. 과거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미감을 담아내야 살아있는 작품이 된다고 믿는 그의 달항아리는, 오늘도 세상을 비추는 은은한 달빛처럼 따스한 온기를 머금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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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사발을 엎어 하나의 무한한 원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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