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6.05 16:36수정 2026.06.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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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이 보낸 상추 덕분에 이틀 동안 상추쌈을 맛있게 먹었다.
이혁진
어제 평생교육기관인 '모두의학교'에 다니는 아내가 함께 공부하는 지인으로부터 상추를 얻어왔다. 모두의학교는 희망하는 학생에게 학교 건물 옥상의 커다란 텃밭을 활용해 채소를 키우도록 하는데 거기서 가져온 상추이다.
20L크기 봉지에 차곡차곡 담긴 상추 무게가 묵직했다. 가격으로 치면 만원이 훨씬 넘을 것이다. 상추가격이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 한 봉지가 2천원 내외다. 상추양도 평소 먹는 상추의 5배는 넘어보였다. 하지만 막상 봉지에서 상추를 꺼내니 더 많았다.
더 놀란 것은 그 많은 상추를 물에 씻고 다듬은 것이다. 뜯어 씻고 다듬어서 물기까지 제거해 봉지에 담다니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 상추를 선물 받은 아내가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점심을 풋고추에 상추쌈으로만 먹었다.
주변에 집에서 상추나 고추를 키우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채소가 하루가 다르게 커 집에서 감당할 수 없어 먹고 싶으면 뜯어가라는 것이 보통 인심이다. 실제 나도 몇번 제안을 받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한마디로 사다 먹는게 마음이 편하다.
정성이 들어간 '금추'
그에 비하면 아내 지인은 그 모든 불편함을 없애고 상추를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내 보기에 그 상추는 귀한 '금추'나 다름없었다. 무심코 받은 아내도 상추 봉지를 열어보고 상대의 정성에 무척 감동하는 눈치였다.

▲ 아내가 지인으로 부터 선물받은 상추, 깨끗이 씻어 다듬었다.
이혁진
상추는 내가 좋아하는 채소다. 찬 음식인데도 내 몸과 절묘하게 궁합이 맞는다. 그래서 건강을 생각해 시장 갈때마다 상추를 바구니에 담는다. 그런데 먹을 때는 좋은데 물에 씻고 다듬는 것이 만만치 않다. 누가 씻어주면 좋겠다며 아내에게 미루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은퇴 후 주방에서 살림을 배우면서 제일 먼저한 것이 설겆이와 '채소 다듬기'다. 그중에서 가장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 상추 세척이다. 물에 담갔다가 씻어 다듬고 채소 탈수기까지 돌려야 비로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상추를 다듬다 버리는 부분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내를 곁눈질하면 주부의 손맛과 정성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서로 이웃과 음식을 품앗이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예전에는 주고 받는 음식과 먹거리에 관심 없고 고마운 줄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상추 푸성귀 하나에도 감동을 받는다.
'금추'에 '오이지'로 보답하다
지닌해 가을 아내에게 또 이런 적이 있었다. 아내는 요가 운동을 함께 하는 동료로부터 나물을 받았다. 곰취, 참나물, 쑥 등을 데쳐 그것을 소분해 얼린 것인데 그 남다른 정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참 생각했다. 우리는 겨우내 된장찌개에 그 나물을 넣어 맛있게 먹었다. 나물을 선물 받은 이후 아내가 그 분과 더욱 친해졌다.

▲ 상추 선물에 내가 만든 오이지를 보내기로 했다.
이혁진
우리 부부는 어제와 오늘 연거푸 상추를 앞에 놓고 준 사람의 정성을 떠올리며 입이 터지도록 상추쌈을 먹었다. 맛도 시장에서 산 상추에 비해 아삭하고 연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분에게 무언가를 보답하기로 했다.
생각을 거듭하다 드디어 묘안을 찾았다. 지난 달 내가 담근 오이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오이지가 나름 맛있어 아내도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 쳤다. 오이지가 다른 사람에게 선물이 될 줄이야. 상대의 평가를 받아야겠지만 보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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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한 봉지에 담긴 정성, '금추'가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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