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6.05 16:40수정 2026.06.0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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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부터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가끔은 참지 못할 정도로 날카로운 통증이 찾아왔고, 그럴 때면 아내 앞에서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통증의 원인으로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오래전에 찾아왔던 오십견이 다시 도진 것'이라 스스로 자가 진단을 했다. '그때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겠지.' 과거에 철봉 매달리기와 자가 재활 운동으로 오십견을 이겨냈던 기억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이번에도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팔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이라 굳게 믿었다.
사실, 불어난 뱃살도 빼려는 목적으로 이곳 캐나다의 커뮤니티센터 피트니스에 등록했다. 거기에 무엇보다 이 지긋지긋한 '오십견'을 스스로 고쳐보겠다는 일념도 더해졌다. 커뮤니티센터를 등록하면서 치료와 재활의 의지가 생겨났다. 피트니스에 가서는 손으로 바를 잡고 아래로 강하게 끌어내리는 기구에 매달려 어깨를 움직였고, 수영장에 가서는 팔을 크게 휘두르는 것이 어깨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다. 몸이 비명을 지르는지도 모른 채, 하루에 3시간 이상을 운동에 쏟아부었다. 운동 뒤에 찾아오는 극심한 통증은 굳은 어깨가 풀리는 '건강한 자극'이라고 착각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통증이 지속적으로 더해지는 것을 본 아내는 보다 못해 패밀리 닥터(가정의)를 만나 상담을 해보자고 강하게 권유했다. 한국과 달리 이곳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서는 전문의를 만나기 전 반드시 패밀리 닥터를 거쳐야 한다. 그렇게 찾은 병원에서 의사는 X-ray와 초음파 검사 소견서를 써주었다. 당일 예약 없이 찍은 X-ray와 달리, 초음파 검사는 일주일이나 기다려 이번 주 수요일에야 간신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오늘, 패밀리 닥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오십견이 아니라 '어깨 인대 파열'이었다.

▲ 팔과 어깨 회복에 좋을 것이라 믿고 열심히 물살을 갈랐던 수영장
김종섭
의사는 전문적인 주사 치료와 정밀 진료가 가능한 통증 클리닉을 소개해 주며 당장 치료를 시작하라고 했다. 의사는 병원의 위치를 유선상으로 설명했다. 그곳은 몇 달 전, 아내가 목과 허리 디스크 통증이 심해 주사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갔던 바로 그 병원이었다. 아내의 치료를 위해 동행했던 그곳을 이제는 내가 환자가 되어 찾아가야 한다니, 묘한 기분이 감돌았다.
아내가 가족 카톡방에 '아빠 인대파열'이라는 진단 결과를 공유했다. 지난달 유럽 여행을 할 때 통증이 올 때마다 어깨를 움켜쥘 때가 많았는데, 당시 내 행동이 그저 '엄살'인 줄 알았다던 아들은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단순 오십견으로 치부했던 아내 역시 "엄마도 엄살인 줄로만 알았어, 아빠한테 미안하네"라며 자책 섞인 글을 남겼다. 가족들에게조차 내 통증은 그저 '나이 들면 찾아오는 대수롭지 않은 엄살' 정도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가족들에게까지 걱정을 끼친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작 병원에 가보지 않고 미련하게 참아온 세월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의사 선생님과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통증의 시발점은 6개월 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1년 전, 베란다 유리창에 크게 부딪히는 대형 사고가 있었다. 당시 팔꿈치와 아래 팔뚝 부위를 유리창에 강타하면서 유리가 산산조각 났고, 병원 응급실에서 수십 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그때 가해진 강력한 충격과 여파가 어깨 인대까지 번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6개월 넘게 엉뚱한 자가 진단으로 오히려 병을 키우고 자해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60대가 되었다는 이유로, 신체 기능이 약해져 자연스럽게 찾아온 '노환'일 뿐이라며 내 몸의 비명을 무시했던 시간들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나이 먹으면 다 그래"라는 편견에 갇혀 병을 키우는 중장년층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통증은 나이가 주는 훈장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이다. 통증이 무조건 오십견일 것이라는 오만한 자가 진단을 하면서 몸을 망치는 이들이 더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자신의 몸의 신호를 타인의 시선이나 나이 탓으로 돌리지 않고 제대로 마주하는 것, 그것이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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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이민자의 삶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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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견'인 줄 알았는데... 60대의 자가진단이 부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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