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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배워두면 좋을, 꽃들이 밤을 견디는 방법

지나침 없이 스스로 아끼고 보호할 줄 아는 꽃의 지혜... 알면 알수록 예쁩니다

등록 2026.06.11 13:56수정 2026.06.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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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부터 오도이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골 쉼터 '느루뜰'로 향합니다. 이 글은 시골 쉼터에서 '사는 이야기'입니다.[기자말]
'꽃밭을 만들기 잘했구나. 이렇게 꿀벌과 나비가 날아드니...'

꽃들이 한창이니 새로운 손님들이 분주히 찾아 든다. 꿀벌과 나비이다. 내 기억으로는, 지난해에는 꿀벌과 나비를 이렇게 자주 만나지 못했다. 나의 꽃밭에 갖가지 꽃들이 활짝 피어 있으니 꿀벌과 나비가 자연스럽게 방문한다. 귀여운 방문객들이다.


지혜로운 꽃... 공부할수록 흥미롭다

한데 섞여 어울려 조화롭다. 내 자리가 비좁다고 상대를 밀어내지도 불평하지도 않는다. 그저 키를 키우거나 옆으로 뻗어 비켜 자란다. 나무처럼 키와 몸집을 키운 방풍나물 옆구리 틈으로 키 낮은 한련화가 얼굴을 내밀고 환하게 웃고 있다.

키 작은 꽃들은 최대한 키 큰 녀석의 그늘을 피해 옆으로 꽃대를 쭉 뻗어서 해의 밝은 에너지를 흡수한다. 그렇게 하양, 분홍, 노랑, 보라, 주황, 초록은 독자적 아름다움을 발휘하며 하나의 꽃밭을 이룬다. 홀로, 또 함께 아름답다.

 한련화가 키 큰 방풍나물 옆구리 틈으로 고개를 쏙 내밀며 웃고 있다.
한련화가 키 큰 방풍나물 옆구리 틈으로 고개를 쏙 내밀며 웃고 있다.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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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바람에 한들거리며 해를 따라 꽃잎을 열었다 오므렸다 한다. 금영화, 자주달개비, 사랑초는 아침 햇살이 비치면 꽃잎을 활짝 펼친다. 해의 기운이 쇠약해지는 무렵이면 어김없이 꽃잎을 살며시 닫는다.

식물학에서는 이것을 '수면 운동'이라고 한단다. 식물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선택한 '영리한 전략'이라는 것. 꽃들이 수면 운동을 하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수분'(꽃가루받이)을 위해서다. 낮 동안은 벌, 나비와 같은 곤충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꽃잎을 활짝 열어 그들을 유인하여 '수분'이 잘 이루어지게 한다. 곤충들이 대부분 잠드는 밤에는 꽃잎을 닫아 소중한 꽃가루가 날아가거나 밤이슬에 젖지 않게 보호한다.

둘째, '이불 작용'이다. 꽃잎을 닫아 내부의 따뜻한 공기와 열을 가두어 기온이 떨어지는 밤 시간을 잘 견딜 수 있다. 그리고 밤사이 내리는 차가운 이슬로부터 꽃의 가장 소중한 부분인 암술과 수술을 보호한다.


셋째, 수분 증발을 막는다. 밤 시간에도 식물은 꽃과 잎을 통해 증산 작용을 하는데 꽃잎을 닫아 불필요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는다.

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스스로 때를 안다. 스스로 아끼고 보호할 줄 안다. 지나침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궁리하거나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다. 그날 필요한 만큼을 받고 다음 날을 기약한다. 그 적절한 선을 잊고 넘어서기 일쑤인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이다. 더 많이 더 빨리 얻으려다 번아웃이 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자연을 가만 가만 관찰하다 보면 고요한 가운데 지혜 한 줌 배우게 된다. 단순하면서도 결정적인 어떤 힘과 위안을 얻는다.

꽃과 새들 (위) 아침이면 꽃잎을 활짝 여는 자주달개비와 금영화. (아래 ) 느루뜰에 놀러 온 물까치와 직박구리
▲꽃과 새들 (위) 아침이면 꽃잎을 활짝 여는 자주달개비와 금영화. (아래 ) 느루뜰에 놀러 온 물까치와 직박구리 이정미

눈도 없는 식물이 어떻게 아침인지 알까? 해가 뜨고 기온이 오르면 꽃잎 안쪽 세포들이 바깥쪽 세포 보다 빠르게 물을 흡수해 부풀어 올라 꽃잎이 밖으로 열린다고 한다. 저녁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반대 현상이 일어나서 꽃잎이 닫힌다. 달맞이꽃과 같은 꽃은 밤에 활동하는 나방 등을 '화분 매개자'로 하기 때문에 저녁에 꽃이 핀다고.

여러모로 신기하고 흥미롭다. 꽃밭을 만들고 꽃을 키우며 나는 자연스럽게 꽃에 대해 더 호기심이 생기고 공부하게 된다. 꽃에 대해 알면 알수록 꽃이 더 예쁘다.

꿀벌과 나비가 노니는 곳

요즘 느루뜰에는 꿀벌과 나비가 많이 날아든다. 꿀벌은 꽃밭에 와서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부지런히 꿀을 모은다. 나비는 느루뜰 곳곳을 누비며 날아다닌다.

지난 일요일 아침, 나는 엄청난 광경을 목격했다. 물까치 한 마리가 팔랑이며 날아가는 흰나비를 재빠르게 뒤쫓아 가더니 부리로 냉큼 낚아챘다.

'이를 어쩌나.'

나는 갑자기 약자인 나비 편이 되어 '저 녀석 생긴 건 예쁘고 귀여운데 무지막지한 성격이군' 하며 물까치를 원망했다. 숨 죽여 지켜보았다. 물까치는 나비를 부리에 문 채로 밭두둑에 내려 앉더니 흰나비를 꿀꺽 삼켜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물까치가 나비를 잡아 먹어 버렸어."
"나비가 느리니 어쩔 수 없네."

물까치가 배를 채우기 위해 팔랑팔랑 느린 나비를 공격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이처럼 생생한 생태계의 모습을 눈앞에서 만나다니. 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느루뜰은 내게 많은 배움을 주고 있다.

꿀벌과 나비 꽃이 한창인 요즘 느루뜰에는 꿀벌과 나비가 자주 찾아 든다.
▲꿀벌과 나비 꽃이 한창인 요즘 느루뜰에는 꿀벌과 나비가 자주 찾아 든다. 이정미

'착한 소비'를 생각하며

기후 변화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런 와중에 느루뜰에 꿀벌이 윙윙 날아드니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에는 기후변화, 살충제, 해충 등을 꼽는다. 기후변화로 꽃이 피는 시기가 엉망이 되었다. 예전에는 봄이 되면 진달래, 개나리, 목련에 이어 철쭉, 라일락 등 꽃들이 순차적으로 피었다. 요즘은 봄철 이상 고온으로 꽃들이 한꺼번에 피고 진다. 그러니 정작 꿀벌이 활동하는 시기에 꽃이 없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살충제와 같은 농약의 무분별한 사용도 문제가 많다. 꿀벌이 꽃을 찾아 날아갔다가 농약이나 살충제에 노출되면 기억력과 방향 감각을 잃어버려 자기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길을 잃어 결국 죽게 된다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과일, 채소, 견과류의 상당수가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꿀벌에 의한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식물이 열매와 씨앗을 맺지 못한다. 그 식물을 먹고 사는 초식 동물, 새, 곤충들의 먹이가 없어진다. 결국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포식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생태계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생물 다양성이 붕괴되는 것이다.

농가 소득을 위해 급속으로 키우고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을 바뀌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미루면 안될 것 같다. 소비자의 의식적인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 조금 못생겨도 건강한 방식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즐겨 찾고 먹는다면, 생산자도 조금씩 친환경 농법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느루뜰에 새와 꿀벌, 나비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놀고 먹이를 구하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풍경에 관해 말하면서 '다니엘 디포'의 문장을 인용한 부분이 생각났다. 이왕이면 모든 생명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면 '괜찮은 군주'라고 스스로 으쓱하면서. 우리가 '조망하는 모든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만든다는 자각과 함께.

나는 내가 조망하는 모든 것의 군주이니, 그러한 내 권리에 대해 반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꿀벌 #나비 #물까치 #직박구리 #수면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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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글쓰기, 여행을 좋아합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자신의 성장을 너머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며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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