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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봄에도 양뿔사초를 볼 수 있을까?

2년 만에 다시 찾은 수라갯벌 양뿔사초... 국가 지정 멸종위기종들의 위태로운 상황

등록 2026.06.06 13:29수정 2026.06.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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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뿔사초를 아십니까? "

이름조차 낯선 이 식물은 환경부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등록된 '정보부족(DD, Data Deficient)' 등급의 희귀 사초과 습지식물이다. 국외 반출이 엄격히 금지된 자원임에도 그간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남한에서는 철원을 비롯한 휴전선 인근의 북쪽 땅에서만 생육하는 '북방계 식물'로 알려져 왔다.

그런 양뿔사초가 2년 전인 2024년 5월, 한반도 중남부 지역인 군산 백석제에 이어 새만금의 '수라갯벌'에서 발견되어 신문과 방송에 크게 보도되었다. 휴전선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서해안 갯벌에 어떻게 북방계 희귀 식물이 둥지를 틀었을까. 그 출생의 비밀과 양뿔사초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월 24일 수라갯벌로 걸어 들어갔다.

갈대숲속에서 나타난 멸종위기 생물

5월 24일 아침 8시, 햇볕은 벌써 한여름처럼 따갑게 쏟아졌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원 5명은 허벅지까지 오는 장화를 챙겨 신고 모자를 눌러썼다. 오늘 조사의 목표는 수라갯벌의 식물 생태, 그중에서도 양뿔사초의 생존 여부다.

수라갯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원들이 수라갯벌에서 식물조사를 하고 있다
▲수라갯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원들이 수라갯벌에서 식물조사를 하고 있다 김교진

물길을 건너 발을 디딘 갯벌에는 퉁퉁마디와 해홍나물, 가는갯능쟁이 같은 소금기에 강한 염생식물 군락이 펼쳐지다가, 이내 미나리와 개구리자리, 개피, 천일사초 같은 민물 습지 식물들이 경계를 나누어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덧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갈대와 나도솔새 등 우점종들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한여름이면 앞에 걸어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질 이 거친 갈대숲 사이로, 미나리와 물개구리밥 같은 작은 식물들이 끈질기게 살고 있었다.

대모잠자리 풀잎에 앉은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
▲대모잠자리 풀잎에 앉은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 이다운 제공(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풀잎 위에 앉은 잠자리 한 마리. 날개에 선명한 대모거북의 등껍질 무늬가 새겨져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대모잠자리'다. 낙동강 엄궁·대저대교 건설 공사 현장에서 발견되어 시민사회의 단식 투쟁 끝에 공사 추진에 제동을 걸었던 바로 그 귀한 잠자리이다. 수라갯벌에서도 매년 3월부터 5월까지 나타나 이곳이 생명의 땅임을 보여주고있다.


그곳에서 건재한 112개의 군락

갈대숲을 더 깊숙이 헤치고 들어가자 마침내 양뿔사초가 나타났다. 2년 전, 본 기자가 생생한 발견의 순간을 오마이뉴스에 송고하며 세상에 알렸던 바로 그 양뿔사초다.


(관련 기사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30704)

양뿔사초는 대가족을 이루듯 30~50개씩 한자리에 모여 살고 있었다. 한 모둠 곁에 또 다른 무리가, 그 옆에 또 다른 군락이 살고 있다. 어떤 군락은 외로이 멀찍이 떨어져 홀로 서 있기도 했다.

양뿔사초라는 이름은 생김새에서 나왔다. 줄기 끝에 달린 3~4개의 짧은 곤봉 모양 소수(작은 이삭) 끝이 깊게 갈라져 마치 양의 뿔처럼 좌우로 퍼진다. 밋밋하게 뻗은 다른 사초과 식물들과 달리 귀여운 방울을 달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관상용으로 쓰였다면 큰 인기를 끌었을 법한 모습이다.

양뿔사초 곤봉 모양 소수(작은 이삭) 끝이 깊게 갈라져 마치 양의 뿔처럼 좌우로 퍼져 양뿔사초라고 부른다
▲양뿔사초 곤봉 모양 소수(작은 이삭) 끝이 깊게 갈라져 마치 양의 뿔처럼 좌우로 퍼져 양뿔사초라고 부른다 김교진

양뿔사초 군락지 양뿔사초 군락지에 팻말을 꽂고 보호줄을 쳐놨다.
▲양뿔사초 군락지 양뿔사초 군락지에 팻말을 꽂고 보호줄을 쳐놨다. 김교진

양뿔사초군락 양뿔사초 수십개가 한자리에 모여있다.
▲양뿔사초군락 양뿔사초 수십개가 한자리에 모여있다. 김교진

이날 조사단이 수라갯벌에서 확인한 양뿔사초 군락은 총 112개. 2시간 조사만으로 찾아낸 숫자이다. 시간을 갖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면 수백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년 전 식물 전문가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찾아내 팻말을 꽂고 보호줄을 둘러두었던 그 자리에 양뿔사초는 고스란히 살아남아 있었다. 수라갯벌이 일시적인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닌, 양뿔사초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임이 명백히 입증된 순간이다.

'멸종위기종 보호' 국가의 약속은 어디로 갔나!

그러나 이 경이로운 생명의 터전은 곧 단단한 콘크리트 아래 묻힐 위기에 처해 있다. 이곳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 예정지의 한복판이기 때문이다. 봄가을이면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수만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도요새들이 중간에 쉬면서 먹이를 먹고 힘을 얻어 목적지까지 날아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수라갯벌에 공항이 들어서면 저어새·황새·흰발농게, 금개구리 등 많은 멸종위기종이 사라질 위기다.

수라갯벌식물 수라갯벌에서 조사한 식물 사진과 동물발자국
▲수라갯벌식물 수라갯벌에서 조사한 식물 사진과 동물발자국 송미례(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지난 2025년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은 시민사회가 제기한 '새만금 신공항 개발기본계획 취소 소송' 1심에서 "신공항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기본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직접 국토교통부의 토목공사 강행에 제동을 걸고 생태계의 손을 들어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즉각 항고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등으로 조류 충돌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임에도, 당국은 환경적 가치와 사법부의 판단을 뒤로한 채 여전히 공항 건설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싸움 속에서 양뿔사초와 대모잠자리, 금개구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서서히 멀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정부는 입으로만 '생물다양성 증진'과 '멸종위기종 보호'를 외친다. 그러나 현실은 국가가 보호종으로 지정한 생명들을 국가가 앞장서서 사라지게 하는 모순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날 수라갯벌에서 마주한 112개의 양뿔사초 군락은 자기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수라갯벌이 희귀동식물의 낙원임을 알려주었다. 양뿔사초가 수백KM를 날아와 힘들게 뿌리내린 수라갯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항소심 법원의 현명한 판단과 정부의 환경의식에 대전환이 없다면, 내년 오월, 수라갯벌에선 이 귀여운 양뿔사초와 멸종위기 생물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수라갯벌에 공존하는 주요 멸종위기 및 희귀 생물]
• 조류: 저어새(Ⅰ급), 황새(Ⅰ급), 검은머리물떼새(Ⅱ급), 도요새(국제적 철새)
• 곤충/양서류/기타: 대모잠자리(Ⅱ급), 금개구리(Ⅱ급), 흰발농게(Ⅱ급)
• 식물: 양뿔사초(환경부 적색목록 DD등급, 북방계 희귀종)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 SNS에도 실립니다.수라갯벌 식물조사는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풀씨연구회 지원 사업으로 진헹할 수 있었습니다
#새만금 #수라갯벌 #양뿔사초 #대모잠자리 #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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