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블로 피카소 I '여인의 흉상' 캔버스에 유채, 66×59cm 1907
김형순
큐비즘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다.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품이라 이번에 오지 못하고, 대신 '여인의 흉상'이 서울에 왔다. 피카소가 같은 해 파리 '트로카데로 민족지학 박물관'에서 본 아프리카 가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 두 작품 머리 형태가 같다. 서양 회화의 탈출구를 찾던 중 나온 것이라 세계 미술계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운동의 선각자 하면 역시 '피카소와 브라크'다. 두 작가의 초기작은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위 3번째 도판). 사실 이들에게 큰 스승이 있었다. 바로 '폴 세잔'이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1907년 파리 세잔의 '사후 회고전'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전통적 원근법적 재현에서 벗어나 사물의 형태를 원기둥, 원구, 원뿔 같은 기하학적 도형으로 환원하는 실험에 몰두했다.
1908년 비평가 '루이 보셀(L. Vauxcelles)'이 브라크 작품을 보고 "큐브(Cube 정육면체)의 연속"이라고 평한 데서 '큐비즘'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1905년에 그는 '야수파'라는 용어도 발명했다.
오르피즘(Orphism)
이번 전시의 구성 전반부(섹션1~4)와 후반부(섹션 5~8)로 나뉜다. 우선 전반부를 보자.
섹션1 '큐비즘 탄생'(1907~08)에서는, 피카소 등 거장들이 소개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섹션2 '분석적 큐비즘'(1909~11)에서는, 다중 시점으로 형태가 사라진 회화를 선보였다. 섹션3 '살롱 큐비즘'(1913)에서는, 큐비즘이 어떻게 대중화되고, 건축과 디자인에도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다. 섹션4 '오르픽 큐비즘'(오르피즘)에서는, 색채의 진동과 음악적 리듬을 시각화한 작품이 전시됐다.

▲ 로베르 들로네 I '파리의 도시' 267×406cm 1910-1912
김형순
그럼 '오르피즘'은 뭐가 다른가? 큐비즘에서 출발했지만, 색채와 리듬을 강조하며 독자적 방향으로 발전한 미술운동이다. 그리스 신화 속 음악가 '오르페우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 운동은 당시 파리 미술계에서 급진적 논쟁을 일으켰다. 창시자 격인 '로베르 들로네'와 그의 부인 '소니아 들로네', '페르낭 레제', 'F. 피카비아' 등이 이 사조를 이끌었다.
로베르 들로네는 당시 첨단도시 파리의 역동성을 살린 '에펠탑 연작'으로 유명하다. 여러 각도에서 본 것처럼 에펠탑을 재구성하고 거기에 파격적 운동감을 가했다. 기하학적 형태를 갖추고 화면에 변화를 주면서 굴절효과를 냈다. 색이 겹칠 때 발생하는 시각적 진동과 에너지도 분출시켰다.
아래 'F. 피카비아' 작품은 이국적 힌두 댄스 무용수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무희가 춤추는 동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기하학적 형태와 리듬감 있는 색채로 묘사했다. 춤의 움직임을 여러 단면으로 분해했다. 거기에 이탈리아의 기계주의 미학까지 더해 음악적 울림도 일으켰다.

▲ 프란시스 피카비아 I '우드니(미국 소녀: 춤) 290×300cm 캔버스에 유화 1913
김형순
초기 큐비즘과 오르픽 큐비즘(오르피즘)을 비유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전자는 사물의 '뼈대'를 해부해 '눈으로 보는 미술'이라 할 수 있고, 후자는 그 뼈대를 화려한 빛과 색으로 진동시켜 '눈으로 듣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후반부(섹션 5~8)를 보자. 섹션5 '종합적 큐비즘'에서는, 콜라주 기법을 통해 신문지·벽지·인쇄물 등 다양한 재료와 이미지를 결합한 실험적 조형을 선보였다. 섹션6 '국제적 큐비즘'에서는, 이탈리아와 러시아 화풍도 선보였다. 섹션7 '조각 큐비즘'(1914~1918)에서는, 로비의 동물(말)마저도 원통으로 재구성했다. 섹션8 '장식적 큐비즘'(1927)에서는, 큐비즘이 연극무대처럼 장식적 양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박래현 I '노점' 종이에 먹, 색 267×210cm 195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형순
그리고 2층 특별실에는 '한국과 큐비즘' 섹션이 있다. 한국작가 중 큐비즘 영향을 받고, 이를 한국적 현실과 정서로 변용해 독자성을 발휘한 작품을 선보인다. 기하학적 추상을 전개한 '김환기'와 '유영국', 동양화 재료로 큐비즘을 시도한 '박래현', 전쟁의 비극적 체험을 서사적 큐비즘으로 풀어낸 '이수억', 파리 시절부터 치열한 실험을 보여준 '함대정' 등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단지 큐비즘 역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리에서 시작된 시각혁명이 유럽과 세계를 거쳐 한국 현대미술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알게 한다. 따라서 관객은 피카소와 브라크의 실험에서 출발해 김환기와 유영국에 이르는 현대미술의 계보를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20세기 현대미술의 탄생과 확산을 한눈에 보여주는 입문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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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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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층짜리 미술관? 큐비즘은 왜 서울을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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