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거란, 혼자가 되는 일

스물한 살, 두 번째 투표를 마치고

등록 2026.06.07 13:26수정 2026.06.0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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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투표장에 들어갔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스무 살 여름이었다. 21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신분증을 손에 꼭 쥐고 투표소 앞에 줄을 섰는데, 괜히 긴장됐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서 있으니 어색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나도 이제 유권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묘한 설렘도 있었다.

기표소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조용해졌다. 밖에서는 사람들과 말소리가 오가고 있었지만, 커튼 안은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누구도 들어올 수 없고, 누구도 내 선택을 볼 수 없는 곳. 커튼안의 공간이 유난히 조용히 느껴졌다. 그 작은 공간에서 나는 처음으로 오롯이 혼자가 되었다.


도장을 찍는 순간의 감각도 아직 기억난다. 거창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묵직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선거는 단순히 종이 한 장에 표시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선거는 어쩌면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내 선택으로, 세상에 서명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투표를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은 52.4%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하지만 투표율의 숫자만으로는 20대들이 투표를 하기 전까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나 역시 그 수많은 20대 유권자 중 한 사람으로서, 한 표를 행사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고민했다.

처음만큼의 긴장감은 없었다. 대신 그 자리가 가진 무게는 더 크게 느껴졌다. 지난 1년 동안 수없이 많은 뉴스를 보고, 어떤 일에는 화가 나기도 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기대를 품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결국 한 표가 된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스물한 살이다. 세상을 다 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정치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게 됐다.
투표는 정답을 아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 하는 것, 그리고 그 고민의 무게를 안고 기표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투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링컨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표현했다. 나는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민주주의가 거창한 제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민주주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 위에 세워진다.


기표소 안에서는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함께할 수 없다. 평소에는 영향을 주고받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커튼안에 들어갔을 때의 순간만큼은 닿지 않는다. 결국 투표의 마지막 선택은 나 혼자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선거가 '혼자가 되는 일'이라고 느꼈다.

투표하기 전까지 세상에는 나를 설득하려는 수많은 목소리가 있다. 뉴스도 있고, 인터넷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판단이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도 비슷한 일인지 모른다. 누군가 대신 결정해 주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책임지는 것.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혼자 감당하는 일. 나에게 선거란 그런 것이다. 수많은 목소리 사이에서 끝내 혼자 남아 내리는 결정. 때로는 두렵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내 이름으로 쓰는 한 문장.
#투표 #두번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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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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