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영헌 시인의 시집
주영헌
시집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는 '사랑이 사라질 때 인류는 멸종한다'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멸종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간의 비인간화'입니다.
비인간화란 무엇일까요. 인간 본연의 자리에서 멀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시에서는 다양한 비인간화의 사례를 고발합니다. 자연의 파괴, 전쟁,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인간성 등... 어쩌면 우리는 이미 예약된 멸종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멸종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
마지막 사랑의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류는
완벽한 멸종을 예약하고야 만 것입니다.
벼락 맞을 각오로,
당신이
사랑을 싹틔우지 않는다면
* 브라질 국립 원주민재단은 2022년 7월 외부 세계와 접촉을 차단하고 홀로 브라질 정글에서 생활하던 한 부족의 마지막 원주민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 26년간 아마존 정글 깊숙한 타나루 원주민 지역에서 홀로 살았다고 전해지며,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 주영헌,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 62쪽
시 <멸종>은 한 인간의 죽음을 단순히 개인의 소멸로 치부하지 않고, '인류 멸종'이라는 비극의 서막으로 확장했습니다. 26년간 아마존 정글에서 홀로 삶을 버텨낸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의 죽음을 뉴스로 처음 접했을 때, 그것은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하나의 우주와 역사가 영원히 소멸해 버린 사건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치명적인 명제 앞에서 어떤 답을 내놓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생각한 것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단순하고도 가장 확실한 단어, '사랑'입니다. 사랑 말고 생각해 낼 수 있는 단어는 없습니다.
제 생각에 꼭 동의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요. 다만 제가 바라는 것은, 이 예약된 멸종의 길목에서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시를 통해 아주 조금이라도 나눴으면 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일 것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시 소개를 쉰 지 3년 6개월, 그 따뜻한 마음의 경계를 넓혀 가려 합니다. 매일 아침, 우리들의 마음속에 작은 사랑의 싹이 돋아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 1회, 시 읽기를 다시금 시작해 보겠습니다.
주영헌 시인 드림.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
주영헌 (지은이),
달아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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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보다 시읽기와, 시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9년 계간 『시인시각(현 시인동네)』 시 부문 신인상과 2019년 『불교문예』 문학평론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등 세 권의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동네책방과 도서관에서 북토크로 독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이메일 yhjoo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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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의 길목에서 우리가 떠올려야 할 확실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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