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제10차 여성비정규직임금차별타파주간 기자회견
한국여성노동자회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분명하다. 가사사용인에 대한 노동법 적용 제외와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플랫폼이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가사노동자는 '가사사용인', 즉 집안일에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법 보호 밖에 놓였다. 국가는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노동법을 통해 보호해야 할 존재로 보지 않았다. 그로부터 73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개인 가정에 고용된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은 물론 각종 노동관계법의 보호 밖에 남겨져 있다.
이 배제는 우연이 아니다. 가사노동이 주로 여성에 의해 수행되어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집 안에서 해온 일은 무급노동으로 취급되었고, 그것이 시장으로 나와 유급노동이 된 뒤에도 여전히 낮게 평가되었다. '반찬값 벌러 나와서 하는 일', '집에서 하던 일을 조금 도와주는 일', '여성이 원래 잘하는 일'이라는 인식은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지우는 사회적 토대가 되었다.
노동부 장관은 "임금은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생계수단이자 생존이 걸린 문제"이며, 이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임금 절도"와 다름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생존이 걸린 임금에 대해 최저 수준을 보장하고, 임금을 빼앗기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왜 가사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가.
가사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가. 이용자의 집을 청소하고, 생활공간을 관리하고, 정해진 시간에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닌가. 노동의 장소가 가정이라는 이유로, 그 일을 주로 여성이 한다는 이유로, 국가는 언제까지 이들을 노동법 밖에 남겨둘 것인가.
모든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도록 보호받아야 한다. 이는 국가의 기본 책무이며, 국제 인권규범이 명확히 정하고 있는 원칙이다. 한국은 1990년 UN 사회권 규약을 비준했다. 그러나 비준 이후 36년이 지나도록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동법과 최저임금 적용 제외 문제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가사노동을 경시하고, 그로 인한 부정의와 인권침해에 눈감아온 결과다.
오늘날 플랫폼은 그 오래된 배제 위에서 수익을 낸다. 플랫폼은 가사노동자를 전문가라고 부르며 서비스를 판매한다. 그러나 정작 보수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이름으로 낮추고, 수수료는 불투명하게 가져가며, 노동시간과 이동시간, 준비시간은 제대로 보상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전문가로 홍보되지만, 권리에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제 이 성차별적 노동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가사노동자를 노동법과 최저임금의 보호 밖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플랫폼이든 개별 가정 고용이든,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다면 최소한의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시급제 노동자라면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하고, 업무 전후 준비시간과 이동시간, 초과노동에 대한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플랫폼의 수수료 구조와 보수 산정 방식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가사노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여성들이 부수적으로 해온 일이어서 값싸게 써도 되는 노동도 아니다. 가사노동은 누군가의 일상을 가능하게 하고, 가족과 사회의 재생산을 떠받치는 필수노동이다. 그 노동을 계속 낮게 평가하는 사회에서 성별임금격차는 결코 해소될 수 없다.
한참 늦었다. 그러나 늦었다는 이유로 더 미룰 수는 없다.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최저임금과 노동법의 보호를 보장하는 것. 그것이 여성노동 저임금의 뿌리를 바로잡고,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2026 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
① 여성들은 이미 알고 있다, 임금차별은 어디서 시작되는지 https://omn.kr/2ila8
② 돌봄노동자 75.9% "우리 임금, 저평가되고 있다" https://omn.kr/2ila7
③ 학교는 우리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의 권리는 보이지 않는다 https://omn.kr/2ilb3
④ 쪼개고, 깎고, 지워지는 여성노동, 성별임금격차는 차별의 결과다 https://omn.kr/2im7j
⑤ 근로계약서도, 4대보험도 없는 여성노동자들 https://omn.kr/2im83
⑥ 아이들에게 평등을 가르치는 학교, 여성노동자의 차별부터 멈춰야 한다 https://omn.kr/2im95
⑦ "건당 1만 5천 원"으로 거래되는 돌봄 https://omn.kr/2im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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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전문가'라 부르고, 임금은 최저선 아래로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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