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전당 나들이 오전에 나눈 대화가 이날의 풍경을 만나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아름다움으로 깃들지 않았을까.
안사을
아이가 조금 더 자라자, 이제 불침번을 서는 것처럼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 옆에서 잘 수 있으니 굳이 교대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어차피 아이가 깨면 젖을 물려야 하므로 본인이 아이와 아침까지 함께 있겠다고 아내가 제안했다. 염려와 고마움을 표하면서, 대신 나는 낮에 더욱 많은 가사를 담당하겠노라 말했다.
처음으로 아침 7시에 세 식구가 함께 눈을 떴다. 아이의 표정이 그날따라 밝아 보인 것은 착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른 아침 양 옆에 미소를 띠며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에도 역시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며칠 후 드디어 3명, 아니, 인형까지 4명이 둘러앉아 회복적 대화 모임을 가졌다. 엄마는 인형을, 아빠는 아이를 각각 대변했다. 2인 4역으로 이루어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서클이 만들어졌다. 마침 맑은 하늘과 깨끗한 대기가 조화를 이루는 청명한 날이었다.
옆사람의 손을 만지며 "사랑해요"라는 말을 전하는 것으로 간단한 여는 의식을 마치고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아래는 그 질문과 발언의 일부이다.
질문 1.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색깔로 표현하고, 그 이유를 말해주세요.
아빠: 연두색이에요. 오늘 오후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평화의 전당에 나들이를 갈 건데, 그곳에 가득한 연둣빛이 기대되기 때문이랍니다. 또한 '연두의 연두'라는 시어로 별헤를 표현하시는 할아버지를 만날 것이니 더욱 연두색이 떠올랐어요.
별헤(목소리를 바꾸어 아빠가 대신 말함): 저는 하늘색이요. 누워서 올려다본 하늘의 색깔이 정말 깨끗해서 오늘 하루의 시작이 참 기분이 좋았어요. 아빠가 말한 연둣빛과 하늘색이 참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선택하기도 했답니다.
엄마: 엄마는 일명 똥색이라고도 하는 황갈색을 선택하겠어요. 별헤가 쾌변을 해야 이따가 나들이가 수월할 테니 별헤의 응가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똥색이요!
매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꾸준히 이러한 대화 모임을 진행할 생각이다. 그러다가 아들이 말문이 터져, 지금처럼 역할극 같은 모습이 아닌 진정한 서클 대화가 이루어질 날을 기대한다. 유년기를 지나 사춘기가 되어서도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각자의 이야기를 평화롭게 늘어놓는 대화 시간을 꿈꾼다.
'당신은 모른다'가 아닌, '나는 모른다'의 자세를 유지하고자 한다. 어린 자녀에게 '너는 어려서 모른다'라고 말문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아빠는 너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한다'라고 이야기하며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아빠 또한 나의 이야기를 담담히 해주겠노라 말하며 평화로운 대화의 장이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이날 아침에 나눴던 대화의 내용처럼, 온 가족이 함께 찾은 평화의 전당 잔디밭은 연둣빛과 하늘색의 향연이었다. 강렬한 태양에도 아직 무더위가 찾아오지 않은 6월의 공기는 새 이불처럼 기분 좋게 바스락거렸다. 아이는 돗자리에 누워 마음껏 뒹굴었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냥 행복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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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해왔습니다.
2025년,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를 통해 한 아이의 양육 뿐 아니라 한국의 교육, 인류와 생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시민기자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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