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지우 TBS PD, 주용진 TBS 대표이사 직무대리, 김선환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 공동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TBS를 지키는 이유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 무엇이 다시 회사로 발걸음을 돌리게 만드는가.
윤지우: "처음에는 솔직히 현실감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까지 길어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더라.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TBS에서 일하면서도 공영방송과 공영언론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해봤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영방송은 왜 필요한가'라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시작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했다. 어쩌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본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단순히 'TBS를 지켜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섰다. 오히려 이런 선례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TBS뿐 아니라 다른 방송사들도 정치적 압박과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우리가 그냥 포기한다면 또 다른 타깃이 생길 수 있고, 또 다른 선례가 남을 수 있다. 그런 첫 사례를 만들지 말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버텨온 것 같다."
주용진: "윤 PD가 '선례'라는 표현을 썼는데 저도 그 말에 공감한다. TBS에서 시작된 일이 이후 YTN, MBC 등 다른 방송사들로도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대의식이 생겼다. 우리가 여기서 무너지면 TBS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공영방송과 지상파 방송사들도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TBS만 살리자'가 아니라 '공영방송 전체를 지키자'는 목소리를 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연대의 힘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끝나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다.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공영방송에 대한 의식이 더 강해진 것 같다. 결국 우리가 버티는 이유는 회사 하나 때문만이 아니다. 함께 버티고 있는 동료들 그리고 다른 언론사와 방송사들까지 연결된 문제라는 생각이 있다. 그런 마음들이 지금까지 우리를 붙들어 준 힘인 것 같다."
청취율보다 시민 곁에 있었던 방송
- TBS만의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주용진: "다큐멘터리에서 변상욱 기자님도 말씀하셨지만, TBS는 청취율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방송사였다는 점이 큰 특징이었다. 청취율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기보다 프로그램 자체와 시민들의 반응을 중심에 두고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방송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TBS는 교통방송으로 출발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로 발전해 왔다. 특히 라디오는 운전하시는 분들이나 자영업자분들이 많이 듣는 채널이다 보니 그분들과 소통하는 데 강점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는 다른 방송사보다 분명한 경쟁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제작 환경이 무너지면서 그런 강점들도 많이 약해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습관처럼 TBS 채널을 찾아주셨던 분들이 계셨고, 앞으로는 그 신뢰를 다시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TBS의 가장 큰 강점이자 가치라고 생각한다."
김선환: "TBS에는 TV본부와 보도본부, 라디오본부가 있다. 저는 보도국에서 일했는데, 입사한 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선배들의 원칙이었다. 기자라는 직업은 사실 회사의 경영방침이나 제작환경도 중요하지만, 어떤 선배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좋은 선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고, 그 안에서 기자로 성장하게 된다. 저 역시 기자 생활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TBS 보도국에서 일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여기는 뭔가 다르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애정도 생겼다. 그런데 지금은 그 선배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났고, 그런 문화를 잃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저는 TBS가 그런 조직이었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원칙을 지키려 했던 문화가 분명히 있었다."
윤지우:
"사실 TBS만의 매력이 엄청나게 특별한 무언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민들이 우리가 얼마나 진심으로 방송을 만들고 있는지는 알아봐 주셨던 것 같다. 다른 방송사들은 아무래도 시청률이나 화제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를 취재하더라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려고 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기보다 필요한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시민들이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껴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됐을 때를 떠올려 보면, 많은 방송이 '몇 번째 확진자'에 집중하며 동선과 사생활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누가 누구를 만났고 어떤 관계인지까지 자극적으로 다루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방식의 보도를 하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고민했고, 최대한 차분하고 담담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물론 그런 방식이 재미있지는 않을 수 있다(웃음). 저도 인정한다. 다만 한 가지 주제를 조금 더 깊게 파고들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했던 점이 TBS의 매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TBS 정상화, 이번엔 독립성이 관건이다
지난 6·3 지방선거 이후 TBS를 둘러싼 정치 지형에도 변화가 생겼다.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가운데, 서울시의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의 조례안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80석을 확보하며 제1당에 올랐다.
오 시장은 6월 4일 TBS와 관련해 "공영방송이 김어준 방송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비판하면서도 "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시의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혀 향후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TBS 정상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구성원들은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TBS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주용진: "공영방송으로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원의 다각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TBS는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방송하고 있고, TV는 전국으로 송출된다. 그렇다면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 나아가 각 기초자치단체들이 함께 기금을 조성하는 구조도 고민해볼 수 있다. 특정 기관이나 정권에만 재원을 의존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정치적 영향력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TBS eFM의 경우에는 거주 외국인과 방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인 만큼,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익구조도 다양해져야 한다. 최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로부터 광고 허가를 받아 관련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단순히 상업 광고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자영업자를 위한 공익적 광고 모델도 고민하고 있다. 또 지자체의 지원을 받더라도 단순 홍보 창구가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고 비판과 감시 기능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구조가 마련돼야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선환:
"TBS는 3년 가까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고, 구성원들은 2년 가까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스템은 얼마든지 보완하고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지금의 문제는 제도 이전에 참과 거짓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스템도 운영하는 사람이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는 시스템 못지않게 그 시스템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사람, 즉 위정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지우: "서울시청은 굉장히 큰 조직이다. 수많은 부서가 있고, 정책도 매우 세분화돼 있다. TBS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시절에는 그런 행정을 감시하고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예전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 어린이집의 문제를 취재한 적이 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시청에 찾아가 담당자를 만나고 설명을 듣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 창구가 없다면 과연 누가 서울시 행정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TBS는 시민의 방송이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어떤 정책이 자신과 관련 있는지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공영방송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모든 것이 정상화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
- 모든 것이 정상화된다면 가장 먼저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윤지우: "얼마 전 친구 아버님의 부고 문자를 받았다. 그런데 위로의 말을 먼저 떠올리기보다 통장 잔액부터 확인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다. 그 순간 '왜 이렇게 됐을까',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저 자신과, 저와 함께 버텨온 구성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정말 고생했다. 그래도 우리가 공영방송을 지켜냈다.' 지금 TBS 구성원들은 제작에 대한 갈증이 굉장히 크다. 제작비가 조금만 있어도 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의욕도 넘친다. 지난 2년을 잊지 않고 앞으로는 시민 곁에서 정말 필요한 방송을 더 열심히 만들자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주용진: "저는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말하고 싶다. 겉으로는 TBS 구성원들 각자가 자기 삶을 버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친구들이 옆에서 정말 많이 도와줬다. '정상화될 때까지 밥은 내가 살게'라고 말해준 친구들도 있었고, 모임에서 암묵적으로 회비를 빼주거나 배려해준 친구들도 많았다. 그래서 정상화가 된다면 가장 먼저 그 친구들에게 '이번엔 내가 살게. 한번 보자'고 말하고 싶다. 저를 지켜준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제 월급으로 당당하게 밥 한 끼 사면서 그동안의 빚을 갚고 싶다."

▲ 떠나간 동료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힌 김선환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 공동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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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
"저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다. 특히 회사를 떠난 동료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한 뒤)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기 전에 꼭 했던 말이 있다. '반드시 지금의 TBS를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TBS를 지켜온 것이다. 그 사실만은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꺼지지 않는 스튜디오>가 2026년 4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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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TBS를 지켜왔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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