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전국 12곳 동일 득표수 논란에 관한 현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문제는 장 대표가 제시한 "5억9000만분의 1"이라는 숫자다. 장 대표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어디에도 이 숫자가 어떻게 산출된 값인지를 찾을 수 없었다. 어떤 모집단을 기준으로 했는지, 각 후보의 득표확률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두 지역의 득표 결과를 서로 독립 사건으로 봐도 되는지, 사후적으로 발견한 사례를 어떻게 보정했는지도 당연히 제시되지 않았다.
확률을 말하려면 먼저 사건을 정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송도2동에서 박찬대 후보가 3030표, 유정복 후보가 1440표를 얻을 확률"인지, "전국 모든 읍·면·동 관내 사전투표 중 임의의 두 지역에서 두 주요 후보 득표수가 동시에 같아질 확률"인지, "특정 두 지역을 사전에 정해두고 본 확률"인지에 따라 계산값은 다를 수밖에 없다.
선거 득표는, 예컨대 로또 같은 복권번호처럼, 모든 숫자 조합이 같은 확률로 나오는 사건이 아니다. 송도1동과 송도2동은 같은 연수구 안의 인접 생활권이다. 유권자 구성, 사전투표 참여층, 정당 지지 성향이 비슷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두 지역의 득표율이 서로 닮을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숫자 맞추기처럼 확률을 계산한 값이, 현실 선거 결과를 설명하는 통계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장 대표의 주장은 사후 선택의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처음부터 "송도1동과 송도2동의 두 후보 득표수가 일치할지"를 사전에 정해놓고 관측한 것이 아니라, 전국 개표 결과를 훑은 뒤 특이하게 보인다며 골라낸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희박하지만, 누군가는 당첨이 된다. 복권에 아무도 당첨되지 않는 확률도 희박하다는 뜻이다. 즉, 수많은 투표소 중 그 어떤 득표수도 '일치하지 않을' 확률 역시 희박하다.
실제 전국의 수많은 읍·면·동, 관내 사전투표, 관외 사전투표, 본 투표, 여러 후보 조합을 모두 살펴본 뒤 일부 일치 사례를 찾아내려고 하면, 우연한 숫자 일치는 그 외에도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다. 이 경우 단일 사례의 확률만 일부러 낮게 계산해 전체 투표가 부정선거일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부적절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10일 페이스북에 "확률을 무기로 빼 들었으면, 그 산식부터 공개해야 한다"라며 "가정도 분포도 내놓지 않고 결론만 외치는 것은 계산이 아니라 주술"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허명회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명예교수의 설명을 인용하며 "통계는 의혹을 제기하는 도구가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도구여야 한다. 산식을 공개하든지, 발언을 거두든지 둘 중 하나여야 한다"라고 직격했다.
통계학자의 반박 "투표 조작 의심, 합리적이지 않다"
허명회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명예교수는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본인의 페이스북에 "투표 조작을 의심하는가? 그 의심은 통계적 관점에서는 합리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 사례를 단순한 확률 모델로 축약해 설명했다. 두 사람이 각각 4470번 동전을 던지고, 앞면이 나올 확률을 실제 한 후보의 득표 비율인 0.6779로 설정했을 때, 두 사람이 기록한 앞면 횟수가 완전히 같을 확률은 약 0.00903, 즉 1%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단일 사건으로 보면 1%도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허 교수는 시야를 인천 전체로 넓히면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의 행정동 전체를 놓고 2개 동씩 짝을 지으면 가능한 조합은 수천 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 많은 조합을 모두 살펴본 뒤 하나의 일치 사례를 발견한 것이라면, "1개가 발견되었다고 놀랄 일이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광주·전남 사례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했다. 장 대표는 광주·전남에서 유력 후보 득표수가 같은 지역이 "무려 10곳"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두 지역씩 짝을 이루는 5쌍의 사례다. 허 교수는 인천 사례에서 두 후보의 득표 합계가 4470표였던 반면, 광주·전남 사례들은 1521표, 398표 등으로 더 작다는 점을 짚었다.
시행 횟수가 작아질수록, 또 특정 후보의 득표 비율이 0.5에서 멀어져 1에 가까워질수록 두 지역의 득표수가 우연히 같아질 가능성은 커진다. 광주·전남은 인천보다 읍·면·동 수도 많다. 비교 가능한 지역 쌍의 조합 수가 많아지는 만큼, 그중 일부에서 같은 득표수가 발견될 가능성도 커진다. 허 교수는 이를 두고 "수학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장 대표가 제기한 '5억9000만 분의 1을 6번 곱하기'는 성립할 수 없다. 각 지역의 선거인수와 후보별 득표 구조가 모두 다른데, 이를 똑같이 "5억9000만분의 1"의 확률을 가진다고 전제하는 것 자체가 오류이기 때문이다. 또한 각 사례가 서로 완전히 독립적이라는 보장도 없다. 같은 선거, 같은 시기, 같은 정치 환경에서 치러진 관내 사전투표 결과이기 때문에 독립성이 입증되지 않는다. 이 사건들을 임의로 곱해 "지구가 생기고 멸망할 때까지 일어나기 힘든 확률"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설명이라기보다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일부 지역에서 두 주요 후보의 득표수가 같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장 대표가 제시한 "5억9000만분의 1"은 산식도, 전제도 공개되지 않은 출처 불명의 숫자다. 제1야당의 대표가 검증 가능한 자료와 실제 오류 또는 조작의 증거를 제시하기는커녕 부정선거론에 편승해 전국 재선거를 연일 주장하는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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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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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자에 반박당한 장동혁 "5억9000만 분의 1 확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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