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민주시민교육의 출발은 낡은 교과서 개혁부터

북서유럽처럼 시민교육을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 제도화하고 논·서술형으로 절대 평가해야

등록 2026.06.10 10:01수정 2026.06.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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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석 교수는 '독일·프랑스도 청년 극우화... 이래도 교과서 탓이라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반론을 제기했다. 그 주장에 일부 공감하되 세 가지 관점에서 비판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 도덕·사회 교과서를 긍정하는 정 교수의 시각이다.

초등학교 <도덕> 교수학습원칙 항목별 비교 그래프 프랑스 <도덕 시민교육> 교과서에 비해 우리나라 도덕 교과서는 시사문제, 즉 현안 문제와 논쟁성에서 여전히 미약하고 시민교육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와 격차가 크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정책중점연구소(2021) <학교 민주시민교육 관점에서 국내·외(영·프·독) 초·중학교 교과서 비교분석-국어과, 사회과, 도덕과> 보고서 79쪽에 나온 도표이다.
▲초등학교 <도덕> 교수학습원칙 항목별 비교 그래프 프랑스 <도덕 시민교육> 교과서에 비해 우리나라 도덕 교과서는 시사문제, 즉 현안 문제와 논쟁성에서 여전히 미약하고 시민교육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와 격차가 크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정책중점연구소(2021) <학교 민주시민교육 관점에서 국내·외(영·프·독) 초·중학교 교과서 비교분석-국어과, 사회과, 도덕과> 보고서 79쪽에 나온 도표이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정책중점연구소

오늘날 도덕·사회 교과서가 논쟁적 시각을 다양하게 제시한다고 강조한다. 도덕 교과에서 '불평등, 환경문제, 사회 갈등·통합'을 비롯해 사회 교과도 '헌법과 인권, 문화 상대주의, 다문화 사회, 시장경제의 양면성, 계급 불평등' 등 다양한 논쟁적 주제들을 담고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교과서 내용으로는 극우화를 부추길 요소들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도덕·사회 교과서 "어느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어떻게 극우화시켰는지 보여 달라"고 직설적으로 요구한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교과서는 70~80년대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90년대 이후 사회 민주화의 영향으로 논쟁적 주제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참여하고 공감하며 연대하는 시민성을 기르는 민주시민교육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경쟁의 의미와 장단점>을 설명하는 중학교 교과서(금성출판사 중2도덕 86쪽) 인간의 본성은 <경쟁하는 존재>보다 <협력하고 연대하는 존재>임을 더욱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경쟁의 의미와 장단점>을 설명하는 중학교 교과서(금성출판사 중2도덕 86쪽) 인간의 본성은 <경쟁하는 존재>보다 <협력하고 연대하는 존재>임을 더욱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하성환

공감하고 연대하는 내용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주제로 설정해 경쟁의 장단점을 소개하는 현실이다. 삽화와 사례를 일부 제시하지만, 지식 개념 중심이다. 교과서 안에 대부분 정답이 있고 정치사회 현안이 없어 논쟁성 또한 미약하다. 한 마디로 파시즘의 토양인 '경쟁'을 당연시하고 5지 선다형 상대평가로 '우열'을 가린다. 상상력, 창의력, 공감 능력 등 다양한 잠재력을 외면한 채 지식 중심의 몇 가지 능력으로 등급을 매긴다. 우승열패의 '신화'에 갇힌 학생들은 획일적인 상대평가 방식이 공정한 게임인 양 왜곡된 공정성을 '진리'로 인식한다. 경쟁교육으로 포획된 학교교육을 통해 독립적· 비판적 사고는 자라나기 어렵다. 민주시민의 소양인 '연대하고 협력하는 시민성'은 더더욱 찾기 어렵다.

노동자 파업 장면을 직접 실은 프랑스 시민교육 교과서(학교시민교육노조 제공) 노동자 파업권을 헌법상 당연한 기본권으로 전제하고 회사가 어떤 행태를 보였고 그에 맞서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단결하여 승리했는가를 묻고 있다. 실제로 노동자 시위 장면을 교과서에 실어서 학생의 관심과 성숙한 시민성을 유도한다.
▲노동자 파업 장면을 직접 실은 프랑스 시민교육 교과서(학교시민교육노조 제공) 노동자 파업권을 헌법상 당연한 기본권으로 전제하고 회사가 어떤 행태를 보였고 그에 맞서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단결하여 승리했는가를 묻고 있다. 실제로 노동자 시위 장면을 교과서에 실어서 학생의 관심과 성숙한 시민성을 유도한다.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

반면에 프랑스는 실제 사건을 비롯해 논쟁성 강한 현안을 직접 다룬다. 신문 기사와 시위 사진 등을 소개하고 관심을 적극 유도한다. 지식과 개념보다 실제 사회 현안을 중심으로 '당신은 어떤 시민이 되고 싶은지' 성찰하게 한다. 현안 주제로 노동자 권리, 성차별, 종교 갈등, 인종주의를 직접 다룬다. 영국은 '시민성'(citizenship) 교과를 독립교과로 신설해 2002년부터 필수 의무로 학습한다. 보수당 집권 시절 '좋은 시민'(good citizen)을 넘어서서 노동당 집권 시절 '적극적 시민'(active citizen)을 지향하며 사회 참여를 강조한다.

사회과 항목별 비교 그래프 시사문제, 즉 정치사회 현안과 논쟁성에서 낮은 비율을 보이는데 이는 독립적· 비판적 사고를 지닌 민주시민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 정책중점연구소(2021) 보고서 169쪽 도표이다.
▲사회과 항목별 비교 그래프 시사문제, 즉 정치사회 현안과 논쟁성에서 낮은 비율을 보이는데 이는 독립적· 비판적 사고를 지닌 민주시민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 정책중점연구소(2021) 보고서 169쪽 도표이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정책중점연구소

독일 역시 정치 사회문제로 대두된 '난민 문제, 극우 대안당(AfD), 유럽연합' 등 시사성 높은 정치 현안을 직접 다룬다. 질문하기 코너가 있지만 정답은 없다. 따라서 학생은 자유롭게 비판적 사고를 전개하며 정치교육의 목표인 '정치적 판단 역량'을 기른다.

우리나라 1020 세대 극우화 경향은 북서유럽 극우화와 사회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 정 교수 표현대로 북서유럽 극우화 경향은 이민자, 특히 이슬람 난민 문제와 관련이 깊다. 정치경제 통합을 추구하는 유럽연합(EU)에 반대하거나 회의적인 태도 역시 이민자 문제와 연관돼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1020 세대 극우화 경향은 외적 요인보다 경쟁지상주의 교육 환경과 극심한 불평등, 그리고 각자도생으로 내모는 취약한 복지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다양한 시각의 논쟁적 주제를 형식적으로 담아낸들 '질서에 순응하는 시민'을 넘어서질 못한다. '질서에 순응하는 시민'은 현대판 신민(臣民)
으로 파시즘의 자양분이 된다.


교사들이 '독립적 비판적 사고'를 시민교육의 목표로 생각하는 국가 간 비교표(2016) 74~91%를 보이는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인간개발지수가 18위임에도 99위인 도미니카 공화국보다 '독립적 비판적 사고'를 시민교육의 목표로 삼는 교사의 비율이 24%로 매우 낮다.
▲교사들이 '독립적 비판적 사고'를 시민교육의 목표로 생각하는 국가 간 비교표(2016) 74~91%를 보이는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인간개발지수가 18위임에도 99위인 도미니카 공화국보다 '독립적 비판적 사고'를 시민교육의 목표로 삼는 교사의 비율이 24%로 매우 낮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정책중점연구소

교과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사들 스스로 학교시민교육의 핵심 목표를 '학생의 독립적·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4%로 전체 조사대상국 평균(6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결국 오늘의 학교교육을 통해서는 독립적·비판적 사고를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을 기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듯 민주시민교육이 취약한 상황에서 극우화된 1020세대 일부는 근현대사 지식과 역사의식의 부재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지경이다.

심지어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인권변호사 출신 전직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현직교사들 경험에 따르면 실제 교실에서 '노'자만 나와도 아이들이 웃는 풍경이 연출된다고 한다. 극심한 경쟁과 좌절 속에서 자존감에 상처받은 어린 영혼들이 역사 속 고통받은 피해자를 어떻게 모욕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지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두 번째로 정 교수는 시민교육에서 앞서가는 독일과 프랑스도 청년 극우화를 막지 못했다며 교과서 탓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꾸로 해석해야 옳다. 독일은 타율적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교육(Erziehung)을 그만두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존중하며 정치적 비판 능력과 정치적 판단 능력을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교육(Bildung), 바로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을 55년 넘게 실천해 왔다.

그 결과 독일은 가장 늦은 2013년에 가서야 극우 정당 대안당(AfD)이 등장했다. 2013년 출범 당시 반이민, 반EU를 내세웠고 지난해 총선에서 낙후된 동독지역에서 30% 이상의 높은 득표율과 함께 일약 제2당(20.8%)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성숙한 독일 시민과 우파 집권당(기민당+기사당 연합)은 대안당(AfD)을 극우 정당으로 취급한다. 연합뉴스 보도(2026. 5. 17.)에 따르면 대안당(AfD) 지지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집권 기민당과 기사당(22%), 그리고 사민당(12%), 녹색당(14%), 좌파당(10%)의 합계 지지율은 58%로 대안당(29%)을 여전히 압도한다. 이 또한 독일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의 소중한 결실이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 연합(RN)도 마찬가지다. 2024년 총선에서 제3당을 차지했지만 제1당인 옛 사회당, 공산당 계열의 신인민전선(31%)과 집권 여당인 중도파 앙상블(27%)의 득표율 합계는 58%로 국민 연합(24%)을 압도한다. 공화국 시민성을 강조한 '도덕 시민교육'(EMC)의 소중한 결실이다. 수십 년에 걸친 독일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과 프랑스 '도덕 시민교육'(EMC)이 청년 극우화을 제압한 결과다. 이런 현상은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도 똑같이 목격되는 풍경으로 사민당이 실천한 오랜 시민교육의 결실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이룩한 성과(2024년 조사) 우리나라 교육이 이룩한 성과 가운데 <시민의식을 간직한 민주시민의 양성>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매우 낮다. 우리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이 매우 미미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교육이 이룩한 성과(2024년 조사) 우리나라 교육이 이룩한 성과 가운데 <시민의식을 간직한 민주시민의 양성>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매우 낮다. 우리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이 매우 미미했음을 보여준다. 국가교육위원회

반면에 12·3 내란 사태를 겪고도 내란 정당 후보를 41% 넘게 지지한 우리 현실은 충격 그 자체다. 민주시민교육이 매우 미미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마지막으로 정교수는 논·서술형 절대평가 방식 변화만으론 "평가의 공정성 시비를 벗어나기도 어렵고...중등교육을 정상화할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글쓴이는 경기도 혁신학교에서 통합사회를 가르칠 당시, 프로젝트 수업을 평가한 적이 있다. 평가 방식을 바꾸면 학생들은 스스로 책을 읽고 자료를 검색하며 주도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가의 공정성으로 항의받은 적이 없다. 한 학급 25명 가운데 20명이 혁신중학교 출신이라 교사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았다. '대학 서열 체계를 해체하지 않으면 민주시민교육은 어렵다'는 정 교수의 생각은 적어도 혁신학교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혁신학교 교무실 입구 긴 의자에 붙은 글귀<우리는 꽃밭이고 우리는 봄이야> 경기도 혁신학교에선 학생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렸고 학생이 자주성을 발휘하도록 적극 돕는 교육환경이 조성돼 있다.
▲혁신학교 교무실 입구 긴 의자에 붙은 글귀<우리는 꽃밭이고 우리는 봄이야> 경기도 혁신학교에선 학생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렸고 학생이 자주성을 발휘하도록 적극 돕는 교육환경이 조성돼 있다. 하성환

경기도 혁신 고등학교에선 20대 교사든 50대 교사든 10대 학생에게 존댓말을 썼다. 그런 연유로 1년 동안 학생들의 비속어를 거의 듣질 못했다. 학생을 존중하는 마음이 학교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존중받으며 생활하는 학생이 교사와 학생을 존중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런 만큼 학교 폭력도 거의 없었다. 어린 유·초·중·고 시절부터 존중하는 분위기가 혁신학교 문화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교실 복도를 걸어갈 때 거친 비속어와 일상적인 욕설로 고통스러웠다.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주성'을 발휘하는 경기도 혁신학교 실험이 왜 교육개혁의 희망인지 말해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민주시민교육 #1020세대극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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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처음엔 교육문제로, 그 다음엔 근현대사 속 거짓 신화를 벗겨내고 왜곡된 인물 연구로, 그러다가 퇴직 후엔 다시 시민교육의 절실함 속에 시민교육을 국가수준교육과정으로 제도화하여 성숙한 시민을 길러낼 정치교육, 노동인권교육, 환경생태교육, 정보문해력 교육을 포함한 민주시민교육을 북서유럽처럼 공식화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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