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독립적 비판적 사고'를 시민교육의 목표로 생각하는 국가 간 비교표(2016) 74~91%를 보이는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인간개발지수가 18위임에도 99위인 도미니카 공화국보다 '독립적 비판적 사고'를 시민교육의 목표로 삼는 교사의 비율이 24%로 매우 낮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정책중점연구소
교과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사들 스스로 학교시민교육의 핵심 목표를 '학생의 독립적·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4%로 전체 조사대상국 평균(6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결국 오늘의 학교교육을 통해서는 독립적·비판적 사고를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을 기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듯 민주시민교육이 취약한 상황에서 극우화된 1020세대 일부는 근현대사 지식과 역사의식의 부재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지경이다.
심지어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인권변호사 출신 전직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현직교사들 경험에 따르면 실제 교실에서 '노'자만 나와도 아이들이 웃는 풍경이 연출된다고 한다. 극심한 경쟁과 좌절 속에서 자존감에 상처받은 어린 영혼들이 역사 속 고통받은 피해자를 어떻게 모욕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지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두 번째로 정 교수는 시민교육에서 앞서가는 독일과 프랑스도 청년 극우화를 막지 못했다며 교과서 탓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꾸로 해석해야 옳다. 독일은 타율적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교육(Erziehung)을 그만두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존중하며 정치적 비판 능력과 정치적 판단 능력을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교육(Bildung), 바로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을 55년 넘게 실천해 왔다.
그 결과 독일은 가장 늦은 2013년에 가서야 극우 정당 대안당(AfD)이 등장했다. 2013년 출범 당시 반이민, 반EU를 내세웠고 지난해 총선에서 낙후된 동독지역에서 30% 이상의 높은 득표율과 함께 일약 제2당(20.8%)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성숙한 독일 시민과 우파 집권당(기민당+기사당 연합)은 대안당(AfD)을 극우 정당으로 취급한다. 연합뉴스 보도(2026. 5. 17.)에 따르면 대안당(AfD) 지지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집권 기민당과 기사당(22%), 그리고 사민당(12%), 녹색당(14%), 좌파당(10%)의 합계 지지율은 58%로 대안당(29%)을 여전히 압도한다. 이 또한 독일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의 소중한 결실이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 연합(RN)도 마찬가지다. 2024년 총선에서 제3당을 차지했지만 제1당인 옛 사회당, 공산당 계열의 신인민전선(31%)과 집권 여당인 중도파 앙상블(27%)의 득표율 합계는 58%로 국민 연합(24%)을 압도한다. 공화국 시민성을 강조한 '도덕 시민교육'(EMC)의 소중한 결실이다. 수십 년에 걸친 독일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과 프랑스 '도덕 시민교육'(EMC)이 청년 극우화을 제압한 결과다. 이런 현상은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도 똑같이 목격되는 풍경으로 사민당이 실천한 오랜 시민교육의 결실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이룩한 성과(2024년 조사) 우리나라 교육이 이룩한 성과 가운데 <시민의식을 간직한 민주시민의 양성>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매우 낮다. 우리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이 매우 미미했음을 보여준다.
국가교육위원회
반면에 12·3 내란 사태를 겪고도 내란 정당 후보를 41% 넘게 지지한 우리 현실은 충격 그 자체다. 민주시민교육이 매우 미미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마지막으로 정교수는 논·서술형 절대평가 방식 변화만으론 "평가의 공정성 시비를 벗어나기도 어렵고...중등교육을 정상화할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글쓴이는 경기도 혁신학교에서 통합사회를 가르칠 당시, 프로젝트 수업을 평가한 적이 있다. 평가 방식을 바꾸면 학생들은 스스로 책을 읽고 자료를 검색하며 주도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가의 공정성으로 항의받은 적이 없다. 한 학급 25명 가운데 20명이 혁신중학교 출신이라 교사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았다. '대학 서열 체계를 해체하지 않으면 민주시민교육은 어렵다'는 정 교수의 생각은 적어도 혁신학교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혁신학교 교무실 입구 긴 의자에 붙은 글귀<우리는 꽃밭이고 우리는 봄이야> 경기도 혁신학교에선 학생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렸고 학생이 자주성을 발휘하도록 적극 돕는 교육환경이 조성돼 있다.
하성환
경기도 혁신 고등학교에선 20대 교사든 50대 교사든 10대 학생에게 존댓말을 썼다. 그런 연유로 1년 동안 학생들의 비속어를 거의 듣질 못했다. 학생을 존중하는 마음이 학교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존중받으며 생활하는 학생이 교사와 학생을 존중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런 만큼 학교 폭력도 거의 없었다. 어린 유·초·중·고 시절부터 존중하는 분위기가 혁신학교 문화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교실 복도를 걸어갈 때 거친 비속어와 일상적인 욕설로 고통스러웠다.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주성'을 발휘하는 경기도 혁신학교 실험이 왜 교육개혁의 희망인지 말해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처음엔 교육문제로, 그 다음엔 근현대사 속 거짓 신화를 벗겨내고 왜곡된 인물 연구로, 그러다가 퇴직 후엔 다시 시민교육의 절실함 속에 시민교육을 국가수준교육과정으로 제도화하여 성숙한 시민을 길러낼 정치교육, 노동인권교육, 환경생태교육, 정보문해력 교육을 포함한 민주시민교육을 북서유럽처럼 공식화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반론] 민주시민교육의 출발은 낡은 교과서 개혁부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