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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부모라는 말 들었지만... 육아 철학 고집하렵니다

[추억 강화를 위한 강화도 살이] 시골 풍경을 보며 해상도 높이기

등록 2026.06.10 16:37수정 2026.06.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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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넘버블록스 보여줘."

귀엽고 웃기게 생긴 여러 모양의 블록이 숫자를 알려주는 인기 애니메이션 넘버블록스에 맛 들린 아들은, 내가 방심했을 때마다 보여달라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해당 애니메이션은 다른 것보다 그나마 교육용이라 틀어줬던 걸로 기억한다.


집에 TV도 놓지 않을 정도로 육아할 때는 디지털 기기와 거리를 최대한 두려고 노력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어려운 건 주변에 아이 키우는 가족을 만났을 때다. 아이와 외출할 때 필수로 챙기는 것이 태블릿 PC와 충전기일 정도로 이동할 때, 밥 먹을 때 등 아이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가족이 있으면 함께 볼 수밖에 없다.

최근 KBS에서 방영한 <추적 60분- 모두 자식의 폰과 싸우고 있다> 편에서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활용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었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지배되는 걸 가정에서만 제한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물리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우회하는 방법이 공유되면서 무력화시키고 있어 사회나 제도권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멀어지기 위해

 물티슈와 요플레로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가 컵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물티슈와 요플레로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가 컵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백세준

아들이 아직 5살이라서 스마트폰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지만, 아들의 친구들과 만나서 놀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까지!' 라는 말과 함께 제스처를 취하거나 특정 유튜버의 유행어를 따라 하는 등 이미 영상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 때문이다.

특히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 아들에게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 우리를 보고 혹자는 '독한 부모'라고 한다. 아이가 밥을 안 먹거나 돌아다니거나 말썽을 피우는 등 통제가 되지 않을 때 영상을 보여주는 건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깨달은 건 아들과 대화하고 집중을 하면 굳이 영상을 보여주지 않아도 됐다.


우리 부부는 집에서 아들에게 거의 안 보여주는 편이지만, 육체적으로 힘들 때 '그냥 틀어주고 좀 쉴까?'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몇 번 영상을 틀어주면,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사실 강화살이를 택한 이유 중 가장 큰 건 바로 이러한 디지털 기기와 더 멀어지기 위해서였다. 아들에게 재밌는 것이 화면 속 세상이 아니라 네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라는 점을 알려주려고.

시골살이는 구경할 게 많다. 날아다니고 기어다니는 벌레를 자세히 관찰하고, 때론 길가 숲에 죽어 있는 뱀(!)도 발견하며,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예쁜 노란 꽃의 이름을 알아본다. 고요한 하루에 들리는 건 '구-구구구' 대는 산비둘기와 뻐꾸기의 울음소리 등 새소리뿐인데 아들과 이를 따라 하며 웃는다.


나무 밑에 앉아 브런치를 즐기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톡톡, 떨어지는 열매의 속이 비어 있는 걸 발견했다. 위를 쳐다보니 새가 쪼아먹고 버리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 모든 일은 시골생활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다.

지루함을 견디며 넘어지고 다치는 생활

 빗자루를 들고 돌아다니는 아들
빗자루를 들고 돌아다니는 아들 백세준

시골은 어쩌면 지루함과 불편함을 견디는 곳이다.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재미를 느껴야 하는 곳이며, 당장 찾는 게 없어도 없는 대로 하루를 보낸다. 아들도 지금까지 그렇게 생활해 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며칠 전 아들이 무릎이 아프다며 서는 것도 걷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그 전날 너무 많이 뛰어놀았던 탓인지 기어다니기만 했다. 알아보니 고관절을 감싸고 있는 활액막에 일시적으로 염증이 발생한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이라고 했다. 며칠 쉬면 괜찮아진다고 했는데 다행히 다음날 바로 멀쩡히 뛰어다녔다. 시골생활이 그만큼 신체활동이 많다는 방증이면서 '애를 너무 굴렸나?' 하는 미안함도 들었다.

아무래도 뛰어놀다 보면 넘어지고 다치는 일이 잦아진다. 물렁한 공을 차다가 넘어지고, 신나서 뛰어다니다가 다친다. 더워지는 날씨에 반팔과 반바지를 입혀야 되는데, 그러다 보니 넘어져서 살갗이 까지기 십상이다. 팔꿈치와 무릎이 까져 울음을 한바탕 터트려도 우리는 초연한 태도로 덧나지 않게 약을 발라주며 넘어지기를 무서워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앞으로 더 많이 넘어질 일이 많으므로.

시골살이가 만병통치약처럼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아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서 지금의 생활이 좋은 감정으로 남아 긍정적인 자양분이 되어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Brunch)에도 실립니다.[참고문헌]
백세준, 김태균(2026).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청소년의 신체적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 스마트폰 중독과 자아존중감의 순차적 이중매개효과, 가족과 문화, 38(1), 68-97.
#오마이뉴스 #시골살이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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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랄 수 있도록 고민하며 연구하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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