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속형 자본 교량형 자본
이언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량형 공동체'
사회적 자본 연구의 대가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을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혈연·지연·학연처럼 같은 집단 안에서 끈끈하게 묶이는 결속형(Bonding) 자본과,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이들을 가로질러 연결하는 교량형(Bridging) 자본입니다.
퍼트넘은 결속형을 '강력접착제'에 비유합니다. 내부를 단단하게 붙여주는 힘이죠. 하지만 강력접착제만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생각끼리만 더 굳게 뭉치고, 다른 생각은 밀어내게 됩니다. 반면 교량형은 공동체를 부드럽게 움직이는 '윤활유'입니다. 서로 다른 부품들이 마찰 없이 맞물려 돌아가게 해주는 역할이죠.
마을공동체가 지지하는 후보가 같은 사람들끼리만의 모임에 그친다면, 오히려 외부를 배척하는 확증편향의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령도, 직업도, 정치적 견해도 다양한 주민들이 섞인 교량형 공동체는 다릅니다. "당신의 의견은 나와 다르지만, 우리 마을을 아끼는 마음만은 같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철 우리 마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 교량형 자본, 즉 이웃 간의 신뢰입니다.
선거 이후의 마을을 준비하며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입니다. 모두 함께 참여하고, 그 과정을 즐기고, 결과에 수긍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 축제가 끝난 뒤 마을에 상처만 남는다면, 축제가 아니라 재난이 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꾸준히 쌓아온 사회적 신뢰는, 선거철의 뜨거운 열기를 마을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전환해주는 힘이 됩니다. 다소 오래된 연구이지만,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2016)에서도 마을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경제적·정치적 이익보다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관계의 소중함, 이른바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마을공동체가 그 사이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마을의 미래를 위해서는 씨실과 날실이 엮이듯,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번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마을 곳곳에는 다양한 공약과 목소리가 오갔고, 때로는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거는 끝났고, 우리에게는 다시 함께 살아가야 할 일상이 남아 있습니다.
데이터가 증명하듯, 공동체 안에서 쌓아온 신뢰와 교량형 자본은 그 어떤 정치적 풍랑에도 마을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뿌리가 됩니다. 서로의 다름을 '틀림'이 아닌 마을의 '다양한 의견'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 마을은 비로소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가 우리 마을을 나누는 칼날이 아니라, 어떤 마을을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또한 갈등의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함께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더 나은 마을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선거는 하루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마을과 이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이언주 귤커뮤니케이션 대표
참고 데이터
- Reinhart, E.C. et al. (2025). Perceived social contribution and its associations with political participation. PLOS ONE.
<u>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30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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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ttps://www.civicpulse.org/research/democracy-and-elections/polarization-in-america/december-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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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ttps://www.socialcapitalresearch.com/wp-content/uploads/2018/11/Functions-of-Social-Capital.pdf
- 김기태. (2023). 정치·사회 참여의 양극화 실태. <보건복지포럼>, 2023년 2월호(No.316), 51-6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u>https://repository.kihasa.re.kr/handle/201002/42083
- 백영민, 김용찬, 채영길, 김유정, 김예란. (2016). 시민들의 가치지향, 정치적 이념성향, 그리고 마을 공동체 활동 참여의 관계:
서울시민에 대한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 사회과학논집 (SOCIAL SCIENCE REVIEW) >, 47(1), 239-263.
<u>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110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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