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1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 ‘2026 제2차 인구2.1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소멸하는 한·일 양국의 마지막 생존 전략: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상생 로드맵을 찾다’를 주제로 열렸다.
김영근
오늘(6월 10일) 오후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아트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이 연 '2026 제2차 인구2.1세미나'의 제목은 길었다. '소멸하는 한·일 양국의 마지막 생존 전략: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상생 로드맵을 찾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한 질문은 훨씬 짧았다. 일본은 왜 그렇게 오래 준비하고도 막지 못했나. 한국은 그 실패를 얼마나 알고 있나.
스크린에 오른 발표 및 토론자료의 숫자는 정말 차가웠다. 한국의 2025년 잠정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2년 연속 반등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유일한 0명대다. 일본은 2025년 출생아 수가 67만1236명, 합계출산율 1.14명으로 더 내려앉았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29.4%로, 사실상 30% 문턱에 닿았다. 두 나라 모두 '아이가 줄었다'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끝나지 않는 곳에 와 있었다.
심포지엄 종합토론을 마치고 플로어에서 제기한 말이 오래 남았다.
"정부가 돈은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미래 인구를 짊어질 그들의 인식과 삶의 방식은 바뀌었나요? 이에 대한 진정한 대응이 중요하다."
이 질문이자 답변이 이날 세미나의 핵심에 가까웠다. 일본은 아동수당을 늘리고 보육 시설을 확충했다. 육아휴직 제도도 손봤다. 그래도 청년의 일자리, 집값, 장시간 노동, 성별 역할 부담은 충분히 달라지지 않았다. 출산율은 정책 홍보 문구가 아니라 매일의 생활 조건에 반응한다. 일본의 실패학이 한국에 묻는 첫 질문은 그래서 예산 규모가 아니라 생활의 변화였다.
일본 실패학에서 배우는 교훈: '경로의존성'의 덫
이날 기조발제자로 나선 미무라 아키오 일본제철 명예회장은 일본 경제계의 원로다. 한미연 공지에는 그가 일본의 인구 전문 민간 기구인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 의장으로 소개됐다. 일본 쪽 공식 자료를 확인해 보니 더 정확히는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 공동대표이자 의장이다. 구성원 명단에는 미무라 아키오, 마스다 히로야, 고바야시 미아이, 요시노 도모코 등 경제계·지자체·노동계·청년 세대가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미무라의 메시지는 단순한 출산 장려가 아니었다. 그가 이끌었던 인구전략회의는 2024년 '인구비전 2100'을 내놓으며 2100년 일본 인구를 8000만 명 규모에서 안정시키자는 목표를 제안했다. 중요한 대목은 두 갈래 전략이다. 하나는 청년 세대의 소득을 높이고 맞벌이·공동육아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더 작은 인구 규모에서도 사람에 투자하고 다양성을 키워 성장력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이 말은 한국에도 불편하다. 우리는 출산율이 조금 오르면 '반등'이라는 단어에 기대고, 조금 떨어지면 '비상'이라는 단어에 매달린다. 그러나 일본의 경험은 숫자를 따라다니는 정책만으로는 늦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청년이 결혼을 미루는 이유가 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비라면, 현금 지원만으로는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 육아휴직이 있어도 직장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면, 제도는 종이에 머문다. 이것이 경로 의존성이다. 이미 굳어진 일터와 가족 문화, 수도권 집중 구조가 정책을 자기 틀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미무라 혼자만의 말이 아니다… 실명 전문가들이 짚은 '진짜 병목'
안전사회 담론을 덧씌우기보다, 여기서는 실제 인구위기 전문가들의 의견을 이름으로 확인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먼저 야마사키 시로 전 인구전략회의 실무간사는 경단련 강연에서 인구 감소 문제가 누구나 알고도 '자기 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라고 짚었다. 위기의식이 공유되지 않으니 대책은 늦어지고, 부처별 사업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그래서 그는 총리 직속의 인구전략 추진체계와 국가 비전을 요구했다.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은 2014년 '지방소멸' 논의를 촉발한 인물이다. 그는 최근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인구 문제가 임계점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비관에 머무르지 않았다. 인구 감소를 늦추는 노력과 동시에, 감소한 사회에 적응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요지다. 젊은 세대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선택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키나 유리 일본총합연구소 시니어펠로의 지적은 더 실무적이다. 그는 민간 차원의 '인구문제 백서 2025'가 필요했던 이유를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한 논의의 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오래전 발간했던 인구 백서는 인구 억제가 과제였던 시대의 산물이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줄어드는 인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삶의 조건을 새로 만들 것인가를 놓고 사회 전체가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바야시 미아이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 공동대표의 경험담은 특히 뼈아프다. 그는 중앙 부처와 대형 자문기관의 '정확한 제안'만으로는 지방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고, 인구 감소 지역일수록 공무원 인력과 실행 여력이 부족하다. 부처별 정책을 모아 두꺼운 문서로 내려보내도 현장에는 노하우와 사람이 없다. 맞는 말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일본의 고백은 한국 지방 정책에도 그대로 꽂힌다.
정현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저출산을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청년의 경제 기반이 무너진 결과로 본다. 수십 년을 내다보는 국가 인구 비전을 세우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해야 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동일노동 동일임금, 임금 인상으로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삶의 위험으로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일본의 경험에서 30대 남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혼인율 격차가 컸다는 점을 들어, 일자리의 질이 곧 가족 형성의 조건이라고 짚는다. 청년이 지방 재생의 주체가 되는 모델과 청년 복지 확대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령 유권자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 청년 대표성을 높이고, 한일 기업의 모범사례 공유와 청년 교류를 통해 위기를 함께 넘자고 제안했다.
김진표 글로벌혁신연구원 이사장, 전 국회의장의 문제 제기도 눈에 띄었다. 그는 방송 3사와 함께시민참여단 공론조사를 진행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인구 문제를 선거용 공약이 아니라 장기 국가의제로 다루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해법으로는 재외동포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만 40세로 낮춰 생산연령인구의 귀환 통로를 넓히는 방안 그리고 인구·가정·복지·이민 정책을 묶어 조정할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제시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의 최근 진단도 같은 방향에 있다. 출생아 감소를 원인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결과로 보고, 고용·주거·교육·노동시장 개혁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저출생 대책, 왜 실패했나’를 주제로 한 발표 장면. 김진표 글로벌혁신연구원 이사장은 정권 교체 때마다 바뀌는 단기 처방식 저출생 대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영근
출산율 0.80명 한국, 30% 앞의 일본… 이제는 '스마트 축소'다
인구 논의가 출산율 하나에 갇히면 다음 질문을 놓친다. 아이가 적게 태어난 사회에서 학교는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지방 병원과 돌봄 인력은 어디서 구할 것인가. 버스 노선, 상하수도, 행정 서비스는 어느 규모까지 버틸 수 있는가. 일본이 최근 강조하는 '스마트 축소'와 '관계인구'는 이 지점에서 나온 말이다.
스마트 축소는 포기의 말이 아니다. 줄어드는 현실을 인정하고 학교·의료·행정 인프라를 거점 중심으로 다시 짜는 일이다. 모든 마을에 모든 시설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면, 결국 아무 곳도 제대로지키지 못한다. 관계인구는 주민등록상 거주자는 아니지만 지역과 반복적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이다. 주말마다 농촌을 찾는 도시민, 지역 기업과 원격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특정 지역의 생산물을지속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모두 여기에 들어간다.
한국 지방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이 과제를 맞을 수 있다. 수도권 집중은 더 강하고, 지방 대학과 중소도시는 이미 학생과 일자리를 동시에 잃고 있다. 귀농·귀촌, 워케이션, 지역 유학생 유치가 따로 움직이면 이벤트가 되지만, 지역 일자리와 주거, 의료, 교육을 함께 묶으면 생존 전략이 된다. 일본 실패학의 두 번째 교훈은 여기 있다. 늘릴 수 없는 인구를 억지로 늘리겠다는 구호보다, 지금 있는 사람을 어떻게 연결하고 오래 머물게 할지 묻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인구 절벽 앞 '한일 공동 생존'… 지금 행동해야 돌이킨다
한일 협력은 거창한 선언보다 작은 실험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령자 돌봄 로봇과 현장 운영 경험은 일본이 앞서 있다. 한국은 디지털 행정, 의료 데이터, 바이오·정보기술 인프라가 빠르다. 두 장점을 묶어 지방 돌봄, 원격의료 보조, 고령자 노동 재설계 같은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시범사업을 만들 수 있다. 실패한 정책 데이터도 공유해야 한다. 서로의 실패를 숨기면, 양국은 같은 돈을 다른 이름으로 다시 쓰게 된다.
세미나장을 나서며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일본은 왜 막지 못했나. 답은 돈을 안 써서가 아니었다. 맞는 진단을 하고도 사회 구조를 바꾸는 데까지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출산율이 낮고 변화 속도는 더 빠르다. 그런데도 청년의 일자리, 주거, 교육비, 직장 문화, 지방의 실행 역량이라는 병목을 피해 가려 한다면 실패는 반복될 것이다.
인구 위기는 아이를 낳으라는 호소문으로 풀리지 않는다. 청년이 내일을 계산할 수 있는 사회, 아이를 키워도 경력과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 일터, 줄어드는 지방도 존엄하게 버틸 수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 오늘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들은 일본의 고백은 차가웠다. 그러나 그 차가움 덕분에 한국이 덜 아프게 배울 수도 있다. 실패학은 남의 실패를 비웃는 공부가 아니다. 같은 길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픈 이름을 정확히 적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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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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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인구 소멸 직전… 마지막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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