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 3학년 2학기 > 스틸 이미지
작업장 봄
직업계고만의 현실적 문제는 따로 있다. 수능을 준비하는 또래들이 교실에 앉아 있는 시간, 직업계고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나간다. 그 자리에서 그들은 종종 값싼 노동인력으로 취급받는다. 이란희 감독의 영화 < 3학년 2학기 >는 바로 그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기업이 직업계고 학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구조적 편견을 어떻게 '참교육'할 것인지를 물었다. <참교육>이 그 질문을 택했더라면 얼마나 묵직했을까.
아쉬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세상의 편견과 부딪치며 쏟아낸 언어들이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은유 작가의 저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직업계고 학생들이 마주한 부조리한 세상을 처절하게 기록했다. 허동준의 책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다>는 마이스터고 졸업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증언한다. <공고선생 지한구>는 공업계고에서 오랫동안 국어를 가르쳐 온 지한구 교사가 교실 안팎의 차별과 싸우며 기록한 현장의 언어다. 천현우 작가의 <쇳밥일지>는 공장 바닥에서 살아남은 청년 노동자의 생존 보고서다.
이 네 권의 책이 공통으로 묻는 것은 하나다. 왜 직업계고 졸업생의 삶은 늘 증명을 강요받는가. 이 처절한 언어들이 이미 독자들의 손에 들려 있는데, 드라마 <참교육>은 그 언어 대신 조폭과 주먹을 택했다.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세상의 부조리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스스로 참교육해온 이야기를 다루었더라면, 이 드라마는 얼마나 달랐을까. 현장을 전혀 모르는 이들이 손쉬운 클리셰를 택한 것이 못내 아쉽고, 또 아쉽다.
드라마가 가한 가장 깊은 상처는 교사들을 묘사한 방식이다. 극 중 교사들은 학생들의 일탈과 폭력을 방조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극도로 무기력한 집단으로 그려진다.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교사의 권위와 헌신을 이토록 철저히 짓밟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땀 흘리는 교육자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다.
현장의 교사들은 아이들이 당당한 전문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진로 지도와 인성 교육에 밤낮으로 헌신하고 있다. 그 자리가 드라마 속에서는 학생의 주먹질에 고개를 떨구는 무력한 방관자의 자리로 전락했다.
제작진에게, 그리고 넷플릭스에게 촉구한다
드라마 <참교육>의 기획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번 2화는 직업계고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하고 학생과 교사들의 사기를 꺾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디어가 가진 파급력을 생각할 때, 현실을 왜곡한 자극적인 설정은 마땅히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제작진과 넷플릭스는 돌아봐야 한다. 2024년 기준 마이스터고 취업률은 72.6%, 특성화고는 52.3%에 달한다. 이 숫자들이 증명하듯, 직업계고는 이미 첨단 산업 현장을 떠받치는 전문 인력의 요람이다.
진짜 '참교육'이 필요한 곳은 현장의 학교가 아니라, 현대의 옷을 입혀둔 채 여전히 쌍팔년도식 편견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드라마 제작진의 시선이 아닐까. 조폭과 주먹 대신, 은유·허동준·천현우·지한구가 온몸으로 써내려간 차별의 언어 앞에 서야 했다. 그것이 진짜 참교육이었을 것이다.
문득 창밖을 본다. 멀리 지중해의 붉은 기운이 이국땅의 어둠을 빠르게 몰아내고 있다. 대한민국 직업계고를 향한 미디어의 해묵은 편견과 무지의 어둠 역시, 현장의 땀방울이 만들어내는 이 붉은 새벽빛 앞에 마침내 걷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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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 『되풀이되는 비극, 따개비 현장실습』, 『디지털 대전환 시대 직업계고 미래는』 등 직업계고 학생들의 삶과 미래를 응원하는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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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참교육' 속 조폭 소굴이 된 학교... 34년차 교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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