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오마이뉴스
지난 3월이었나. 유튜브 <요정재형>에서 정재형이 가수 이소라와 나눈 대화 가운데 퇴고와도 연결되는 내용이라 메모해 둔 장면이 있었다. 정재형이 "소라의 가사는 되게 그림 같기도 하고 회화적이기도 하고 어떨 땐 되게 소설처럼... 얘(소라)가 작가가 돼서 독자를 되게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가기도 하고. 그런데 난 그거가 되게 아름다운 거, 아름다운 여행이라고 생각하고"라고 말을 건네자 돌아온 이소라의 대답.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바꾸는 작업, 나 그게 너무 좋아. 근데 그게 좀 정제된 가사 있잖아. 가사를 쓰기 시작하면 막 줄여 나가거든. 계속 어떤 감정을, 소설처럼 이렇게 늘어져 있는 거를 줄이고 줄이고 줄여서 그 멜로디 안에 넣어야 되니까. 그러면서 그 단어가 만약에 재형이 노래라면, 재형이 정서에 맞는 단어들이 가사에 쏙쏙 들어가야 되고. 그러니까 너무 신경 써야 될 게 많은데... 거기에 또 내 마음이 담겨야 되고, 대중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에 너무 어려우면 안 되고. 어, 그러니까 가사를 쓴다는 건 사실 진짜 시인들이 시를 쓰실 때처럼 그렇게 굉장한 집중도가 필요한 일이야."
퇴고에서 중요한 두 가지를 짚고 있다고 생각했다. 멜로디 안에 넣을 수 있게 문장을 줄이고 줄인다는 것, 그리고 시인들이 시를 쓸 때처럼 굉장한 집중을 요한다는 것. 가사 쓰기는 가사 한 문장, 한 문장을 지었다가 이어 붙이는 일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소설처럼 늘어져 있는 문장을 줄여 나가는 것도 가사 쓰기였다.
늘어져 있는 내용을 줄인 어떤 글은 에세이라 부르고, 거기서 더 줄인 것은 노래 가사가 되기도 하며, 거기서 더 정제하면 시가 되기도 하는구나. 반대로 한 문장의 시에서 에세이를, 에세이의 문장을 더 구체적으로 풀면 소설이 되기도 하겠구나.
그리고 이러한 작업에는 이소라의 말마따나 꽤나 큰 집중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나도 퇴고할 때는 누가 옆으로 지나가는지 모를 때가 많다. 부러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기도 하고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은 듣지 않는다.
까다로운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몰입 후에 오는 감정을 마주하는 기쁨도 크다. 이를테면 후련함, 시원함, 개운함. 정상에 올랐을 때 '야호' 하고 싶은 마음. 물론 반대의 감정도 있지만 어쨌든 끝난 건 끝난 것이니까. 이번 원고도 이걸로 끝이다. 최최최최종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공유하기
"시인들처럼..." 가수 이소라의 말에서 찾은 '글쓰기의 비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