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6.15 10:44수정 2026.06.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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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장 가르는 날이 왔다.
"수업을 변경하지 못해 못가게 되었어요. 꼭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장 가르는 날이 제일 기대되는 날인데 아쉽습니다."
"장가르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궁금한데. ㅠㅠ"
시작도 하기 전에 이번 장가르기를 함께하지 못하는 세 분의 이야기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를 말해준다.
메주를 소금물에 담그고 60일이 지나 장을 가르는 시간(실제로는 모임의 정기성으로 인해 60일이 조금 더 지났다). 온전히 자연의 시간과 햇살, 바람이 만든 결과물이다.

▲메주꺼내기 장을 담근 항아리에서 메주를 꺼내고 있다.
호돌
가장 먼저 항아리에서 메주를 꺼내 담는다.
"어? 생각보다 메주가 단단한데요?"
메주 모양이 틀어질새라 조심조심 들어 올리는 후배가 이야기하자 "메주를 이쁘게도 들어올리네. 그런데 어차피 짓이겨야 하니 얼른얼른 들어올려. 깨지거나 떨어져 나온 건 국자로 뜨면 되니 맘 편히들 하셔"라고 하고 말했다.
각 조별로 항아리에서 하나하나 메주를 들어올려 담는다. 행동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하다.

▲간장 담기 장에서 메주를 꺼내고 간장을 갈라 먼저 소독해 놓은 항아리에 담다.
호돌
원래 항아리에서 메주를 꺼내고 남은 간장은 따로 채반에 받쳐 거른 후 따로 항아리에 넣는다. 간장은 미생물의 발효식품이기에 항아리는 장을 처음 담글 때처럼 소독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알코올로 소독을 하고 햇볕에 말린 후 간장을 담았다.
"간장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발효의 시간을 거칠 거예요. 요즘은 간장을 달이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혹시 간장을 달이는 경우에는 달인 후에 반드시 씨간장을 넣어줘야 합니다."
"간장이 지금보다 많이 줄어들 거예요. 그럼 소금물을 넣어서 양을 보충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메주 치대는 손과 선생님 말씀 듣는 귀가 바쁘다. 집중력만큼은 최고의 순간이다.

▲된장치대기 메주를 꺼내 된장을 치대고 있다.
호돌

▲메주치대기 메주에 간장을 넣고 치댄다
호돌

▲메주치대기 메주를 꺼내 치대 된장을 만든다
호돌
장항아리에서 꺼낸 메주를 열심히 치댄다. 메주만 치대면 뻑뻑해진다. 맛을 더하기 위해 메줏가루를 넣었다. 그리고 깔끔한 맛을 위해 고추씨를 빻아 넣었다. 가루가 들어가 불어나는 것까지 고려하면 된장은 더 질게 치대야 한다. 질척거릴 정도의 질감이 날 때까지 간장을 2-3대야 정도 더 넣어 치댔다.
"메주 치댈 때 위에서만 까닥거리면 안 돼요. 고무장갑 긴 것 낀 사람들이 아래 바닥까지 완전히 뒤집어 섞어줘야 다 섞입니다. 뭉침 없이 잘 치대줘야 맛있는 된장이 나오니 잘 치대주세요."
메주 치대는 동료가 "이거 은근 재밌는데, 다음 타자 누구?" 하고 소리친다. "너 지금 옛날 동화책에 나오는 페인트칠하는 톰소여 같아"라는 말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어른이 되었지만 웃음은 어릴적 그대로다. 꽤 오랜 시간을 치대고 나서야 된장은 원하는 모양이 되었다. 된장은 따로 된장 항아리에 담는다.

▲된장 담기 간장을 넣고 치댄 된장을 항아리에 담다
호돌
소금물에 메주를 담아 시간이 흘러 오늘이 왔다. 된장과 간장을 나누는 날이라서 오늘을 "장 가르는 날"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한 항아리에서 동고동락하던 메주와 소금물은 오늘을 기점으로 이별을 맞이했다. 하나는 된장이 되어 구수하게 익어갈 것이고, 하나는 간장이 되어 깊고 진하게 발효될 것이다. 사람이 할 일은 끝났으니, 이제부턴 자연의 시간과 정성이 일할 차례다.
다가올 겨울,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마주할 두 장(醬)의 모습이 벌써 기다려진다.

▲콩 모종 식재 발아되지 못한 콩을 대신해 모종을 식재하고 있다
호돌
지난 달에 심은 부엉다리콩, 선비잡이콩, 밤콩 등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우리가 심고 간 후 이 밭은 까치과 비둘기들의 만찬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들의 먹성에도 불구하고 떡잎을 내밀고, 본잎을 키워 자라난 몇몇 개체들만으로 밭을 비울 수는 없어 모종을 내와 빈 밭에 심는다. 6월이 가기 전에 나머지 빈 밭도 메주콩이나 서리태로 보충해 심기로 했다.

▲일한 다음에는 맛난 먹거리 밭에서 수확한 쌈채소들과 밥을 버무려 한 상 차렸다. 무알콜맥주로 기분도 내고, 중간단계를 마무리 한 기념으로 건배.
호돌
"오늘 6교시 풀수업하고 부랴부랴 참가하느라 늦게 도착해서 죄송했는데, 장가르기도 눈 앞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정성가득 맛난 음식 준비해준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장가르기는 무얼하는걸까 궁금했는데, 각 과정들에 선생님들께서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호흡을 맞춰가며 선배선생님들과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들어서 좋았습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한 다음에 모여서 먹는 음식은 맛나다. 텃밭에서 바로 수확한 쌈채소들 숭덩숭덩 뜯어 넣고, 밥과 각종 김치 버무려 놓으니 대야 한 가득 비빕밥이 만들어졌다. 시원한 냉수와 무알코올 맥주로 기분을 내며 장가르는 날을 마무리했다.
정성 어린 손길이 모여 장이 익어가듯, 콩장 멤버들의 정과 추억도 항아리 속 장처럼 깊고 진하게 익어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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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기다린 장가르기, 메주와 소금물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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