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보
이경호
함께 현장을 찾은 대전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은 상주보를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이렇게 큰 줄 몰랐어요. 보가 아니라 거의 댐 같네요."
그 말은 사실은 중요한 질문이었다. 국제대댐회(ICOLD)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댐 분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높이 15m 이상이면 대댐(Large Dam)으로 분류하며, 높이가 10~15m인 경우에도 저수용량이 100만㎥ 이상이면 대댐으로 본다. 상주보의 높이는 약 11m다. 그리고 상주보의 총 저수용량은 129만㎥다. 이미 국제 기준상 대댐에 해당한다.
상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4대강 16개 보 가운데 승촌보를 제외한 15개가 국제 기준상 대댐에 해당한다. 승촌보 역시 기준에 불과 7만㎥ 부족한 수준이다. 결국 지난 15년 동안 우리가 '보'라고 불러온 시설 대부분은 국제 기준으로 보면 대댐 규모의 구조물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 당시 환경단체들은 "보가 아니라 댐"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 기능과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상주보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몇 사람이 전부였다. 활력이 느껴지는 공간은 아니었다. 물론 무더운 날씨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아한 풍경이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도, 물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4대강 사업 당시 정부는 물을 가두면 사람들이 찾아오고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주보 역시 수변관광 활성화를 기대하며 만들어졌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 상주보는 시민들에게 그런 공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상주보에서 차를 타고 조금 더 올라가자 경천대가 나타났다. 경천대는 예로부터 낙동강 절경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강이 휘돌아 흐르고, 넓은 모래톱이 펼쳐졌던 곳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정자에 올라 시를 읊고, 모래와 물이 빚어낸 풍경 속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인터넷에 남아 있는 옛 사진 속 경천대는 그런 모습이었다.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강은 여울과 소를 반복하며 살아 움직였다. 기암절벽과 모래톱, 흐르는 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왜 이곳이 오랫동안 낙동강의 명승으로 불렸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 4대강 사업 이전의 경천대 모래
정수근(오마이뉴스)
하지만 내가 만난 경천대는 달랐다. 사진 속 모래사장은 없었다. 절벽 아래를 채우고 있던 것은 모래가 아니라 물이었다. 대규모 준설과 댐(상주보) 건설로 여울은 사라졌고, 강은 움직임을 잃은 듯 잔잔했다. 그리고 그 물빛은 초여름인데도 이미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상주보 상류에 있는 경천대는 더 이상 흐르는 강이 아니었다. 마치 호수처럼 잔잔했다. 계절마다 드러났다 사라졌을 모래톱은 찾을 수 없었다. 본래 아름다웠던 곳에 물을 채우면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경천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시설을 홍보하는 안내판
이경호
그러나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경천대 주변에는 여러 관광시설과 편의시설이 있었다.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노력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연 경관을 훼손해 놓고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주기를 기대하는 방식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다. 전국 곳곳의 관광개발이 그렇듯, 처음에는 대규모 투자와 홍보로 사람을 끌어모으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속성에 대한 고민은 사라진다.
경천대 역시 그런 모습이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를 놀이시설에는 녹이 슬어 있었고, 풀만 무성했다. 운영 중이던 카페 등의 건물도 모두 비어 있었다. 이미 운영이 중단된 시설들은 이곳의 관광개발이 얼마나 관행적으로 진행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사람이 넘쳐날 것이라 기대했겠지만, 현실은 버려진 시설물만 남아 있었다.

▲ 멈춰진 시설에 풀이 자란 모습
이경호

▲ 문을 닫은 카페
이경호
물을 가두면 사람이 오고, 사람이 오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경제를 살린다는 말은 강을 가두는 이유로 등장했다. 16개 보를 만들면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약속이었다. 아직도 이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 세종보 재가동을 주장하는 이들 가운데 일부도 물을 담수하면 주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주보를 비롯해 낙동강 8개 보가 10년 넘게 담수된 지금, 그 주변 경제가 눈에 띄게 살아났다는 말을 듣기는 어렵다. 오히려 묻게 된다. 2011년 완공 이후로 15년이 흘렀다. 이 세월이면 충분한 시간 아닌가. 경제 효과가 있었다면 이미 나타났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낙동강에서도 손꼽히는 경관을 지닌 경천대가 이 정도라면, 과연 어디에서 물을 가두면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을 가두면 사람이 오고, 사람이 오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는 적어도 상주보와 경천대가 보여준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정말 강을 막는 것이 지역을 살리는 길일까.
경천대 현장에서 독일을 다녀온 집행위원은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여주었다. 독일의 강에서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고, 어른들은 강변에 누워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특별한 시설 때문이 아니었다. 흐르는 강 자체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었다. 놀라웠던 것은 독일 사람들이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 독일 잘레강
이성숙
우리 역시 오래전에는 그랬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강에서 강수욕을 했다. 여름이면 모래사장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어른들은 강물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혔다. 모래톱은 공동체의 놀이터였고, 강은 삶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이런 풍경을 처참히 짓밟았다. 모래톱은 사라졌다. 여울은 잠겼다. 흐르는 강은 거대한 물그릇으로 바뀌었다.
4대강 사업의 문제는 단지 풍경의 변화만이 아니었다. 감사원은 사업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정확한 경제성 검토 없이 대규모 준설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 설치 이후에도 일반 하천 기준으로 수질을 관리해 실제 수질 악화 가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보는 소형 보 기준을 적용해 시공되면서 보강이 필요한 문제도 확인됐다. 준설과 보 설치 규모가 확대되면서 필요 이상의 유지관리비가 소요되는 비효율 역시 지적됐다.
경천대에서 바라본 강물은 이미 옅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녹조는 자연에도 존재한다. 햇빛과 영양염류가 있으면 조류는 원래 발생한다. 문제는 규모다. 강물이 흐르지 못하고 오래 머무르면 조류는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자연스럽게 존재하던 녹조가 인위적인 정체 환경과 만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보는 녹조를 만들어내는 기계가 아니다. 하지만 녹조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구조물인 것은 분명하다. 강은 흐를 때 스스로 정화하고, 모래톱을 만들고, 생명을 키운다. 지나치게 물을 가둔 풍경은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의 강이 아니다. 홍수를 막고 물을 확보하는 일은 중요하다.

▲ 경천대애서 바라본 강. 녹색 빛이다.
이경호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모래톱을 잃고, 여울을 잃고, 강수욕의 기억을 잃고,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풍경과 공동체의 삶을 잃었다면 그것을 발전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뒤늦게 찾은 경천대 무우정에서 바라본 낙동강은 자연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절벽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낙동강 역시 그곳에 있었다. 다만 자유롭게 흐르지 못한 채 바다로 향하는 길목에서 멈춰 있을 뿐이었다. 언젠가 다시 모래톱이 드러나고, 아이들이 강에서 뛰놀며, 사람들이 강수욕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올까. 경천대를 내려오며 바랐다. 정부가 바뀌었다. 흐르는 강을 만드는 일이 더 늦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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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막으면 경제가 살아난다? 15년간 그런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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