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성재 전 한겨레신문 기자 한겨레신문 경제부·사회부·문화부 기자를 거쳤고, 이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국회 보좌관,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겸 대변인,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이사 등을 지냈다
권미강
- 요즘 기성 언론들이 급격하게 보수화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수 언론사의 숫자가 많아서인가요, 아니면 기업들이 언론사를 소유하고 결탁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까? 이외에 또 다른 근본적 이유가 있나요?
"건설사와 대기업들이 광고와 자본줄을 쥐고 흔들기 때문에 언론은 철저히 기업 눈치를 봅니다. 재벌과 대기업들은 규제를 풀어주는 보수 정권을 선호하므로, 언론사들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보수 정권이 창출되도록 정치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보수화 전위 부대가 됩니다. 여기에 깊은 역사적 뿌리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 36년에 더해, 해방 이후 무려 50년 이상을 보수 독재 정권이 지배했습니다. 민주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까지 다 합쳐봐야 고작 15년 남짓입니다. 이 사회의 주류 기득권의 뿌리는 일제가 남겨놓은 잔존 세력, 친일 세력, 독재 부역자, 그리고 재벌 카르텔입니다. 이 거대한 기득권 구조와 시스템 속에서 언론 권력도 한 몸으로 기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보 언론이 새로 서고 싶어도 물적 토대(자본)가 너무나 취약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지형인 거죠."
- 그래도 최근 몇 년간 1인 미디어나 독립 매체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참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미래를 예측하고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초석을 닦아 놓았다는 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온라인 IT의 힘(노사모 등) 덕분에 보수 언론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도 당선될 수 있었죠. 이후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 혁명 등을 거치며 1인 미디어가 활동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가 열렸습니다. 이 1인 미디어와 뉴스타파, 시민언론 민들레 같은 독립 매체들이 있었기에 보수 언론 권력이 여론 프레임을 100% 독점하는 참극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제 책의 칼럼들도 주류 언론 카르텔을 깨기 위해 이 독립 언론들과 1인 미디어들이 하루빨리 자리를 잡고 대성해야 함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짚어야 할 치명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바로 '게이트 키핑(Gate-keeping)'의 부재입니다. 대다수 1인 미디어 운영자들은 저널리즘에 대한 직업적 훈련과 윤리적 고민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습니다. 언론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데스크가 팩트를 검증하고 걸러내는 절차인데, 1인 미디어는 이 과정이 완전히 생략되어 있죠. 운영자 개인의 선입견, 확증 편향, 편견이 여과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오보가 많고 대단히 위험한 측면도 존재합니다.
26년 전 오마이뉴스가 창간하며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고 선언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도 엄연한 언론이자 기자입니다. 다만 '좋은 기자냐 나쁜 기자냐, 실력과 윤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시민들이 유튜브나 1인 미디어를 볼 때도 철저한 뉴스 리터러시 안목을 가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언론 개혁 위한 3대 구조적 해법
- 우리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언론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요?
"조선일보 하나 폐간한다고 될 문제가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 때 언론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기득권 언론의 저항으로 실패했죠. 헌법상 언론의 자유가 있으니 정부가 함부로 나설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개혁 정부와 국회가 결단하면 할 수 있는 3가지 구조 개혁 방안이 있습니다.
첫째, 정부 광고 배분 방식의 혁신입니다. 제가 언론재단에 있을 때 조중동의 ABC협회 가짜 부수 조작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때 문체부와 함께 발행 부수 대신 새로운 광고 집행 기준을 수립했습니다. 언론중재위의 왜곡·오보 판정 건수, 신문윤리위의 경고 내역, 법원의 패소 판결 수치를 다 통계화해서 나쁜 뉴스를 많이 내는 매체는 등급을 낮춰 정부 광고비를 깎아버리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정권 바뀐 뒤 국회 증인으로 불려 다니고 경찰 수사까지 받았지만, 다음 정부는 이 공정한 배분 방식을 반드시 다시 시행해야 합니다.
둘째,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전격 시행입니다. 1년에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정부 광고 예산을 언론사에 직접 주지 말고, 시민들에게 바우처 형태로 나누어 주는 겁니다. 시민들이 자기가 신뢰하고 보고 싶은 언론에 직접 구독료나 후원금 개념으로 바우처를 폭격하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해야 언론사들이 조회수 낚시가 아닌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경쟁하게 됩니다.
셋째, 폐쇄적인 부처 기자단과 '검찰 출입 기자실'의 전면 폐지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임기 말이라 동력을 잃었지만, 지금은 국민이 검찰 기자단 폐지를 강력히 지지하고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대안 매체든 1인 미디어든 누구나 들어와 취재할 수 있게 문을 완전히 열어야 합니다. 더불어 국회는 허위 왜곡 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을 단호하게 밀어붙여 통과시켜야 합니다."
무너진 언론사 내부 소통 구조와 교육 혁신
- 공교육에서의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정말 절박해 보입니다.
"1인 미디어 운영자들의 편견과 오보가 검증 없이 작동하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민주시민의 기본 소양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교육과정 계획서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라는 선언적 문구 한 줄은 들어갔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었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마지못해 하는 교육은 교실 뒤편에 조중동 종이신문 갖다 놓고 오려 붙이게 만드는 낡은 NIE(신문활용교육) 수준입니다. 이런 고리타분한 도덕 수업 대신, 유튜브와 포털을 총망라해 나쁜 뉴스를 비판적으로 간파하는 제대로 된 뉴스 리터러시 교과 과정을 만들어 정규 필수 과목으로 넣으라고 교육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청년들이 가짜 뉴스에 속아 급격히 극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시민들이 나쁜 뉴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첫째는 이 책을 한번 쭉 읽으시면서 비판적 안목을 기르시는 거고요(웃음). 둘째는 내가 뉴스를 소비하면서 정말 팩트를 다루고 양심적이라고 판단한 소수의 매체와 신뢰하는 기자들을 명확히 찾아내어 화이트리스트를 만드는 겁니다. 반면 상습적으로 왜곡 보도를 일삼고, 기사형 광고나 남발하며, 기만적 중립 뒤에 숨어 현실을 호도하는 나쁜 뉴스 매체와 기자들과는 단호하게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작별하셔야 합니다. 단언컨대, 그 매체들을 끊고 보지 않더라도 우리 시민 여러분들의 삶과 일상생활에는 정말 눈곱만큼의 불편함도, 아무런 지장도 없습니다.
- 나쁜 뉴스들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다 보면 피로감이 엄청날 듯한데, 어떤 방식으로 마음에 거리두기를 하시나요? 술이라도 한잔 시원하게 드시나요?
- (웃음) 아, 이거 참 창피해서 어디 가서 안 하는 이야기인데 고백을 하자면…. 매일 뉴스를 보며 온갖 스트레스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때, 제가 마음을 비우기 위해 매일 들어가는 유튜브 방송이 있습니다. 바로 '옛날 개그콘서트(개콘) 모음집 방송'입니다. 10년 전, 혹은 수년 전에 방영했던 개콘 코너들을 다 모아놓은 채널인데, 거기 들어가서 온갖 정치 뉴스나 언론 생각은 완전히 뇌에서 비워버린 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실없이 깔깔거리며 봅니다. 그렇게 한바탕 바보처럼 크게 웃고 나면 묘하게 뇌가 환기가 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다시 글을 쓸 힘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차담을 마무리하며
가장 지치고 힘들 때 오래전 개콘을 보며 실없이 웃는다는 그의 고백을 들으며, 어쩌면 지금 우리 시대 언론 자체가 스스로 블랙코미디에 빠진 건 아닐까 생각했다. 희극의 탈을 썼으나 결국 비극을 보여주는 서글픈 블랙코미디. 아마 이 글을 읽는 언론인이 있다면 "지깟 주제에 뭘 안다고" 쏘아붙이거나, 안면 있는 기자라면 뒤에서 궁시렁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대들이 기자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갖추고 진짜 언론인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이제는 나쁜 뉴스를 버리시라. 시민들 역시 영혼을 해치는 나쁜 뉴스와 단호히 헤어지고 진짜 뉴스를 곁에 두시라. 그러려면 우선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을 읽고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세계로 기꺼이 걸어 나가 보시라. 오랜만에 나눈 유익하고도 유쾌한 대화 덕에 체증이 내려가듯 속이 뻥 뚫렸다. 찻집을 나서는 길, 노을이 땅거미 속으로 가라앉는 시간이었음에도 눈에 비친 하늘은 유난히 환하고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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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뉴스를 끊어도, 당신의 삶엔 눈곱만큼의 지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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