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980년대는 민중항쟁의 시대였다. 예전처럼 소수의 지식인과 학생·노동자뿐만 아니라 넥타이 부대와 여성들이 참여한, 그야말로 민중이 함께하는 변혁운동이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여성문학분과위원회는 1988년 8월 무크 <여성운동과 문학>을 실천문학사에서 창간하였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6월항쟁을 이끄는 문화계의 대표적인 단체로서 기관지로 이 잡지를 펴낸 것이다. 특집좌담 '여성과 계층'을 비롯하여 고정희 시인의 (로자)룩셈부르크 관련 기고, 소설가 유시춘의 글 등이 실렸다.
여성문학분과위원회 명의로 쓴 창간사 '책을 내면서'의 후반부이다.
1980년의 아픔을 겪고 여성운동이 사상적 오류를 극복하고 올바른 실천으로 나아가고 있듯이 여성해방문학 또한 비로소 이론정립과 작품창작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퍽 다행한 것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출범과 더불어 여성문학분과도 탄생하게 되어 여성해방문학도 민족·민중문학 건설과정에 자기 몫과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먼저 삼중의 모순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기층여성의 삶을 문학형식을 통해 적극적이고 다양하게 표출시켜야 할 것이다. 동시에 억압당하는 여성의 삶을 계급, 계층을 초월하여 폭로하고 고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천을 통한 여성해방의 대안들이 작품을 통해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
여성의 정치세력화, 일하는 여성의 문화 창출, 노동운동의 과정 등 변혁운동의 주체로서 여성의 삶이 작품 속에서 반드시 포착되고 용기있고 대범하게 그려져야 한다.
여성 시각에서 보면 기존의 모든 작품, 문학사도 재평가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올바른 여성해방문학을 위해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 가고자 한다.
첫째, 작가는 올바른 세계관과 여성관을 가져야 한다. 작품 속에서 여성을 단순히 성의 대상으로 보거나 성차별적 관점으로 접근해 여성문제를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
둘째, 여성해방문학에 대한 심화된 이론이 정립되어야 한다.
셋째, 좋은 작품을 많이 내놓아야만 한다. 구체적인 생산물 없이 이론만 가지고 여성해방문학을 논할 수는 없다. 여성노동자가 쓰는 문학, 공동창작, 여성수난사를 형상화하는 문제, 가리워진 혁명적 여성투쟁의 현장 등, 작가는 작품으로서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만 한다.
넷째, 한국문학사가 민족·민중문학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여성문학론적 시각에서도 제대로 기술되어야 한다.
끝으로 <여성운동과 문학> 무크지를 민족문학작가회의 여성문학분과의 첫 생산물로서 내놓게 되어 떨림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문학의 선배와 동료, 후배들, 여성운동가들, 독자 여러분 모두 우리들의 이 부족한 실험을 너그럽게 봐 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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