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서적을 꾸준히 발행해 오던 출판사 까치가 1988년 개울 계간 <경제와 사회>를 창간했다. 발행인 박종만, 편집인 최장집, 편집위원 최장집(위원장), 김진균·김수행·김대환·박윤성·이종오·서관모·임영일·조희연·정해구 등 진보성향의 사회·경제학자들이 참여했다.
편집위원회 명의의 창간사격인 '책을 내면서'의 중간 부분이다.
그동안 진보적 학술 연구자들의 구체적인 연구활동의 내용은 무엇보다도 기성의 보수적 학계가 거의 전적으로 그 연구 관심의 영역 밖에 방치하고 있었던 연구주제들에 대한 과감한 접근으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그러한 연구주제들을 어떠한 '관점'에서 다루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보다 본질적인 것이라는 깨달음이 곧바로 있었고 이 점에서 그동안 우리는 한국사회의 근현대사에 대한 총체적인 '상(像)'의 정립을 위한 거시이론적 틀의 확립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서 소위 "사회구성체 논쟁," 혹은 "한국사회 성격 논쟁"은 연구자들의 관점의 전환과 정립 노력을 이끈 견인차적 구실을 한 중요한 논쟁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영역의 진보적 학술 연구자들은 각자의 분과학문의 경역을 뛰어넘어 실질적으로 긴밀한 학제적(inter-discipliary)연계를 맺고 나아가 자신의 연구주제들도 그 맥락에 위치지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80년대 말에 이르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는 이제 이 논쟁의 과정에서 확인된 쟁점들과 구체적인 연구과제들을 '실증적'으로 검증해내고, 나아가 이를 보다 실천적인 문맥으로까지 연계지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어느 면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구체적인 연구성과 위에서 과연 얼마나 성실히 부응해갈 수 있을 것인가가 우리들이 주창하는 '민족적, 민중적' 학문의 건설의 성패를 가능하게 할 것임이 분명하다.
반드시 올바르기만 한 지적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논쟁의 진행과정에서 그것이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혹은 현학적으로 보일 정도로 높은 추상 수준에 국한되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는 점은 우리의 겸허한 자기 반성을 요구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산업사회 연구회"는 그동안 51회에 이르는 월례 발표회를 위시하여 다양한 내부 토론의 기회들을 마련해왔고 진보적 학술 연구자의 조직적 재생산을 위한 노력도 심도 있게 기울여왔다.
다른 한편으로 다양한 발표 매체되어왔고 자체의 매체인 <산업사회연구> 제1집과 제2집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이제 우리가 학술 계간지의 형태로 <경제와 사회>를 발간하는 것은 그동안의 연구 활동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내부의 자기 반성을 기초로 우리 활동의 성과들을 보다 구체적이고 보다 실천적인 문맥 위에 올바로 진입시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의 표현이다.
이 노력의 성패 여부에 대해 우리는 지금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에 비례한 성과가 있을 수 있음을 확신할 정도의 논의 수준은 이루어왔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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