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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합니다, 직접 와서 봐주세요" 경포호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일

파래류 대량 번식하며 악취까지 퍼져... 호수 절반 이상이 녹색 물감 풀어놓은 것처럼 보여

등록 2026.06.16 10:56수정 2026.06.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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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가 심각합니다. 직접 와서 봐주세요."

한 시민으로부터 다급한 제보가 접수됐다. 경포호 곳곳에 파래류가 대량 번식하고 있는데도 눈에 띄는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며 현장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6월 8일 <초록빛으로 물든 경포호, 강릉의 얼굴이 병들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경포호에 확산되고 있는 파래류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

 경포호 수면을 뒤덮은 파래류 사이에서 물닭이 애처로운 모습으로 물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경포호 수면을 뒤덮은 파래류 사이에서 물닭이 애처로운 모습으로 물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이규송

다시 찾은 경포호, 상황은 더 악화됐다

16일 다시 찾은 경포호는 불과 며칠 전보다도 더 심각한 모습이었다. 경포대에서 내려다본 호수 중앙에는 노란빛 띠가 길게 형성돼 있었고, 수면 위를 뒤덮은 파래류 사이에는 물새 한 마리가 홀로 앉아 있었다. 마치 병들어 가는 호수를 지키는 듯한 그 모습은 경포호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호수 곳곳에는 초록빛 파래류가 넓게 퍼져 있었으며, 바람이 머무는 수역마다 파래가 띠를 이루며 쌓여 있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부패가 시작된 파래류로 인해 악취까지 발생해 산책객과 관광객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시민들은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중요한 생태 공간인 경포호가 파래류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보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실효성 있는 관리·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포대에서 바라본 경포호. 호수 중앙부에 노란빛 띠가 길게 형성돼 있으며, 곳곳으로 확산된 파래류가 수면을 뒤덮고 있다.
경포대에서 바라본 경포호. 호수 중앙부에 노란빛 띠가 길게 형성돼 있으며, 곳곳으로 확산된 파래류가 수면을 뒤덮고 있다. 이규송

예년과 다른 확산 양상


경포호에서는 매년 기온이 오르는 시기에 파래류가 발생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특정 구간에 국한되지 않고 호수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과거에는 강문 일대나 일부 정체 수역에서 주로 관찰됐지만, 올해는 호수 곳곳에서 파래류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한다. 수면을 따라 떠다니는 초록빛 해조류는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호수의 건강성에 대한 우려도 키우고 있다.


경포호를 자주 찾는 박중석씨는 "예전에는 강문 입구 다리 주변과 일부 정체 수역에서만 녹조나 파래류가 발생하는 정도였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제는 호수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대량 번식한 파래류가 경포호 곳곳을 덮으며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대량 번식한 파래류가 경포호 곳곳을 덮으며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이규송

시민들 "반복되는 파래류 문제, 적극적인 대응 필요"

경포호를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파래류 확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릉 시민 정인학씨는 "예년에도 파래류가 발생했지만 올해처럼 넓은 구간으로 확산된 모습은 처음 본다"며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만큼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관광을 온 박아무개씨는 "SNS를 통해 본 아름다운 경포호를 기대하고 왔지만 실제 모습은 달랐다"며 "관광도시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산책을 나온 이상형씨는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선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행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하고 찾은 관광객들이 파래류가 가득한 경포호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하고 찾은 관광객들이 파래류가 가득한 경포호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진재중

파래류보다 늦은 대응이 더 큰 문제

전문가들은 경포호의 파래류 발생 자체보다 적기 수거와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이규송 교수는 "파래류는 매년 6월이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인 만큼 초기에 제거 장비를 투입해 수거 작업을 실시했다면 지금처럼 경관 훼손이나 환경 문제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행정의 초기 대응이 다소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원영동 생명의숲 윤도현 사무국장도 "파래류는 매년 반복되는 자연현상이지만 발생 초기부터 신속하게 수거와 제거 작업을 실시하면 경관 훼손과 환경 영향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며 "제때 수거하지 못해 파래류가 대량으로 쌓이고 부패하면서 악취와 환경 문제를 키우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파래류 발생을 막는 것보다 신속한 수거 체계와 지속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타래처럼 엉킨 파래류가 지렁이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수면에 떠 있다.
실타래처럼 엉킨 파래류가 지렁이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수면에 떠 있다. 진재중

왜 파래류가 늘어났나

경포호는 원래 바다와 육지가 분리되면서 형성된 석호(潟湖)로, 강문해변을 통해 해수가 유입되고 경포천과 인근 하천을 통해 담수가 흘러드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대표적인 기수역 생태계다. 이러한 환경은 계절과 강수량에 따라 염도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다양한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독특한 생태적 가치를 만들어 왔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지리교육과 최광희 교수는 "현재 경포호의 가장 큰 문제는 염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이라며 "원래 석호는 담수와 해수가 섞이면서 계절과 시기에 따라 염분 농도가 자연스럽게 변화해야 하지만, 현재는 담수 유입량이 크게 줄어든 반면 하구가 상시 개방돼 있어 염도가 해수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호의 건강성은 담수와 해수가 균형을 이루며 염도가 변화하는 데서 유지된다"며 "현재와 같이 자연적인 염도 변화가 사라지면 경포호 고유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포호로 유입되는 하천의 유량을 늘려 담수 공급을 확대하고, 하천의 자연적인 정화 기능이 활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물 순환 체계를 회복하는 것이 경포호 생태계 건강성을 되찾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량 번식한 파래류가 경포호 수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파래류 확산이 호수 전역으로 이어지면서 경관 훼손과 생태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량 번식한 파래류가 경포호 수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파래류 확산이 호수 전역으로 이어지면서 경관 훼손과 생태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재중

강릉시 "수거 작업 확대…원인 분석과 수질 개선 병행"

강릉시 환경과는 경포호 파래류 문제와 관련해 지난 5월 말 1차 제거 작업을 실시했으며, 2차 수거 작업도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 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현재 경포호 수질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파래류 대량 발생 원인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관계 기관과 협력해 수질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포호는 자연호수라는 특성과 기상 여건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만큼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시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물 순환 개선과 수질 관리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릉시는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수거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파래류 발생 원인 분석과 수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 관리 대책도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포대 정자에서 바라본 경포호 한가운데에 파래류가 노란빛 띠를 형성하고 있다.
경포대 정자에서 바라본 경포호 한가운데에 파래류가 노란빛 띠를 형성하고 있다. 이규송

단순 수거보다 근본 처방 필요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제거 작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강원대학교 김형근 명예교수는 경포호 파래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거 작업을 넘어 근본적인 수질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선 호수로 유입되는 영양염류를 줄이고 생활하수와 비점오염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외해와의 물 교환 기능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수질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장기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포호는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구간이 많아 여름철 수온이 상승하면 파래류가 급격히 번성하기 쉬운 환경"이라며 "물 순환을 개선하고 오염물질 유입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량 번식한 파래류가 경포호 곳곳에 쌓여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대량 번식한 파래류가 경포호 곳곳에 쌓여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진재중

강릉의 얼굴, 다시 웃을 수 있을까

경포호의 파래류 문제는 단순한 경관 훼손을 넘어 시민들의 생활환경과 관광도시 강릉의 이미지, 그리고 생태계 건강성과 직결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다. 왜 파래류가 대량 발생했는지, 현재 수질 상태는 어떠한지, 앞으로 어떤 대책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실질적인 행동이다.

경포호는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소중한 생태 자산이다. 봄이면 벚꽃이 호수를 둘러싸고, 여름이면 푸른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선사한다. 가을과 겨울에는 철새들이 찾아와 휴식하는 생태 공간이자 시민들의 쉼터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지금의 경포호는 파래류 확산과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기 수거와 제거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물 순환 개선과 담수 유입 확대, 오염원 관리, 지속적인 수질 모니터링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포호를 되살리는 일은 단순히 호수 하나를 관리하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관광도시 강릉의 경쟁력을 지키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자연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또한 강릉시가 환경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 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제를 외면하는 침묵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책임 있는 대응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눈에 보이는 변화를 원하고 있다.

 경포호 수면을 뒤덮은 파래류가 초록빛 띠를 이루며 확산되고 있다.
경포호 수면을 뒤덮은 파래류가 초록빛 띠를 이루며 확산되고 있다. 진재중









#경포호 #녹조 #파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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