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은 바른 칫솔 습관과 치실 사용을 충치나 치아 손실을 예방하는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안수
결국 지난 1월 27일, 치료의 여정을 시작했다. 에릭은 임상 8년 차의 젊은 의사였다. 적절한 실무 경험을 가졌으면서 최신 기술에 최적화된 사람이라 생각됐다. 무엇보다 영어 소통에 문제가 없어서 마음이 놓였다. 내가 머무는 호스텔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방문도 수월했다.
총 138일에 걸친 그 여정이 6월 13일에 끝났다. 뿌리만 남은 치아 6개를 발치하는 것으로 시작한 총 22회차 방문 치료였다. 한번 방문에 최소 3시간, 최장 5시간까지, 평균 4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22회의 대면 동안 약 88시간을 함께했다. 그 시간은 내 몸을 가지고 내가 치과 실습을 하는 의대생이 된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몇 번 절망의 끝까지 갔었다. 딱 하나밖에 남지 않은 윗니의 자연치아까지 발치한 뒤 윗니는 오래전에 심은 임플란트 두 개와 그것을 지지대로 삼은 의치 2개뿐이었다. 큰 기대를 품고 부분틀니를 처음 낀 날의 충격은 몇 주가 지나도록 가시지 않았다. 마치 입안에 외계 동물이 살고 있는 듯했다. 아프고, 씹을 수조차 없었다.
두 번째 위쪽 틀니를 제작하고 적응 과정에서 식사 중 틀니가 빠지고 대화 중 떨어지기도 했다. 당근 한 조각도 씹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내는 내 체중 감소를 막기 위해 매일 시장을 돌며 씹지 않아도 되는 과일을 사고, 부드러운 조리법에 맞는 식재료를 찾아다녔다.
에릭은 "(틀니 사용에) 점차 적응이 필요하다"면서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에게 내 치아의 상태, 적응한 치료법, 사용한 재료와 장단점, 기존 전통 재료와의 차이 등 궁금한 모든 것을 그에게 물었다. 그는 환자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치료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의사였다.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껏 답을 했다.
몸이 해내는 치유
마침내 세 번째 다른 디자인으로 제작된 틀니가 도착했을 때, 그는 확신에 찬 얼굴로 나를 맞이하며 말했다.
"동료들이 묻더군요. 왜 그렇게 어려운 환자를 맡아 고생하느냐고. 어젯밤도 해결책을 고민하느라 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닌 이상, 방법은 있습니다."
새 틀니를 착용하자 이전에 겪었던 문제들이 사라졌다. 잇몸은 틀니를 착용하는 3개월 동안 더 단단해졌고, 입속의 세포들은 포기와 수용을 통해 틀니라는 새로운 대안을 받아들였다. 에릭은 자신이 지난 1년간 참여한 수련 과정을 들려주며 나를 안심시켰다.
"제가 늘 말씀드렸잖아요. 몸이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요. 의사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고, 나머지는 몸이 스스로 해내도록 기다리는 겁니다. 저는 지난해 '고급 정신 재활 과정'을 밟았는데, 치과에서는 이를 '전체 구강 재활(Full Mouth Rehabilitation)'이라 부릅니다. 치아가 여러 개 손상되거나 상실된 경우, 전체 구강의 기능·심미·저작 능력을 회복하도록 종합적으로 치료하는 과정입니다. 환자의 개별성에 맞추어 유연하게 치료를 수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제야 나는 '점진적인 적응'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는 의사만의 책임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몸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마지막 22회차는 최종 치아의 적응 상태를 점검하고, 지난 4개월 17일의 치료 과정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 생겼다. 에릭은 "꽤 복잡한 치료 사례였다. 상악과 하악의 관계가 이미 상실된 상태라 교합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면서 "치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환자가 기존 상태에 익숙해져 있어 변화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당신은 치료한 건 내 치아만이 아니다. 노년의 자신감이라는 정신적 영역을 함께 회복시켜 주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당신의 이 멋진 작품(틀니)을 잘 보존하면서 사용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는 꼭 하고 싶었던 말이라며 두 가지를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충치나 치아 손실을 예방하는 백신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럴 때 항상 칫솔과 치실을 보여드립니다. 충치와 잇몸 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은 이 두 가지 입니다. 칫솔질은 너무 세게 하면 안 됩니다. 치아와 잇몸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플라크(dental plaque : 치아 표면에 생기는 세균·음식물 찌꺼기·침이 섞인 생물막)를 제거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해야 합니다. 칫솔은 길어도 두세 달에 한 번씩은 교체해 주세요. 그리고 잇몸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올바른 방법으로 치실을 함께 사용하세요.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구강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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