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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니 3개가 한 번에 툭... 절망하는 내게 멕시코 의사가 건넨 말

    '어금니 도시' 멕시코 오악사카서 받은 치료... 치아 6개 발치하고 돌아본 노년의 삶

    등록 2026.06.21 11:35수정 2026.06.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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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기자말]
    은퇴 직후 한국 밖에서 순례의 삶을 살기 위해 한국을 떠날 시점에 치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 치료를 미루었고, 이 때문에 2년 후 건강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치료비를 감당하기는 어려워 결국 멕시코에서 장기간 치과 치료를 받았다. 지난 1월에 시작한 치료가 13일에 마무리됐다. 누구나 당면할 수밖에 없는 노년의 몸과 그 치료의 전후를 기록했다.

    4년 전 한국을 떠나기 직전 치과를 찾았다. 앞니 한 개에 물린 3개의 의치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었다. 몇 년 전 치료했던 5개가 조합된 왼쪽 아래의 의치도 치료 후 잇몸 통증 때문에 한 번도 씹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였다. 의사는 통증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거라고 했는데, 일과에 바빠 치과 방문을 포기하고 몇 년을 오른쪽으로만 씹으며 버티고 있었다.


    병원에 들러 "10년쯤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으로 집을 떠난다"며 치아 상태를 점검해 달라고 했다. 의사는 치료에 몇 개월이 걸릴 거라며 "출국이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드릴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출국을 미루고 치료를 받을 수는 없었다. 이미 아내가 영국으로 출국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치료를 이유로 출국을 미뤘다가 치아가 아니라 또 몸의 다른 부분이 불편해지는 건 아닐까 괜한 우려도 들었다.

    양쪽 어금니 기능까지 소실

     치과.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치과.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quangtri on Unsplash

    치아는 결국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3개, 4개의 의치가 3번에 걸쳐 이탈하고 급기야 지난해 여름 밴쿠버에서 양쪽 어금니 기능이 소실되어 씹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애틀로 이동 후에는 앞니 3개가 한 번에 빠졌다. 이가 흔들리면서 계속 통증을 유발하던 터라 차라리 빠지고 나니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얼굴 안면의 모양이 변했다. 또 대화할 때 손으로 입을 가리게 되다 보니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불편했다. 결국 콧수염을 길러 빠진 앞니를 가렸다. 앞니를 사용해야 하는 영어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난감한 건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치과를 방문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괜찮은 일반 의료보험(Medical Insurance)을 가진 미국인들조차 치과보험(Dental Insurance)은 별도로 가입해야 해 치과 방문에 큰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외국인 여행자가 치과 병원을 방문하는 일은 경제적 파산을 의미했다. 줄어드는 내 체중을 막기 위해 아내는 열심히 대안을 찾았다. 아내는 현지 재료로 조리 가능한 다양한 죽으로, 나는 콧수염으로 어떻게든 상실과 절망을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 멕시코 오악사카에 도착한 후 희망을 발견했다. 이곳에서 치과 치료를 받는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여행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과 결과, 그리고 비용에 대한 이야기 등 오악사카 치과 정보를 수집했다. 사실 지난 3여 년 동안 멕시코를 방문할 때마다, 자국의 높은 치과 진료비를 피하려 국경을 넘어온 미국과 캐나다인들을 여러 차례 만났다. 또한 그들 대부분이 치료 경과에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티후아나(Tijuana), 메히칼리(Mexicali), 로스 알고도네스(Los Algodones) 등 미국과 경계를 맞댄 멕시코 북부의 국경 도시들에는 수백 개의 치과 클리닉이 밀집해 있다. 로스 알고도네스는 인구 약 6천 명에 치과 클리닉이 300개에 달해 '어금니 도시(Molar City)'로 불릴 정도다. 티후아나와 메히칼리에서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라는 국경을 잇는 치과 환자 전용 출입국 라인까지 제공하고 있어서 예약된 환자의 경우, 당일 치료·당일 귀환이 가능하다.


    결국 오악사카에서 더 이상 치료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치료를 막 마치고 떠나는 캐나다인 여행자가 소개해 준 닥터 에릭(Dr. Erick G. Mendoza : Professional Clínica Odontológica y Especialidades 원장)을 찾았다. 그에게 "절망적인 제 상황에서도 씹을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미소를 띠며 "우리 속담에 "죽음 외에는 모든 것에 해결책이 있다(Todo tiene remedio menos la muerte)"라는 말이 있다.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희망, 그리고 다시 절망

    에릭은 바른 칫솔 습관과 치실 사용을 충치나 치아 손실을 예방하는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에릭은 바른 칫솔 습관과 치실 사용을 충치나 치아 손실을 예방하는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안수

    결국 지난 1월 27일, 치료의 여정을 시작했다. 에릭은 임상 8년 차의 젊은 의사였다. 적절한 실무 경험을 가졌으면서 최신 기술에 최적화된 사람이라 생각됐다. 무엇보다 영어 소통에 문제가 없어서 마음이 놓였다. 내가 머무는 호스텔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방문도 수월했다.

    총 138일에 걸친 그 여정이 6월 13일에 끝났다. 뿌리만 남은 치아 6개를 발치하는 것으로 시작한 총 22회차 방문 치료였다. 한번 방문에 최소 3시간, 최장 5시간까지, 평균 4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22회의 대면 동안 약 88시간을 함께했다. 그 시간은 내 몸을 가지고 내가 치과 실습을 하는 의대생이 된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몇 번 절망의 끝까지 갔었다. 딱 하나밖에 남지 않은 윗니의 자연치아까지 발치한 뒤 윗니는 오래전에 심은 임플란트 두 개와 그것을 지지대로 삼은 의치 2개뿐이었다. 큰 기대를 품고 부분틀니를 처음 낀 날의 충격은 몇 주가 지나도록 가시지 않았다. 마치 입안에 외계 동물이 살고 있는 듯했다. 아프고, 씹을 수조차 없었다.

    두 번째 위쪽 틀니를 제작하고 적응 과정에서 식사 중 틀니가 빠지고 대화 중 떨어지기도 했다. 당근 한 조각도 씹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내는 내 체중 감소를 막기 위해 매일 시장을 돌며 씹지 않아도 되는 과일을 사고, 부드러운 조리법에 맞는 식재료를 찾아다녔다.

    에릭은 "(틀니 사용에) 점차 적응이 필요하다"면서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에게 내 치아의 상태, 적응한 치료법, 사용한 재료와 장단점, 기존 전통 재료와의 차이 등 궁금한 모든 것을 그에게 물었다. 그는 환자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치료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의사였다.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껏 답을 했다.

    몸이 해내는 치유

    마침내 세 번째 다른 디자인으로 제작된 틀니가 도착했을 때, 그는 확신에 찬 얼굴로 나를 맞이하며 말했다.

    "동료들이 묻더군요. 왜 그렇게 어려운 환자를 맡아 고생하느냐고. 어젯밤도 해결책을 고민하느라 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닌 이상, 방법은 있습니다."

    새 틀니를 착용하자 이전에 겪었던 문제들이 사라졌다. 잇몸은 틀니를 착용하는 3개월 동안 더 단단해졌고, 입속의 세포들은 포기와 수용을 통해 틀니라는 새로운 대안을 받아들였다. 에릭은 자신이 지난 1년간 참여한 수련 과정을 들려주며 나를 안심시켰다.

    "제가 늘 말씀드렸잖아요. 몸이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요. 의사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고, 나머지는 몸이 스스로 해내도록 기다리는 겁니다. 저는 지난해 '고급 정신 재활 과정'을 밟았는데, 치과에서는 이를 '전체 구강 재활(Full Mouth Rehabilitation)'이라 부릅니다. 치아가 여러 개 손상되거나 상실된 경우, 전체 구강의 기능·심미·저작 능력을 회복하도록 종합적으로 치료하는 과정입니다. 환자의 개별성에 맞추어 유연하게 치료를 수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제야 나는 '점진적인 적응'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는 의사만의 책임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몸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마지막 22회차는 최종 치아의 적응 상태를 점검하고, 지난 4개월 17일의 치료 과정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 생겼다. 에릭은 "꽤 복잡한 치료 사례였다. 상악과 하악의 관계가 이미 상실된 상태라 교합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면서 "치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환자가 기존 상태에 익숙해져 있어 변화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당신은 치료한 건 내 치아만이 아니다. 노년의 자신감이라는 정신적 영역을 함께 회복시켜 주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당신의 이 멋진 작품(틀니)을 잘 보존하면서 사용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는 꼭 하고 싶었던 말이라며 두 가지를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충치나 치아 손실을 예방하는 백신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럴 때 항상 칫솔과 치실을 보여드립니다. 충치와 잇몸 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은 이 두 가지 입니다. 칫솔질은 너무 세게 하면 안 됩니다. 치아와 잇몸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플라크(dental plaque : 치아 표면에 생기는 세균·음식물 찌꺼기·침이 섞인 생물막)를 제거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해야 합니다. 칫솔은 길어도 두세 달에 한 번씩은 교체해 주세요. 그리고 잇몸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올바른 방법으로 치실을 함께 사용하세요.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구강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치과치료 #오악사카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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