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식은 끝났지만, 교육은 이제 시작이다" Pong Toeuk High School 학생들과 교사들이 빗물식수화 시설 앞에서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레인스쿨의 목표는 시설 설치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물을 관리하며 지속가능한 물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있다.
한무영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시설의 규모도, 수질도 아니었다. 이 시설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톤으로 만들겠습니다"
이 학교는 2025년 11월 제1회 캄보디아 레인스쿨 컨테스트에서 3등을 차지했다. 당초 계획은 1등 학교에 20톤, 2등 학교에 16톤, 3등 학교에 12톤 규모의 빗물식수화 시설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학교측에서는 시설 규모를 20톤으로 확대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학생들에게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고, 상수도 요금을 줄이고, 플라스틱 생수병 사용을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결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개발협력 사업을 하다 보면 지원금이 있어야만 움직이고, 지원이 끝나면 관심도 끝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시설은 남지만 운영은 멈추고, 몇 년 뒤에는 방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학교는 달랐다. 남이 해 주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하자 스스로 돈을 보태 투자했다. 어쩌면 지속 가능성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설을 관리하는 학생들
이 학교에는 BiTS(Bi-Rain, Teacher, Student)라는 학생 조직이 있다. 학생들은 빗물시설 주변을 청소하고, 저장량과 수질을 측정하며, 측정 결과를 앱에 입력한다. 또한 친구들, 부모, 지역사회에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는 우연히 여학생들만 만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어서 남학생들은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그것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빗물식수화 시설의 운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복잡한 기계를 조작하거나 어려운 화학약품을 다루는 일이 아니다. 저장된 물의 양을 확인하고, 간단한 측정 장비로 수질을 확인한 뒤 기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시설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빗물의 가치를 친구들과 지역사회에 알리며,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일이다. 학생들은 시설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 빗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직접 영상을 제작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린다. 이러한 활동은 어쩌면 어린 학생들이 더 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물관리를 기술의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본 빗물관리는 문화의 문제에 더 가까웠다. 시설을 사랑하고, 아끼고, 자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시설을 오래 살아남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인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입은 조끼 앞에는 'BiTS', 뒤에는 'UN Water Action Agenda Rain School Initiativ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단순한 동아리 회원이 아니라 국제적인 물관리 운동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직접 5분짜리 영상을 제작해 국제 비디오 콘테스트에도 참가한다. 우수작은 국제회의에서 상영되고 발표될 예정이다. 시설을 관리하는 학생들의 눈빛에서 이 시설이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자신들의 프로젝트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또 배웠다
많은 개발협력 사업은 시설 건설에 초점을 맞춘다.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하고, 시설을 만들고, 준공식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물관리는 준공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다음날부터 시작된다. 누가 청소할 것인가. 누가 수질과 수량을 측정할 것인가. 누가 시설을 아끼고 관리할 것인가. 누가 다음 세대에게 물의 가치를 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Pong Toeuk High School에서는 그 답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있었고, 교사들이 있었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있었고, 스스로 투자한 학교가 있었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20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탱크가 아니었다. 지속가능성이었다.
나는 그동안 빗물식수화 시설을 연구하고 설치하는 일을 해왔다. 기술을 개발하고, 설계하고, 교육도 해왔다. 이번 방문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지금까지 연구하며 얻은 경험과 지식을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여러 나라에서, 더 나은 시설 운영 방법을 이야기해 주려고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있었다. 좋은 물관리 시설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설을 어디에 놓을 것인가. 누가 주인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누가 관리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때로는 탱크의 크기나 기술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나는 빗물 기술을 전수하러 갔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한 가지를 더 배우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 학교에는 또 하나의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보아 온 빗물식수화 시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어떻게 물을 관리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사람을 믿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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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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