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일요일 오후, 우리 집 베란다 텃밭에서 읽은 보니 추이의 《수영의 이유》
문현호
저는 회사 근처 초등학교 부설 수영장에서 주로 수영을 합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듯 수영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레인은 이미 젊은 직장인들로 활기차게 채워져 있습니다. 저도 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레인을 돌기 시작합니다.
자유형으로 나아갈 때면 머릿속으로 수많은 신체 동작들을 동시에 가늠합니다. 물을 정교하게 낚아채는 하이 엘보 캐치, 광배근으로 당겨오는 풀 동작, 어깨 부상을 막기 위한 부드러운 리커버리, 아랫배 코어에 힘을 주어 유선형 자세를 유지하는 것까지. 말로 늘어놓으면 이토록 복잡하지만, 물속에서는 이 모든 것이 단 몇 초 안에 하나의 리듬으로 녹아들어야 합니다. 그 리듬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기분이란, 겪어보지 않으면 설명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수영을 다시 시작한 지 3개월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사이 몸이 살짝 달라졌습니다. 늘 묵직하게 나와 있던 아랫배는 눈에 띄게 편평해졌고, 거울 앞에서 슬쩍 힘을 줘보는 중년의 소소한 호기도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하루의 시작이 달라졌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나온 아침은 그렇지 않은 아침과 밀도가 다릅니다. 몸이 깨어있고, 생각이 맑고, 하루 전체가 조금 더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결국 이것인지도 모릅니다. 수영을 하고 운동을 하며 추구해야 할 본질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건강한 습관 하나가 내 하루를 더 건강하고 밀도 있게 채워준다는 소박하고 정직한 사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쌓여 결국 내 삶의 모양을 만들어간다는 것.
뭘 하든. 그게 수영이든, 독서든, 글쓰기든, 혹은 좋은 사람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든. 꾸준히, 생애 내내 하면 그렇게 사람이 만들어집니다. 그걸 하는 동안 인생의 슬픔과 아픔, 환희가 왔다 갔을 테지만, 슬픔과 아픔은 그것으로 삭여 보내고, 환희는 담담하게 다루어 과거로 흘려보냈을 것입니다. '보니 추이'가 이 두꺼운 책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이것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결국 당신의 인생을 만든다는 것.
저는 오늘도 수영 가방을 달랑 거리며 수영장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벽을 발바닥으로 강하게 차고 물속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그 순간, 그 기분을 저는 너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수영의 이유
보니 추이 (지은이), 문희경 (옮긴이),
김영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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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입고 기묘한 자세로... 진짜 있는 수영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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