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시 해양수산과 박소영 팀장
주간함양
함양군과 남원시를 관통하는 임천·람천의 수질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남원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고,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인공습지 조성'을 제시했다. 습지가 가진 정화 능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나, 습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를 통해 오염물질을 걸러내고 수질을 개선하는지 명확히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에 <주간함양>은 대한민국 대표 습지인 순천만을 방문해 자연정화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앞으로 조성될 인공습지의 올바른 방향성을 모색했다. 현장에서 만난 순천시 해양수산과 박소영 팀장은 "습지는 오염물질을 스스로 거르고 분해하는 거대한 자연 정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가 인정한 생물다양성의 보고, 순천만
전라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순천만은 국가하천인 동천의 물줄기와 여자만의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 습지다. 약 28㎢ 규모의 넓은 품 안에는 22.6㎢의 갯벌과 5.4㎢의 갈대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갈대 군락지이기도 하다.
순천만은 지난 2003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꾸준히 보전 정책이 이어졌고, 그 결과 순천·보성 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2000여 종이 넘는 동식물이 터를 잡은 명실상부한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특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흑두루미는 순천만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주는 생생한 지표다.
박소영 팀장은 순천만이 지금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과거의 순천만은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다. 저 또한 순천시 출신이지만 학창시절 당시에는 '순천만'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흑두루미가 날아들기 시작하면서 국제적인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순천시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보전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순천만 인근에 축사와 식당이 많았지만, 시와 환경단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정비하며 생태 복원에 매진한 끝에 비로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오염물질 거르고 분해하는 '자연 기반 해법'
오늘날 순천만은 '자연 정수기'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탁월한 정화 능력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습지는 도대체 어떤 원리로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일까.
박 팀장은 "순천만 습지가 '지구의 신장'이라 불리는 이유는 촘촘한 정화 단계에 있다"며 "육지에서 흘러온 점오염 및 비점오염 물질이 갈대숲을 지날 때 무성한 갈대 줄기와 뿌리가 브레이크 역할을 해 물의 흐름을 늦춘다. 이때 물속에 섞여 있던 흙이나 부유물질이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고 설명했다.
진짜 정화는 그다음부터다. 가라앉은 유기물과 오염물질은 갯벌 속 미생물, 그리고 칠게나 짱둥어 같은 저서생물이 먹어 치우며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남은 질소와 인 등의 영양염류는 갈대를 비롯한 식물들이 흡수한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 물이 한 번 더 맑아지는 셈이다.
이처럼 갈대숲과 갯벌, 미생물과 저서생물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자연적인 정화 사이클을 돌린다. 하수처리장과 같은 인공 시설을 짓지 않고도 침전·분해·흡수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습지는 현대 환경학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으로 꼽힌다.
최근 전 세계적인 화두인 '블루카본(Blue Carbon)' 측면에서도 순천만의 가치는 독보적이다. 블루카본은 갯벌이나 염습지 등 해양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탄소를 뜻하는데, 연안 습지는 육상 생태계보다 탄소 저장 능력이 월등히 높아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비점오염원 잡는 인공습지, '고인 물' 안 되려면 관리 체계 필수
현재 순천시는 이러한 자연정화 기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순천만 주변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 저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장이나 하수처리장처럼 배출구가 명확한 '점오염원'과 달리 농경지나 도로 등에서 빗물에 씻겨 하천으로 흘러드는 비점오염원은 오늘날 수질 관리 분야에서 가장 까다로운 난제로 통한다.
박 팀장은 "모든 농가에 친환경 농법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농경지와 순천만 사이에 '인공습지'를 조성해 오염물질을 1차로 걸러내고 있다"며 "농사지을 때 나오는 질소와 인이 순천만으로 바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만약 순천만 습지를 이만큼 가꾸고 관리하지 않았다면 생활·농업 오염물질이 그대로 하구로 쏟아져 연안 수질 악화가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인공습지를 뚝딱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박 팀장은 "일부에서는 땅을 파고 물만 가둬놓으면 습지가 알아서 정화해 줄 거라 생각하지만 큰 오산"이라며 "물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고 고이면 오히려 썩어버리는 역효과가 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습지가 제 기능을 하려면 적절한 유량 조절, 퇴적물 준설, 식생 관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자연의 원리를 빌려 쓰는 만큼 끊임없는 사후 관리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결국 천혜의 습지인 순천만조차도 그 기능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선 주변의 인공습지 조성과 끊임없는 생태계 복원사업(순천만 갯벌 생태계 복원 사업 등)이라는 '인간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남원시가 실시한 용역에서 제시된 인공습지와 관련해 순천만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자연을 활용한 수질 관리는 '시설 하나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보전 계획과 꼼꼼한 관리 체계 속에서 효과가 발휘된다.
비점오염원 관리가 새로운 환경 과제로 떠오른 지금, 습지가 가꾼 자연환경의 가치를 우리 지역에 어떻게 녹여낼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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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지구의 신장" 순천만이 증명한 '자연 정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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