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비 오면 배달료 두 배, 위험한 거 알지만 돈 때문에 나온다"

[주장] 도급제 최저임금은 왜 문턱을 넘지 못했나

등록 2026.06.23 11:37수정 2026.06.23 11:37
0
 2025.7.16. 라이더대행진 "최저임금도 못받는다! 안전배달료 도입하라!"
2025.7.16. 라이더대행진 "최저임금도 못받는다! 안전배달료 도입하라!" 배달플랫폼노조

"어느 순간 내가 정신 차려 보니까 중앙선을 넘어서 달리고 있더라고요. 그 프로모션 빨리 마치려고 법규를 더 많이 어기게 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사고율도 많고..."

"저는 그게 라이더들 생명하고도 연관이 되고 아마 사고를 줄이는 아마 큰 좋은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가 자꾸 많이 늘어나니까 이게 사회적 비용이 많이 늘어나잖아요. 사고 처리라든가 보험 비용이라든가 이런 것이 그래서 그런 제도를 빨리 도입해야 사회적 비용 줄이는 차원에서도 좋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비 오고 오면 무조건 프로모션이 나와서 가격이 뭐 거의 배가 되니까는 그냥 비 오고 뭐 이러면 쉬는 아이들도 많은데 나는 비 오고 눈 오면 또 오히려 나와요. 위험한 거는 아는데 그놈의 돈 때문에 나오는 거예요."

2026년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도급제 최저임금 도입방안에 담긴 배달노동자의 목소리다. 공공운수노조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도급제 최저임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1년간 연구용역을 진행해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했다. 6월 2일 3차 전원회의에서는 직접 도입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위험을 감수해야 돈 버는 구조

도급제 최저임금은 건당 최저임금을 뜻한다.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에는 최저임금을 시급, 월급으로 계산하기 힘든 노동자들을 위해 건당으로 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현재 배달노동자들을 포함한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임금의 최저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배달 한 건당 1900원을 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을 고려하면 1900원 짜리 배달을 7건을 해야 최저임금을 넘길 수 있다. 기름값, 보험료 등을 반영하면 7건을 하더라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배달노동자들의 임금은 별도의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AI가 실시간으로 정한다.


같은 가게, 같은 집, 같은 거리를 배달하더라도 AI가 마음대로 배달료를 바꾼다. 날씨가 좋아서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날과 시간에는 낮은 임금을, 눈· 비가 오거나 차가 막히는 시간에는 높은 임금을 준다.

라이더들은 높은 단가를 주는 눈 비가 오는 날이나 폭염경보가 울리는 날에 일해서 돈을 벌어놓아야 한다. 심지어 해열제를 먹으며 일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은 안전과 소득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실시간으로 강요받는다.


870만 노동자를 위한 건당 최저임금

교통법규 단속이 도로위의 안전대책이라면, 건당 최저임금 도입은 배달 플랫폼 공장에서의 안전대책이다. 교통법규단속은 감시 장치나 경찰이 사라지면 무력화되지만 투명한 임금체계 도입은 배달노동자 스스로 안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신호등이다.

배달노동자 뿐만 아니라 대리운전 노동자, 학습지 교사, 가정방문점검원 등 건당 임금을 받고 일하는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의 규모가 87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헌법 제32조 적정임금과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

노동계는 이 문제를 푸는 한 가지 방안으로 2023년부터 최저임금위원회에 건당 최저임금 도입을 요구했다. 2026년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요청서에 도급제 최저임금을 새겨 넣고, 노동계가 구체적인 산식과 대안을 제시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준비되지 않은 심의, 예견된 부결

라이더유니온, 대리운전노조, 학습지노조 등 민주노총 특고 플랫폼 노조 조직들이 노숙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도급제 최저임금 도입은 끝내 부결됐다. 이번 사태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부실 심의 최임위, 용역 발주처 노동부, 대책 없는 정부다. 2025년 최저임금원회에서는 아래와 같은 권고안을 냈다.

"고용노동부가 가능한 수준에서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의 적용과 관련된 대상 규모, 수입 및 근로 조건 등 실태를 조사하여 그 결과를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 제출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배달, 대리, 학습지교사, 가정방문점검원 등 6개의 업종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도급제 최저임금 도입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용자위원들의 반대로 연구용역결과는 6월 2일 도급제 최저임금 첫 심의를 앞두고 최저임금위원들에게만 배포됐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연구진이라도 초청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야 했지만 이마저도 막혔다. 그렇다면 고용노동부라도 심의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거나 연구용역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했다. 그런데 연구용역만 맡겨놓고, 연구용역이 노동부의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참고한다'라고 답변했다.

고용노동부라는 부처가 연구용역 발주처로 전락하고 정책과 책임을 외주화 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의 권고는 노동부가 '연구용역'을 하라는 게 아니라 도급제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자료를 고용노동부가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올해 심의에서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에 도급노동자에 대한 대상과 규모 공식적인 통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구용역에 대한 중간점검과 감시는 고용노동부와 공익위원의 책임인데, 유체이탈 화법으로 노동계에 책임을 넘겼다.

지난해인 2025년 4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노동부가 실태조사계획이라도 큰 틀에서 제시해 줄 것과 연구개요 및 연구 계획 보고, 중간보고 등을 위해 하반기 전원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최임위와 노동부는 전원회의를 열기는 커녕 연구용역 내용을 꽁꽁 숨겨놓았다가 심의직전에 최임위원들에게만 공개했다. 연구용역 내용을 점검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이런 사태를 보다 못한 노동계가 구체적인 실태, 규모, 소득, 노동시간 측정여부, 산식 등을 연구하여 정부연구용역보다 풍부한 내용을 제시했다. 덕분에 최임위에서 논의라도 할 수 있었다. 장관은 심의요청을 했는데 노동부는 심의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심의자료 없는 심의 부실 졸속 심의 부실심의 결과가 부결이었다.

멈춰 선 최저보수제 논의

이재명 정부의 또 다른 국정과제인 특고 플랫폼 노동자 최저보수제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최저보수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부와 상관없이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한국의 안전운임제 모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제서야 실태를 조사하겠다며 또 다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정부차원의 책임 있는 로드맵과 계획은 없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스위스에서 열린 ILO총회에서 특고 플랫폼 노동자 적정보수를 보장하는 플랫폼 경제에서의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협약(193호 협약)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협약은 찬성 406 vs 반대 8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제무대에서는 찬성을, 국내무대에서는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코스피가 9000을 돌파했다. 최저임금 1만 320원 도 돌파할 기세다. 자산소득이 1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하는 동안 최저임금은 지난 7년 동안 500원 이상 오른 적이 없다. 특고 플랫폼 노동자는 이마저도 적용되지 않아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고 있다.

초과이윤에 따른 성과급 배분 문제에는 국가가 직접 나서 중재했다. 그러나 초과착취에 따른 최소한의 보호 장치인 최저임금 확대 적용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서는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 도급제 최저임금이 부결되고, 최저임금을 얼마나 높여야 할지 논의가 시작되는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책임있게 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용균재단 이사이자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위원장 박정훈입니다.
#김용균재단 #박정훈 #라이더 #최저임금
댓글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2. 2 '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3. 3 92세 노모와 다녀온 영월 청령포 92세 노모와 다녀온 영월 청령포
  4. 4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반박한 '오마이뉴스' 기고, 논쟁 발생 이유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반박한 '오마이뉴스' 기고, 논쟁 발생 이유
  5. 5 "이런 무서운 아파트 안내방송은 처음"... 시민들의 선택 "이런 무서운 아파트 안내방송은 처음"... 시민들의 선택
연도별 콘텐츠 보기